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가톨릭신문 공동기획 - 책 읽는 교회, 성숙한 신앙] (20) 대전교구 천안 모이세 북카페 ‘꿈.이.평화’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1-04-05 수정일 2011-04-05 발행일 2011-04-10 제 2741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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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의 벽 넘어 다채로운 문화 공유
한국서의 힘든 생활 달래는 ‘이주민 사랑방’
다양한 언어 책·문화 소개로 이해의 폭 넓혀
이주여성 만든 성물 등 수공예품 전시·판매
대전교구 이주노동사목 천안 모이세 소속 북카페 ‘꿈.이.평화’는 다문화를 체험하고 서로간의 이해의 폭을 넓히는 다채로운 문화마당을 마련하고 있다.
이주민 100만 명 시대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10년 뒤에는 이주민 200만 명이 한국에서 생활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제 이들은 더 이상 이주민이 아니다. 우리의 이웃이며, 공동체다. 대전교구 이주노동자사목(전담 맹상학 신부) 천안 모이세 북카페 ‘꿈.이.평화’는 이들이 단순한 이주민이 아닌 가까운 이웃임을 알려주는 공간이다.

■ 꿈꾸는 모이세

타국살이를 하면서 가장 반가운 것은 당연히 자국민, 자국어다. 이야기가 통하고, 같은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은 고된 노동 후 찾아오는 피로감도 잊게 한다. 북카페 ‘꿈.이.평화’는 이주민들에게 그런 곳이다. 그래서 이주노동자 사이에서 이곳 북카페는 ‘사랑방’으로 통한다.

꿈.이.평화는 2009년 천안 오룡동에 처음 생겼다. 이주여성들의 자립과 한국에서의 적응을 돕기 위해 발족한 꿈.이.평화 사업단은 건물 1층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주민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자고 했다. 책은 아름다운재단 ‘책날개를 단 아시아’ 프로젝트를 통해 후원을 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천안 모이세의 여러 공동체가 북카페 완성에 많은 도움을 줬다. 덕분에 꿈.이.평화는 포근하고 안락한 공간으로 완성될 수 있었다.

이곳의 책은 찾아오는 공동체만큼이나 다양하다. 한글로 된 책은 물론 영어, 인도어, 방글라데시어 등 다양한 언어의 책들을 준비했다. 또한 자국에서 발매하는 잡지나 신문도 갖췄다. 일주일에 60~70시간 이상을 일하면서도 제대로 쉴 수 없는 이주민들에게 책을 읽는 것조차 쉽게 허락되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만나는 자국어에 힘이 생긴다는 이주민들도 많이 생겼다.

북카페 ‘꿈.이.평화’에는 다양한 언어로 쓰여진 책들이 구비돼 있어 이주민들에게 위안을 준다.
■ 이주민과 함께하는 지역사회

북카페 꿈.이.평화는 단순히 북카페로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다. 이주민들이 지역사회와 어우러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문화마당’. 한 달에 한 번 정도 인근 본당 신자들과 지역 주민들을 초대해 몽골, 네팔, 인도 등 각 나라의 다채로운 문화를 소개한다. 참여자들의 반응은 좋았다. 평소에 접할 수 없는 나라, 잘 알지 못했던 문화에 대해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게 됐다고 했다. 또한 직접 그 나라의 전통춤과 문화를 익힐 수 있어서,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외국 여행하는 기분을 살릴 수 있었다.

꿈.이.평화를 담당하고 있는 박노희(헬레나)씨는 “참가자들이 타 종교에 대한 존경심과 이해심이 생겼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종교들을 접할 수 있는 문화마당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작은 공간이지만 다문화를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것이 꿈.이.평화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다. 다른 신앙으로 사는 사람들과도 어울리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곳이다. 또한 가끔은 이곳에서 이주민 공동체가 기도모임을 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문화 복합 공간’이다.

북카페 ‘꿈.이.평화’는 도서실의 역할을 넘어서 지역 주민들과 이주민이 한데 어우러지는 소통의 장으로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 평화로운 지구촌

꿈꾸는 모이세, 이주민과 함께하는 지역사회, 평화로운 지구촌을 지향하는 꿈.이.평화 사업단은 2009년 노동부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으로 마련됐다. 지역주민들이 다문화를 체험하고 상담 및 통·번역을 통해 이주민과 나눌 수 있는 체험의 장이다. 이와 함께 교육과 체험여행 등을 통해 다문화에 대한 인식 변화를 꾀하고 있다. 북카페는 이런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이때문에 북카페에는 책 외에도 이주여성들이 직접 제작한 다문화 용품과 성물, 다양한 나라의 차를 만날 수 있다. 수공예품은 카페 한쪽에 전시돼 있어 구입할 수 있고, 주문판매도 가능하다.

올해 꿈.이.평화는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북카페 공간을 더욱 확장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그는 공간이 넓어지게 되면 다양한 공간 활용과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북카페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여경순(프란체스카) 천안 모이세 소장은 “힌두교, 이슬람국가의 이주여성들이 현재 꿈.이.평화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종교는 다르지만 이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한다는 것은 신비스러운 경험”이라고 말했다.

여 소장은 또 “북카페 꿈.이.평화는 고급스러운 것보다 제3세계 문화를 알리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며 “신자와 이주민이 어우러지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문의 041-523-2667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