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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집 고쳐주기] 44. 스물 두 번째 가정 - 서울 김영옥씨 (상)

권선형 기자
입력일 2011-03-09 수정일 2011-03-09 발행일 2011-03-13 제 2737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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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없어 100미터 밖 공동화장실로…”
햇볕 잘 들지 않는 지하 단칸방
주방배수 나빠 집으로 오수 유입
곰팡이 제거와 주방공사 급선무
3월 6일 축복식에서 (주)엠에이디종합건설 이종익 대표이사, 신림성모본당 한재석 신부, 스물 두 번째 선정자 김영옥씨, 서울대교구 서서울지역 교구장 대리 조규만 주교, 가톨릭신문사 사장 이성도 신부(왼쪽부터)등 관계자들이 시삽을 하고 있다.
“나보다 더 어려운 분들이 많으실 텐데 이런 귀한 선물을 받아도 될지 모르겠어요.”

3월 6일 서울 보라매동 성신빌라. 사랑의 집짓기 스물두 번째 대상으로 선정된 김영옥(마리아·서울 신림성모본당·78) 씨가 이른 아침부터 손님맞이에 한창이었다. 새집을 짓는다는 기쁨보다는 오히려 미안하다는 표정의 그는 보행기에 의지한 채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는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시지 않았다면 오늘 축복식이 열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비록 늙고 불편한 몸이지만 그동안 도움을 주신 분들을 위해 하루하루 기도하며 살아가겠다”고 했다.

김 씨는 햇볕도 잘 들지 않는 빌라 지하 단칸방에서 홀로 살아가고 있다. 그는 25년 전 남편이 혈압으로 세상을 뜨고 난 후 줄곧 이곳에서 살아왔다. 20년 전 눈물을 머금고 고향 충남 당진을 떠난 것도 그리운 남편을 억지로 떠나보내기 위해서였다. 그는 “오늘같은 날 남편과 함께하지 못해 마음이 휑하다”며 “아픈 나를 간병하다 세상을 떠난 남편이 사무치게 그립다”고 했다.

그의 집에는 삶의 터전이라고 하기에는 갖춰져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화장실도 없어 김 씨는 매번 불편한 몸을 이끌고 100m 떨어져 있는 야외 공동화장실에 가야 한다. 김 씨는 “매번 화장실을 갈 수 없어 방 안에 요강을 비치해 놓고 있다”며 “눈이 좋지 않아 화장실 자물쇠도 잘 보이지 않고 자물쇠를 딸 힘도 없다”고 했다.

그의 방 안은 곰팡이로 가득해 위생상태도 좋지 않다. 습기가 많아 장판을 들면 금세 방 안 전체에 곰팡이가 눈에 뜨일 정도다. 이날 함께한 신림성모본당 박옥례(글라라) 사회복지분과장은 “어르신의 집은 지하여서 햇볕도 들지 않고 습기도 많아 살아가기에 너무 열악한 환경”이라며 “시력장애, 관절염, 방광염 등을 앓고 있는 어르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화장실과 집 안 곰팡이 제거”라고 했다.

4평 정도의 집 안 한편에 따로 나 있는 주방도 김씨에겐 사용하기 어려운 구조로 돼 있다. 그는 매번 주방으로 가기 위해 높은 턱을 넘어야 하지만 거동이 불편한 그에게는 여간 힘겨운 일이 아니다. 김 씨는 몇 달 전 턱을 넘다 미끄러져 머리와 다리를 다치기도 했다. 그는 “주방에는 배수도 좋지 않아 물을 사용하면 이내 물이 집으로 새들어온다”며 “높은 턱도 문제지만 물을 사용하는 밥짓기 빨래하기 등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어르신, 주교님 오셨습니다.” 이날 사랑의 집 고쳐주기 축복식을 주례할 서울대교구 서서울지역 교구장 대리 조규만 주교가 도착했다는 소리에 방 안에 있던 김 씨의 마음이 급해졌다. 그는 “주교님께서 이렇게 누추한 곳까지 와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보행기에 의지한 채 서둘러 집 밖으로 향했다. 힘겹게 계단을 올라간 그의 눈앞에 조규만 주교와 본당 신자들이 눈에 띄었다. 그는 “미안하고 또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결국 축복식에서 김 씨가 참고 있던 눈물을 흘렸다. 김 씨는 수건으로 남몰래 눈물을 훔쳤지만 한번 터진 눈물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그는 “하느님께 감사드린다”며 “기도하고 또 기도하며 이 은혜에 보답하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김 씨가 눈물을 흘리는 동안 복음이 선포됐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첫째가는 계명은 이것이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우리 하느님은 유일한 주님이시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님이신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여라.’ 또 둘째가는 계명은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 한 것이다. 이 두 계명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마르코 12,29~31).

■ 격려사 / 서울대교구 조규만 주교

이웃사랑은 실천함으로 완성

가톨릭신문사가 ‘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업을 진행한 지 어느덧 6년째를 맞았습니다.

그동안 21명의 대상자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해왔습니다. 고 김수환 추기경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로 깨달은 사랑을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마음으로 느끼는 사랑을 손발로 실천하는 것이 더 긴 여행 같습니다. 우리는 마음으로는 도와줘야지 느끼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우리도 이웃 사랑을 마음에서부터 느끼고 손발로 실천하는 먼 여행에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인사말 / 가톨릭신문사 사장 이성도 신부

적극적인 이웃사랑 실천 다짐

가톨릭신문사가 제정하고 (주)엠에이디종합건설에서 후원하는 ‘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업이 22번째를 맞았습니다. 먼저 김영옥 어르신께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오늘 이곳을 찾아주신 조규만 주교님과 신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희 신문사는 보다 적극적으로 이웃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2006년부터 ‘사랑의 집 고쳐 주기 사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22번째 대상자로 선정되신 김영옥 어르신의 집이 이번 사업으로 새롭게 거듭나, 어르신께서 아무 불편 없이 살아가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앞으로도 사랑의 마음을 손발로 실천하는 이들이 더 많아지길 소망합니다.

■ 인사말 / (주)엠에이디종합건설 이종익 대표이사

많은이들 이웃사랑 동참하길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웃에게 그리스도의 구체적인 사랑을 전할 수 있는 봉사의 은총을 허락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이 사업을 통해 주거 환경이 개선돼 기뻐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저 또한 많이 뿌듯합니다. 이러한 기쁨이 저를 계속해서 이 사업에 몰두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비록 부족한 점이 많지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저를 비롯한 전 직원이 합심하고 열정을 다하겠습니다.

더불어 이 사업으로 사랑과 나눔 실천이 더 확대돼 더 많은 이들이 이웃 사랑실천에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권선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