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가톨릭신문 공동기획 - 책 읽는 교회, 성숙한 신앙] (19) 전문 시설 갖춘 서울 목3동본당 도서실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1-03-16 수정일 2011-03-16 발행일 2011-03-20 제 2738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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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도서관 부럽지 않은 문화사목의 장
소장 도서 5000권 … 미디어실도 큰 호응
지역 주민에게도 개방 회원수만 1050명
운영 전반 맡은 도서회 봉사자 노력 한몫
서울 목3동본당(주임 황흥복 신부)의 도서실은 ‘선물’이다. 5000여 권의 도서와 DVD 1000여 장을 소장하고 있는 도서실은 본당의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신앙서적과 고전부터 매달 구입하는 신간으로 더욱 풍성한 이곳은 한마디로 없는 게 없다. 게다가 항상 밝은 미소로 신자들을 맞이하는 도서회 봉사자들이 있기에 도서실은 선물 그 자체다.

서울 목3동본당 도서실은 5000여 권의 서적을 보유하고 지역민에게 개방해 문화사목의 장으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 방대한 서적·DVD 확보

본당에서 운영하는 도서실이라고 해서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된다고 생각하면 오산. 이미 본 기획을 통해 소개한 많은 본당들도 전문 도서관에 뒤지지 않는 시설을 갖추고 신자들에게 더욱 좋은 도서관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목3동본당 역시 마찬가지다.

2006년 개관을 준비하면서 시행착오도 많았다. 도서 프로그램부터 분류작업까지 쉬운 일이 하나도 없었다. 처음에는 엉뚱한 도서 프로그램을 구해 사용하다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초·중·고·대학교 도서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구입하면서 전문 도서관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프로그램 사용법을 익히고, 도서 분류도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이제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전문 도서관이 펼쳐진다. 파란색의 차분한 실내디자인은 성당 내 공간이 아닌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도서실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책’이다.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5000여 권을 갖추고 있다. 본당에서 지원받는 월 20만 원으로 신자들이 좋아할 만한 신간을 검색해 매달 구입하고 있다. 덕분에 강서도서관, 목3동 주민센터 내 도서실 등 인근 도서관보다도 본당 도서실에 신간이 더 빨리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책이 갖춰지니 자연스럽게 도서실을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열람공간도 마련해 놓아 언제든지 들어와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실제로 청소년 미사가 끝나고 중·고등학생들이 와서 공부하고 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컴퓨터와 프린터기도 갖춰 자료를 검색하고 출력할 수 있는 등 여느 도서관 부럽지 않은 시설이 완비돼 있다.

회원은 신자뿐 아니라 지역주민들도 조건 없이 가입할 수 있다. 현재 가입회원은 1050명. 평균 주일 100여 권, 평일 50여 권 등 일주일에 200여 권 이상의 책이 대출되고 있으며, 열람하는 이들까지 포함하면 본당에서 운영되고 있는 작은 도서실로서는 그 이용자 수가 엄청나다. 주일미사 참례자 수가 2300여 명인 것을 감안한다면 1050명의 회원수는 놀랍다. 지역주민들도 제약 없이 찾아 올 수 있다. 종교시설이라고 부담을 갖기보다는 책을 읽는 공간으로 접하는 이들이 많아 진정한 ‘문화사목’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게다가 회비나 연체료가 없어 편하게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열람공간을 마련해 학생들의 학습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도서실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된다. 봉사자들이 있는 경우에만 대출과 반납이 가능하지만 열람은 운영시간 내 얼마든지 가능하다. 분실률이 높지는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우려했던 것에 비해 분실되는 경우는 드물다. 시설뿐 아니라 이용하는 이들의 마음도 일품이다.

본당 도서실의 또 다른 자랑거리이자 선물은 ‘미디어실’이다. 도서회에서 운영하며, 도서실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대형 텔레비전과 1000여 장의 DVD가 갖춰져 있어 동네 DVD전문점이 부럽지 않다. 도서실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영화가 나오면 바로 구입하는 것이 인기 비결.

미디어실은 상시 사람들로 북적인다. 영화모임이 생겨 평일미사가 끝면 4~5명이 모여 함께 영화를 보기도 한다. 강현우 보좌신부와 청년들도 미디어실에서 영화를 보고 나누는 피정을 준비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면서 성경 심화학습을 하는 성서모임도 있다.

많은 관심에 힘입어 지난해 8월부터는 매달 대성전에서 영화 상영을 시작했다. ‘울지마 톤즈’를 상영할 때는 주변에 소문이 나서 2층 성가대석까지 꽉 찼을 정도다. 이런 호응 뒤에는 든든한 본당의 지원이 있다. 황흥복 주임신부는 매 영화 상영 때마다 참석해 신자들과 함께한다. 영화가 끝나면 황 신부가 직접 축복을 해줘 영화 상영에 의미를 더한다.

DVD 1000여 장을 보유한 미디어실도 인기다.
■ 도서실 지킴이 ‘도서회’

2007년 1월 4일 개관한 이래 도서실은 본당에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이 됐다. 그렇게 되기까지 도서회 봉사자들의 노고가 컸다. 책을 좋아해서 모였지만 도서실 봉사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12명의 봉사자들이 돌아가면서 평일과 주말, 주일에 도서실을 지켜야 했다. 신간 구입과 분류는 물론 도서실 운영 전반을 관리해야 했다. 또한 한 달에 한 번 추천도서를 주보에 게재하는 것도 도서회 담당이다.

그것 뿐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영화 상영을 시작하고 나서는 일이 늘었다. 영화의 시놉시스와 정보를 담은 작은 팸플릿을 제작하기도 하고, 영화 감상 포인트도 신자들에게 알려준다.

하지만 도서회 봉사자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환경분과 등 각 사목분과의 특징을 살려서 그들이 활용할 수 있는 자료들을 충분히 보충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본당 도서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문의를 하는 곳이 늘었다. 성당에 도서관을 마련하기 위해 방문한 대전교구 온양본당에 열 상자 분량의 책을 기증하고, 도서실 운영에 대한 많은 자문을 해줬다. 또한 영화 상영을 시작하는 서울 화곡본당에도 자료를 제공하는 등 도움을 주고 있다.

도서회 이정연(아녜스) 회장은 “많은 본당에서 도서실을 마련하면 좋겠다”며 “문화사목적 측면에서 작은 공간을 활용해 신자들을 비롯한 지역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성당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