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안영의 초록빛 축복] 한 치 앞도 모르며 사는 우리

입력일 2011-03-23 수정일 2011-03-23 발행일 2011-03-27 제 2739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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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새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만 있다면!”
제가 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미래 사목 연구소에서는 선교 일꾼을 양성하기 위해 ‘선교 훈련 시그마 코스’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선교에 뜻을 둔 전국의 신자들을 대상으로 충북 청원군 보혈선교 수녀회 엠마우스 피정의 집에서, 2박 3일 동안 이루어지는 교육 및 훈련입니다.

그 일정 중 ‘긍정적인 언어 훈련’을 담당하고 있는 저는, 사순시기 첫 금요일, 청원에 갔다가 토요일 오후에 나왔습니다. 이틀 동안 손전화도 꺼 놓고, 세상과 단절 되어 살다가 집에 돌아와 텔레비젼을 켜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일본의 대지진 참사가 특집으로 보도되고 있었지요. 해일로, 원전 폭발로,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재앙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아니, 밤새 안녕이라더니, 이게 웬 일?

저는 벌린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온갖 재앙이 방송될 때마다 가슴 아파했지만, 이렇게 당황하긴 처음입니다. 워낙 처참한데다, 바로 이웃 나라의 일이라 직접 당하는 것처럼 온몸이 떨렸습니다.

왜 이렇게 재앙이 끊이지 않을까요. 나라 안에서는 구제역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나라 밖은 밖대로 시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여기저기서 전쟁이 일어나고, 지진이 발생하고 기근이 들 것이라는 성경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지고 있어 정말 무섭습니다. 언제 어느 도시에 날벼락이 떨어질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기에 주님께선 늘 깨어 있으라고 경고하십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하느님의 의보다는 내 자신의 이득을 구하며 생각 없이 창조 질서를 외면하고 사는 듯합니다. 이런 잘못 때문에 하느님께서 자꾸 경종을 울리는 게 아닐까 싶어 겁이 납니다. 다행히 실의에 빠진 일본에 우리나라가 서둘러 도움의 손길을 보냈고, 세계 곳곳에서도 구조에 나섰다니 고맙기 그지없지요. 그들이 하루속히 절망의 구렁에서 희망의 땅으로 올라오기를 기도드립니다.

그런데, 또 다른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납니다. 이번 피해로 세상을 떠난 영혼들에 대한 걱정입니다. 일본은 기독교 신자가 인구 대비 1퍼센트도 안 된다고 하니 과연 몇 사람이나 하느님을 알고 갔을까? ‘생명의 책’에 기록되어 있지 않은 그들의 영혼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래서 더욱 일본 선교가 시급하다는 생각에 머물렀습니다.

이 기회에 한 가지 기쁜 소식을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 2010년 11월 15일, 미래사목연구소에서는 귀한 손님을 맞이했습니다. 일본 가고시마 교구 코리야마 겐지로 주교님께서 차동엽 신부님의 선교 열정을 배우고자 친히 방문하신 것입니다. 그분은 연구소의 여러 가지 활동 동영상, 선교 프로그램 및 출판물 등을 보고 가셨는데, 금년 1월 13일 차 신부님께 정식 초청장을 보내셨습니다. 5월 17일부터 19일까지, 나가사키 대교구 내 오키나와, 가고시마, 오이타 등 3교구 합동 사제 연수를 맡아달라고. 그 뒤를 이어 후쿠오카 교구에서도 초청이 왔습니다. 이런 일이 어찌 우연이겠습니까?

기독교를 우리보다 먼저 받아들인 일본에서 워낙 신앙이 자라지 못하고 있음을 안타까이 여기신 하느님의 개입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로써 신부님께서 오래 전부터 구상하고 계시던 세계 선교의 첫 걸음이 시작된 것 같아 기쁘고 자랑스럽습니다.

하기야 멀리 갈 것 없지요. 제 가까운 친척의 말이 떠오릅니다. “나는 좀 더 있다가 영세할 거야. 세상 재미 좀 보고 살다가, 나중 죽을 때쯤 영세해서 천당 가면 되지 뭐.”

아, 한 치 앞도 모르고 사는 우리들. 밤 새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만 있다면!

이글을 사랑으로 읽어주시는 독자여러분, 여러분들도 기회가 닿는 대로 단 몇 사람이라도 선교해서 초록빛 축복 듬뿍 받으시고 행복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