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새 천년 새 희망] 통신원이 전하는 해외교회 대희년 - 아일랜드

안정호 수사(이시도로·예수회)
입력일 2010-12-14 수정일 2010-12-14 발행일 2000-01-23 제 2185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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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에 초점 …‘화해·쇄신’ 지향 변화 몸부림
90년대 들어 교세 현저히 약화
전례력 따라 7단계 계획 추진 …재부흥 모색
인권 사회정의 복지 분야에도 투자 관심 증대
멀리 보이는 성 케빈성당과 공동묘지. 성 케빈성당은 여러 겹의 돌로 지어진 것이 특징이다.
머나먼 서쪽 끝 조그만 섬나라 아이랜드는 전통적인 가톨릭 구가로서의 그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가톨릭이 유입될 때 기존의 토속신앙(Celtic Belief)과 충돌을 일으키지 않고 기묘히 토착화를 이루어 낸 놀라운 역사를 지닌 아일랜드는 패트릭 성인을 국가 수호성인으로 모시면서 약 800년 간의 영국지배를 견디어 내고 그 전통적 선교사 파견국가로서의 모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아일랜드에서는 일찍이 가톨릭이 하나의 종교로서 뿐만 아니라 하나의 국민요건으로 간주되어 왔으며 뿐만 아니라 하나의 국민요건으로 간주되어 왔으며 따라서 개인적인 신심이라기 보다는 공동의 정체성의 문제로 이해되어 왔다. 그러므로 근대 아일랜드가 독립 민주공화국으로 변모함에 있어서 정부는 또 하나의 거대한 장벽에 직면해야만 했다. 즉 교회가 국가 이전에 있으면서 여전히 관할권을 행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아일랜드인들은 그 동안 요람에서 무덤까지 가톨릭 교회 안에서 그 삻을 영위하여 왔으며 어떤 면에서는 지금까지도 그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거대한 실체로서 아일랜드인들과 함께 하여온 가톨릭이 1990년대를 지나오면서 급격한 사회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현저히 약화되기 시작하였고, 교회와 성직자의 권위도 심각하게 추락되었다. 교회 안에서 젊은이들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보기가 어렵게 되었고, 빠른 경제성장(Celtic Tiger)과 함께 일어나는 거센 세속화의 물결 앞에서 교회는 속수무책이었다.

이러한 역사적인 흐름 속에서 아일랜드 교회는 2000년 대희년을 맞아 자신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시대상황에 발맞추어 자신을 쇄신하려는 몸부림을 시작하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사도적 서한 「Tertio Millennio Adveniente」가 반포된 다음 해인 1996년 부터 2000년 대희년 맞이 준비에 착수, 마지막 해인 1999년에는 더욱 다양한 행사와 운동과 사업으로 마지막 박차를 가하였다. 그러나 대희년이 점점 가까워 옴에 따라 그 준비의 초점은 「기도」에로 모아졌다.

교구별로 여러 위원회가 구성되어 신자들을 갖가지 기도 프로그램으로 초대하였고,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중에 잠시나마 기도와 성찰의 시간을 갖도록 유도하였다. (하루에 5분 조용한 시간 갖기 운동 등). 그리고 미사와 기타 전례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도를 높이고 타성에 젖은 마음들을 쇄신하려는 노력들이 전개되었다.

신자들의 마음 속에 차분한 기도의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이러한 준비와 노력들은 대림절에 이르러 그 절정에 달하였는데, 이러한 분위기는 대희년으로 그대로 이어져서 사순절의 주제인 「쇄신과 화해」를 겨냥하여 심화될 예정이다.

대희년을 경축하는 아일랜드 교회의 계획은 전례력에 그 기반을 두고 일곱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첫 단계는, 계속되는 「기도」이다. 교회는 신자들이 기도 안에서 서로 격려하여 우리 가운데 사람이 되어 오신 그리스도께, 그리고 그의 이름으로 이웃에게 마음을 열도록 인도하고, 그리하여 침체된 교회 안에 변화와 새로운 생명의 기운이 감돌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둘째 단계는, 재의 수요일로부터 시작되는 「화해」의 여정이다. 사순절은 쇄신과 깊은 화해의 시기이다. 이 기간동안 교회는 신자들이 자신과 이웃 그리고 하느님과 화해를 이루어 낼 수 있도록 희망하고 있다. 그리하여 마음을 부드럽게 하고 용기있게 하며, 평화를 찾게끔 계획된 「우리 마음의 쇄신」이라는 프로그램을 개인적, 공동체적, 성서적 차원에서 전개할 예정이다.

셋째 단계는, 부활절의 성찬식이다. 부활절은 세상 안에 특히 성체성사 안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를 강조하는 시기이다. 이 기간 동안 각 본당에서 부활하여 현존하시는 그리스도를 성대히 기념하는 성찬식이 이루어지고, 「받아 먹어라- 받아 마셔라」라는 교히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그 현존의 완전함과 「아멘」하고 성체를 받아 모시는 신자들의 책임감, 즉 같은 잔치 상에서 같은 빵을 나누는 형제, 자매들에 대한 그리고 나아가서 그 밖의 다른 이웃들에 대한 사랑의 의무를 강조하게 된다. 이 성찬식은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 대축일」에 그 절정에 달하게 되는데 이날은 특별히 잔치의 분위기 속에 성찬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권고되고 있다.

넷째 단계는, 「성지순례」이다. 아일랜드에는 가톨릭의 그 오랜 역사와 더불어 성지들이 많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성지는 가톨릭 이전의 토속신앙과도 긴밀히 관련되어 있다. 성지순례를 통하여 지난 천년, 2천년 혹은 그 이상의 장구한 세월 동안 의미와 희망과 목적을 추구하여 걸어온 선조들의 자치를 더듬을 수 있고, 또 하느님이 어떻게 그들을 이끌어 오셨는지 반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초기교회의 황금시대에 그리고 암울했던 황폐와 갈등의 시대에도 그들을 지탱하여 온 그들 고유의 영승을 다시금 확인하고 재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성지순례는 대희년 기념행사의 핵심요소이기도 하다(5월 21일은 국가적 성지순례의 날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나아가 로마, 루르드 기타 유럽의 성지와 이르사엘로의 성지순례도 계획되어 있다.

다섯째 단계는, 여름철의 주제인 「레크리에이션」이다. 여러가지 여름 프로그램, 대희년 정원, 환경 프로그램 등이 계획되어 있고, 이 기간동안 교회는 신자들이 몸과 마음의 기운을 새롭게하고, 또 세상에 대한 저마다의 투신을 새롭게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8월 15일 성모승천 대축일엔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성대한 축제가 벌어질 계획이다.

여섯째 단계는, 가을철의 주제인 추수이다. 그 동안의 노력들에 대한 결실들을 함께 모으고 나누며 평가하는 모임들이 「본당 발전과 쇄신 위원회」에 의하여 전개되고, 이는 그리스도왕 대축일 전야에 평신도, 성직자, 수도자들이 함께 모여 미래의 도전과 기회를 전망하는 데에서 그 절정을 이루고, 그리스도왕 대축일에 이 모든 것을 봉사하는 참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신 그리스도께 봉헌하게 된다.

일곱째 단계는, 대희년 전반에 걸쳐 펼쳐지는 「축제」이다. 대희년 동안 모두 25개의 축제일이 지정되어 있는데, 이들 중 몇몇은 특별한 단체들 그리고 그들의 교회나 사회에 대한 공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그 외에는 신자들로 하여금 복음의 눈으로 특정한 사건들 그리고 그것들과 관련된 사람들을 바라보게끔 초대하는 것이다.

대희년은 다시금 하느님께로 향하는 하나의 특별한 방법으로서 우리에게 마련된 것이다. 전통적인 의미에 있어서 대희년의 주요한 요소는 땅을 묵히고 노예를 해방하는 것이다. 아일랜드 교회는 이 전통적인 의미를 되살려 우리 마음속의 농지를 묵히고 성찰의 자그마한 공간을 마련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하여 이천 번째 그리스도의 생일을 기점으로 하여 시작되고 다음해 주의 공현대축일로 막을 내리는 이 대희년을 세계역사의 진로를 바꾸어 놓으신 그분과의 관계를 쇄신하는 하나의 훌륭한 기회로 삼고자 한다.

이 대희년을 맞아 인권, 사회정의, 사회복지, 국민건강, 세계평화, 제3세계 부채탕감 등의 분야에 투신하고 있는 많은 단체들이 이 특별한 시기를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고자 새로운 계획들을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대희년을 위한 이러한 교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례나 교회의 여러 운동에 있어서 소극적이기만 한 아일랜드인들은 여전히 이에 냉담하기만 한 듯이 보인다. 그러므로 감성적이고, 친절하고, 소박한 민족성을 지닌 이들에게 어떻게 교회의 주체로서의 그들의 위상을 정립시켜 주고, 이 특별한 쇄신과 화해의 축제에 어떻게 이들로 하여금 깊이 동참케 하느냐, 하지않느냐에 따라 새 천년의 희망찬 미래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전개시키는 아일랜드 교회의 대희년 계획은 그 성과를 크게 달리하리라 보여진다.

아일랜드 킬러니 성 마리아 대성당에서 대희년 전야를 축하하며 복사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뒤로는 30년전 북아일랜드 분쟁에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전구가 빛나고 있다.
아일랜드의 성 패트릭성당.

안정호 수사(이시도로·예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