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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우리 먹을거리, 우리가 먹읍시다」] 4 본당 특산물 소개 - 전남 고흥본당「유자차」

리길재 기자
입력일 2011-04-12 수정일 2011-04-12 발행일 1997-01-26 제 2037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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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 건립에 “모두 한마음”
신선도 유지 전 과정 손작업, 상큼한 맛 “일품”


추운 겨울일수록 깊은 맛을 내는 것이 유자차이다.

혀 끝에 와 닿는 달달한 맛보다 입 안에 감도는 상큼한 향기가 마음과 몸을 다 녹일 정도로 훈훈해 겨울이 깊을수록 많은 이들이 유자차를 가까이 한다.

국내에서 유명한 유자 산지 중 하나인 전남 고흥은 인근 지역보다 기온이 1℃ 정도 따뜻해 이 지역에서만 생산할 수 있는 짙은 향기의 유자를 재배하고 있다.

고흥 유자의 특징은 타 지역 유자에 비해 껍질 표면이 고르지 못하고 울퉁불퉁하고 못생겼지만 시지도 않고 달지도 않은 독특한 향이 배어 있어 우려낼수록 그 맛이 더 깊어진다고 한다.

고흥지역 내 유자 재배단지가 늘면서 고흥성당(주임=최민석 신부)도 지난 1991년부터 특산물인 유자를 가공, 유자차를 만들어 전국 각 성당에 주문, 판매하고 있다.

유자농을 하고 있는 본당 신자들의 소득 증대와 본당 성전 건립 기금 마련을 위해 가공, 판매하기 시작한 고흥성당 유자차는 지금은 주문 생산량이 부족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특산물로 자리 잡았다.

고흥성당 유자차가 독특하고 깊은 맛을 내는 비결은 바로 가공 전 단계에 걸친 신자들의 손맛에 있다. 유자도 신자 가정에서 재배한 유자만을 구입해 가공한다. 고흥성당 유자차는 유자 생산 과정에서부터 저농약 재배는 물론 신선도를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출하 즉시 가공하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최민석 주임 신부는 『대단위 농가 재배 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무농약 재배는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신자 농가에 최대한 농약을 줄여 저농약으로 생산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면서『신자들이 생산 재배한 유자는 본당에서 전국 소비자들의 주문량 만큼 일괄 구입해 성당에서 직접 가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민석 신부의 말대로 고흥본당은 유자가 출하되기 직전인 11월 중순경에 전국 본당에 유자차 주문서를 모두 보내 각 본당에서 구입하고자 하는 주문량만 가공해 판매하기 때문에 재고량이 없을 뿐 아니라 공정 기간도 보름 정도면 모두 끝난다. 또 유자차가 제품화되는 즉시 주문 본당에 탁송하기 때문에 최고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있다.

일단 고흥성당은 유자차 주문량이 확보되면 유자차 작업장인 본당 교육관에 신자들이 매일 자발적으로 몰려와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 3∼40명의 작업 인원들이 교대로 돌아가면서 작업을 한다.

직장인들인 경우는 퇴근 후 저녁 시간에 나와 봉사를 하는가 하면 작업하는 동안 얘기도 나누고 노래와 성가도 부르고 같이 삼종기도를 바치고 식사를 함께 하면서 진한 공동체 의식도 다져 나간다.

이미 소개했듯이 고흥성당 유자차는 전 공정이 신자들의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유자를 깨끗이 씻고, 썰고 씨 빼는 작업은 물로 설탕을 넣어 버무리는 작업과 가공된 유자차를 병에 담아 상표를 붙여 출하하는 모든 공정이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주문량이 늘면서 95년 겨울 작은 컷트기를 도입, 유자 써는 작업을 기계로 대신했지만 유자 하나하나를 컷트기에 넣는 수작업이 따르기에 전 과정이 수동인 체제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처음에는 2∼3천 병을 생산해 판매했으나 차츰 고흥성당 유자차가 전국에 알려지면서 지금은 1만8천 병까지 주문량이 들어와 91년부터 96년까지 5년 동안 3억여 원의 수익금을 올렸다.

최민석 신부는『내년 정도면 성전 건립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며『신자들이 자신들의 노력으로 새 성전을 꾸밀 수 있게 됐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최 신부는 아울러『성전 건립 공사가 진척되면 앞으로 유자차 수익금을 지역사회 내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라며『전국의 많은 본당에서 고흥성당 유자차를 더 많이 사랑해 줄 것』을 당부했다.

※고흥성당 유자차 주문처:고흥성당 0666-34-5004

리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