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한만삼 신부의 수단에서 온 편지] 29. 나누어진 세계, 갈라진 세상

입력일 2011-01-12 수정일 2011-01-12 발행일 2011-01-16 제 2730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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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이들, ‘가난’보다 ‘영어’에 관심
수단으로 떠나기 전 동창 신부의 부탁으로 어느 본당에서 어린이 미사를 봉헌하게 되었습니다. 아파트로 가득한 지역이었기에 저는 수단에 다녀왔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수단 어린이들의 가난과 궁핍, 학교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비참한 상황을 이야기 해주었지만 아이들은 점점 흥미를 잃어 분위기가 산만해졌습니다.

괜스레 울적해져서 분위기를 바꿔볼 마음에 “신부님 강론이 재미없나 보구나, 신부님이 영어로 말해줄까?” 그러자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네! 한번 해 보세요”하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저는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를 서글픈 마음 때문에 강론을 제대로 마칠 수가 없었습니다. 한국의 어린이들에게는 가난한 수단 어린이들보다 ‘영어’가 더 흥미로운 것이었죠.

이듬해 수단에서 주일미사 강론을 할 때였습니다. 그날 복음이 ‘포도밭 소작인의 비유(루카 20,9-19)’여서 포도밭이 없는 수단의 특성상, 포도밭을 소떼로 바꾸어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엄청난 소떼를 만들어 목동들에게 내주고 오랫동안 떠나있었습니다. 때가 되어서 사람을 보내 송아지들을 내놓으라고 했지만 매질하고 빈손으로 돌려보내자 다른 종들을 보냈고 그들도 매질하여 내쫓아 버렸습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외아들을 보내자, ‘저자는 이 소들의 상속자다 저자를 죽여 버리자. 그러면 이 모든 것은 우리의 차지가 될 것이다’라고 서로 의논한 후 아들을 죽여 버렸습니다.

“자, 그렇다면 이 목동들은 잘한 일일까? 못된 일을 한 것일까?”라고 묻자 통역을 들은 청년들이 눈을 반짝이며 술렁거렸습니다. 대답을 하지 않는 분위기가 이상해 다시 물으니 “그 일은 잘한 일입니다!”라고 대답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너무 충격을 받아 머릿속이 텅 비어 버린 듯 했습니다.

그리고는 또다시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를 비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무엇이 선한 일이고, 무엇이 악한 일인지 배우지를 못했기에 구분을 하지 못하는 세상에 와있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습니다. 마치 이리떼에 둘러싸인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깊이 빠져드는 고민은 21세기의 ‘지구촌’이라 불리는 세상이, 실은 각기 다른 세상으로 갈라지고 있다는 아픔이었습니다. 서로가 자신을 바라보듯 마주보지 않고 대화하지 않는 세상, ‘길들임’이 이루어질 수 없는 벽을 세우며 각자 눈먼 삶을 살기 때문입니다.

수단의 어린이들은 하루 종일 ‘소’만 바라보고, 한국의 어린이들은 하루 종일 ‘칠판’만 바라보며 살아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빛의 속도로 넘쳐나는 정보를 교환하고, 세계화를 외치며 개발과 성장이 인류의 목적인 것처럼 포장하지만, 세상의 구석구석은 ‘형제애와 인류애의 결핍’이라는 아픔으로 뒷걸음치며 병들어 갑니다.

개인과 서로 다른 민족들은 ‘이웃’이 되어 살지만 ‘형제’가 되어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선진 북반구와 가난의 남반구로 갈라지고 격차는 깊어만 갑니다. 사람들은 ‘소유함’으로 서로를 평가하고 구분하며 민족과 인종과 종교적 신념으로 찢어집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유능한 ‘개인’을 구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신 인류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하나뿐인’ 전 세계 인류를 구원하고자 하셨음을 헤아려봅니다. 참된 인류애는 다시 새로워져야 합니다.

◆ 수단 선교사제들과 함께할 봉사자를 찾습니다.

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는 수단 아강그리알에서 활동하고 있는 교구 수단 선교사제들과 함께할 평신도 봉사자를 찾고 있습니다.

신체 건강하고 독실한 신앙심을 가진 이는 누구나 봉사의 문을 두드릴 수 있습니다. 특별히 현지 주민들의 건강을 돌볼 간호사 등 의료인, 공소 등 건물 설비와 전기시설 분야 자격증을 갖고 있거나 관리 경험이 있는 신자, 농업 분야 경험자 등의 동참을 기다립니다. 봉사 기간 등 구체적인 사항은 복음화국과의 논의를 거쳐 결정합니다. 뜻 있는 신자들의 관심을 청합니다.

※ 문의 031-244-5002 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수단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도움주실 분 031-244-5002 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후원계좌 03227-12-004926 신협 (예금주 천주교 수원교구)

※수원교구 아프리카 수단 선교 위원회

http://cafe.daum.net/casuwonsud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