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한만삼 신부의 수단에서 온 편지] 33. 가난한 이와의 연대는 나를 구하는 시작

입력일 2011-03-16 수정일 2011-03-16 발행일 2011-03-20 제 2738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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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의 지배와 사랑의 연대
인간은 이성을 지닌 존재임에도 비이성적 ‘상황의 힘’에 지배를 받는 나약한 존재임을 헤아려 봅니다. 이성적이지 않은 판단임을 인지하더라도 집단의 비도덕적 상황의 힘에 밀려 지배를 받게 되고 그 흐름에 쉽게 휩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2차 세계대전 중 나치의 유다인 학살 정책에 이성적이라 자부했던 20세기 유럽인들이 휩쓸려갔습니다. ‘상황’은 분노와 미움, 탐욕의 감정을 교묘히 이용했고 합리화의 궤변을 통해 정당성을 부여했습니다. 그렇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살인과 학살에 참여한 이들은 ‘시대’가 만든 ‘상황’속에서 자신들이 하는 일이 옳다고 믿고 확신하게 만들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몸서리쳐지는 역사적 기억이지만, 실은 지금도 시대가 만들어놓은 ‘상황’에 지배되는 인간의 모습은 변함이 없습니다. 바쁘고 분주한 일상에 매달려 의미 없이 시간을 허비하고, 유행에 따라 끊임없이 소비하도록 만드는 세상은 그 ‘종속’에 새로운 정당성을 부여합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 기초 교육의 기회마저 배제당하는 어린이와 여성들, 기본적인 약품조차 구할 수 없어 고통 받는 이들, 맨발로 다니는 수많은 어린이들에 대해 세상은 침묵하고 방관합니다. 하지만 수억 수천만 달러의 무기와 최첨단 장비와 자동차와 명품에 대해선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열광합니다. 무엇이 소중하고 중요한 것인지를 망각할 정도로 바쁘게 살아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이 이웃에 대한 무관심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자신이 누리는 차고 넘치는 ‘풍요’가 마치 자신들의 유능함 때문이라는 궤변에 만족해합니다.

아프리카의 끝없는 가난을 ‘자선’을 통해 해결하거나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선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 시대 ‘상황’의 징표입니다. 왜냐하면 ‘자선’은 불의한 경제체제로 희생당한 사람들을 고통에서 구하기 위한, 정의로운 재화의 분배를 가능하게 하는 경제체제를 이룩하기 위해 투쟁해야 함을 상기시키는 표지이기 때문입니다.

‘불의한 상황’의 지배는 소외된 인간을 낳고 그 소외의 악순환을 깨는 길은 자선이 아니라 ‘연대’이어야 합니다. 예수님의 연대는 정치적이거나, 집단의 뭉침이나, 상호간의 연대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어떠한 인종이나 민족에 배타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자기를 미워하거나 학대하는 사람도 포함하는, 보답과 대가와 보상에 의존하지 않는 연대입니다.

예수님께서 호소하신 것은 시대와 상황이 만든 폐쇄적 연대의 벽을 허물어 어느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인류 연대’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입니다. 사랑의 실천을 위한 이웃의 ‘한계’는 없습니다. ‘우리 본당’ ‘우리 단체’ ‘우리 가족’이라는 폐쇄적 울타리를 벗어버리는 해방이 연대의 시작이 되어야 합니다.

세상속의 가난한 이들을 구하기 위한 연대의 실천은 또한 나를 구하기 위한 구원의 연대이기 때문입니다. 수단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과 나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서로 다른 ‘상황’속의 사람 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 쓸모없는 사람으로 여겨지는 사람들의 곤경을 보고 애태우는 간절한 연민의 마음이 사랑의 시작이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 수단 선교사제들과 함께할 봉사자를 찾습니다.

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는 수단 아강그리알에서 활동하고 있는 교구 수단 선교사제들과 함께할 평신도 봉사자를 찾고 있습니다.

신체 건강하고 독실한 신앙심을 가진 이는 누구나 봉사의 문을 두드릴 수 있습니다. 특별히 현지 주민들의 건강을 돌볼 간호사 등 의료인, 공소 등 건물 설비와 전기시설 분야 자격증을 갖고 있거나 관리 경험이 있는 신자, 농업 분야 경험자 등의 동참을 기다립니다. 봉사 기간 등 구체적인 사항은 복음화국과의 논의를 거쳐 결정합니다. 뜻 있는 신자들의 관심을 청합니다.

※ 문의 031-244-5002 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수단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도움주실 분 031-244-5002 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후원계좌 03227-12-004926 신협 (예금주 천주교 수원교구)

※수원교구 아프리카 수단 선교 위원회

http://cafe.daum.net/casuwonsud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