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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당신은 하느님의 ‘선물’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0-12-22 수정일 2010-12-22 발행일 2010-12-26 제 2727호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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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사건, 4대강 사업,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비리, 날치기 예산안 통과 등 다사다난했던 2010년도 끝자락에 섰다.

여러 사건사고로 어수선한 가운데도 거리는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건물에 설치된 형형색색의 조명과 거리의 구세군 종소리, 빨간 모금함이 연말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린다. 하지만 예년에 비해 구세군 모금함 앞에서 지갑을 여는 시민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린다. 동장군이 시민들의 지갑을 꽁꽁 얼려 버린듯하다.

그래도 다행히 소외된 이웃과 사랑을 나누고픈 ‘마음’까지는 얼리지 못했다. 금전기부는 예전보다 못하지만 자신의 재능을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다. 이웃과 소통하며, 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눠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재능기부는 기부문화의 선진화라고도 볼 수 있다.

일반인들에게 재능기부는 아직까지 생소한 단어다. 재능을 나눈다는 것은 겸손한 한국 국민들에게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생각만큼 어려운 일도 아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은 잘 듣는 재능을 나누면 되고, 글을 잘 쓰는 사람은 글재주를 기부하면 된다. 스스로가 재능이라고 생각지 못했던 것도 어떤 이에게는 큰 선물이 될 수도 있다.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재능기부’의 매력이다.

다른 재주는 없어도 몸 쓰는 거 하나만큼은 자신 있는 기자는 올겨울 ‘건강’이라는 재능을 이웃과 나누고자 결심했다. 성탄을 앞두고 서울 명동 한마음한몸장기기증 센터를 찾아갔다. 장기기증과 조혈모세포 신청서를 간단하게 작성하고 3㎖정도 채혈을 했다. 이 모든 과정이 채 10분도 되지 않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슴이 벅찼다. 낯모르는 이웃을 위해 내 것을 내놓았다는 뿌듯함이었다.

이제 2010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이 시간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에 앞서 주변을 돌아보자. 당신의 재능이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할 수도 있다. 당신이 바로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기 때문이다.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