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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 음식기행] 트라피스트 수녀원 유기농잼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1-02-23 수정일 2011-02-23 발행일 2011-02-27 제 2735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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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들의 정성스런 기도가 담긴 잼 
수정의 성모 트라피스트 수녀원은 1995년부터 잼을 손작업으로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수요자들의 요청으로 몇 년 전부터 자동화 설비를 갖춰 생산하고 있다.
유기농산물 전문매장을 방문해보면, 비신자들도 유기농산물을 생산하는 수도회 명칭은 잘 알고 있다. 엄률 시토회 수정의 성모 트라피스트 여자 수도원에서 만드는 잼은 유기농 매장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는 유기농 가공식품 중 하나다.

수정의 성모 트라피스트 수도원은 경남 마산시내에서 30분가량 떨어진 바닷가 마을에 위치한다. 최근 한 대기업이 환경 오염 등을 아랑곳하지 않고 조선소 건립을 밀어붙이고 있는 마을이다. 겉모습은 다른 수도원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두꺼운 철문이 봉쇄구역을 철저히 가르고 있다. 그들이 세상과 분리된 것은 세속의 정신과 영향에서 벗어나 오로지 하느님께 헌신하고자 하는 의지에서 나온 생활 모습이다.

‘기도하고 일하라.’

수도회는 성 베네딕토의 수도 규칙을 따르며 기도-노동-말씀이 세 기둥을 이루는 생활을 유지한다. 일과의 시작 시간은 새벽 3시30분이다. 기상 후 영적독서와 묵상, 미사…. 일은 오전, 오후로 나눠 진행된다.

수도회에서는 스스로의 노동을 통한 생계유지를 원칙으로 한다. 부식 등은 무농약, 유기농으로 직접 생산하고, 잼과 이콘 등을 판매해 생활에 보탠다.

잼은 지난 1995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수도원에서 생산한 과일로만 만들었다. 모든 과정은 일일이 손작업으로 진행됐지만, 수요자들의 지속적인 요청에 의해 몇 년 전부터는 자동화 설비를 갖춰 좀 더 많은 양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매일 잼 만드는 작업이 이어지진 않는다. 수도자들은 단지 먹고 살기 위해서만 노동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너무 노동에 치우치는 일상은 지양한다. 잼 공장은 세상과 연대하는 통로의 하나로 운영하고 있다.

‘트라피스트 수녀원 유기농잼 100%’라는 이름을 붙여 나가는 잼의 종류는 무화과와 딸기, 포도, 귤 등 네 가지다. 무화과는 국내에서 맛보기 힘든 과일로 가장 빨리 품절되는 상품으로 꼽힌다. 트라피스트 잼의 인기 비결은 무엇보다 친환경 국내산 과일과 유기농 설탕으로만 만들어져 믿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엿처럼 굳지 않고 잘 발라져 한 번 이용한 이들은 지속적으로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덕분에 선물용으로 호응이 높다. 수요량에 비해 생산품이 많지 않아 때때로 조기 품절되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유기농상품 전문점과 대형마트 유기농품 코너에서도 판매해 수요자들의 편의를 더했다.

원료 선별에서 제조-포장까지 모두 공정이 수녀들의 손을 거치는 상품. 특히 수녀들은 매 공정을 시작하기 전 기도를 바쳐 정성을 더한다. 자연 그대로의 빛깔과 향기에 기도의 향기까지 짙게 담긴 건강한 먹을거리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