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올레길 신앙길 (5) 마산교구 진영성당·명례성지

이도경 기자
입력일 2011-01-05 수정일 2011-01-05 발행일 2011-01-09 제 2729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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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치 있는 겨울 강변 따라가면
어느새 순교자와 함께 걷는 듯
“신석복 순교자 묘소서 신앙선조 희생 묵상
그분들 절실했던 신앙 통해 믿음·희망 찾아”
강변에서 본 명례성지. 명례성지는 신석복 순교자가 출생한 곳이며, 영남지방 네 번째 본당이자 마산교구 첫 본당, 한국교회 세 번째 한국인사제 강성삼 신부가 사목했던 곳이다.

■ 여정 : 진영성당-신석복 순교자 묘소-차량 이동-수산대교-낙동강 둑길-명례성지(도보 약 7km, 2시간 소요)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의 물결을 따라 둑길을 걷는다. 뭍에는 바람에 몸을 맡긴 억새가 춤을 추고, 화답하듯 강에서 뛰어오른 철새들. 그리고 시선이 닿은 언덕 저편에 신앙의 고향 명례성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 오래된 성당의 위엄

올레길 신앙길의 첫 걸음. 성당 종탑을 넘어 십자가까지 타고 올라간 덩굴과 붉은 벽돌 여기저기 풍화작용을 일으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이곳은 김해시 진영읍 진영리 230 마산교구 진영성당(주임 이현우 신부)이다.

신자들과 거리낌 없이 주일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던 이현우 신부는 갑작스런 방문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지도와 자료를 제공하며 “운치 있는 겨울 강변을 거닐며 은총의 순례가 되길 바란다”고 축복의 인사를 건넸다.

마산교구 진영성당

▶ 순교자의 무덤을 찾아서

성당을 나서 우측 방향으로 걸으면 왼편에 진영 전통시장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온다. 순례의 분위기를 흐트린다기보다는 왠지 정감 가는 소리에 절로 시선을 빼앗긴다. 또 반대편을 바라보면 나지막한 야산 과수원에 감나무가 지천이다. 단감으로 유명한 진영의 특산품이 바로 이곳에서 열매 맺고 있다.

성당에서 나와 우측으로 1㎞정도 걷다가 장복아파트 앞에서 좌측으로 길을 돌린다. 그리고 50m 정도를 지나면 큰 도로가 나온다. 여기서 다시 우측으로 600m를 걸으면 ‘순교자 신석복(마르코) 묘지’라는 팻말이 보인다.

▶ 피로 증거한 믿음의 자리

신석복 순교자의 묘소로 들어서는 길목에는 나지막한 향나무가 발걸음을 이어주고 그 끝에는 커다란 십자가와 신석복 순교자의 무덤이 있다. 또 이곳은 진영본당 공원묘지로 운영되고 있어 기도를 바치고 있는 신자들의 모습을 여럿 볼 수 있었다. 숙연한 분위기는 저절로 두 손을 모으게 만들었고, 1866년 38세의 나이로 신앙을 증거했던 순교자의 믿음을 떠올렸다.

다음 목적지인 수산대교 아래 둑길까지는 차량으로 12㎞를 이동해야 한다. 수산대교를 건너자마자 오른쪽으로 빠져나오니 낙동강의 유려한 물줄기를 따라 이어진 둑길을 발견할 수 있다.

순교자 신석복 묘소

▶ 물길 따라 명례까지

둑길을 따라 명례성지까지 5㎞. 기러기, 청둥오리, 고니가 추위를 피해 찾아든 강에도 차가운 겨울바람이 엄습해온다. 무리지어 공중에 떠오르는 새들은 아마도 더 따뜻한 곳을 찾아 떠나려는 모양이다. 한 손으로는 옷깃을 여미고 다른 손에 묵주를 움켜쥐었다.

“나를 놓아준다 하여도 다시 천주교를 봉행하리라.” 신석복 순교자의 마지막 한마디를 떠올리며 갈대밭과 강 사이를 걷다 보니 버려진 배 한 척이 보인다. 이곳 명례 나루터는 순교자가 배로 낙동강을 건너고 반대편 가동 나루터를 거쳐 웅천장에 소금과 누룩을 팔았던 곳이다. 지금은 운행하는 배편도 없고 활발했던 명례도 작은 고장이 돼 버렸지만 순교자와 신앙 선조들의 흔적을 찾는 작업은 현재에도 진행 중이다.

성지로 향하는 길

명례 옛 나루터. 신앙선조들이 생활비 마련을 위해 이 곳에서 배를 타고 건너가 웅천장에서 소금과 누룩을 팔았다고 전해진다.

▶ 신앙의 고향 명례성지

기와지붕과 나무창살. 언뜻 봐도 수백 년은 족히 자랐을 법한 고목. 언덕위에서 낙동강을 바라보고 당당히 서있는 자태. 명례성지는 마산교구의 영적 고향이며 신앙의 원천이다.

신석복 순교자가 출생한 곳이며, 영남지방의 네 번째 본당이자 마산교구의 첫 본당이 설립된 곳. 그리고 김대건·최양업 신부에 이어 세 번째 한국인사제로 서품된 강성삼 신부가 사목하다 돌아가신 명례성지에 도착했다.

매서운 겨울바람에 힘겨운 발걸음이었지만 따뜻하게 비추는 햇살을 느끼며 꿀맛 같은 휴식을 가졌다. 성당 내부를 둘러보니 처음 본당이 설립되면서 사용된 제대와 십자가, 남녀 신자석이 칸막이로 분리되어 있는 모습을 보며 초기 신자들의 기도하는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다.

믿음 그리고 희망. 여기까지 이끌어준 올레길이 알려준 신앙의 길이다.

명례성지 전경

이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