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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성물 이야기] 56. 청주교구 연풍성지 십자가·다섯성인상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0-12-14 수정일 2010-12-14 발행일 2010-12-19 제 2726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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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조화 이룬 성물들 ‘눈길’
병인박해 때 내포지방에서 선교하다 순교한 다블뤼 주교, 오메트르 신부, 위앵 신부, 장주기 요셉, 황석두 루카의 모습을 형상화한 성인상.
경상도와 충청도의 경계를 이루는 연풍지역은 두 지역의 신앙을 잇는 교차로다. 소백산맥 산릉에 속한 험지라는 지리적 여건 덕분에 신앙선조들이 박해를 피해 숨어든 천혜의 은신처이기도 했다.

최양업 신부와 프랑스 선교사 칼래 신부는 이곳을 거쳐 경상도와 충청도를 넘나들며 교우촌을 순방했다. 평신도의 모범이 되는 황석두 루카 성인의 고향이자 갈매못에서 순교한 성인이 묻혀있는 곳이기도 하다.

청주교구 연풍성지는 한국교회의 역사가 고스란히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초기 교회 때부터 신앙공동체가 형성돼 뿌리 깊고 끈질긴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최근에는 하느님의 종 124위와 증거자 최양업 신부의 시복시성, 시노드 후속사업의 효과적 추진을 위해 청주교구가 소개한 도보성지 순례코스의 종착점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여기에 아름다운 경관까지 갖추고 있어 이제 신자들에게는 천혜의 은신처가 아닌 영혼의 안식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성지의 아름다움이 돋보일 수 있는 것은 자연과 어우러진 성물 덕분이다. 특히 높이 8.5m의 대형 십자가는 순례객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성지 중앙 순교터에 세워진 십자가는 신앙 선조들의 발자취를 되새기게 한다.

성지에는 병인박해 당시 내포지방에서 선교하다 순교한 다블뤼 주교, 오메트르 신부, 위앵 신부, 장주기 요셉, 황석두 루카 등의 모습을 형상화한 다섯 성인상도 있다. 1986년 봉헌된 작품은 한국교회의 기반을 닦았던 다섯 성인의 고귀한 뜻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또한 성인상을 받들고 있는 반석은 다섯 성인이 사형선고를 받고 갈매못으로 끌려가던 중 다블뤼 주교가 교우와 포졸들에게 잔치를 베풀고 마지막 강론을 했다는 돌을 본떠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성지 곳곳에는 연풍성지 상징 기호를 조각한 작품을 세워놓았다. 상징 기호에는 성지의 특성이 잘 담겨 있다. 네 개의 원 모양은 연풍 순교 터에서 발견된 교수형 형구돌을 표현한 것이고, 신앙의 길목이자 교차로 역할을 한 이곳의 역사를 십자로 형상으로 그렸다.

연풍성지 중앙 순교터에 세워진 높이 8.5m의 대형 십자가.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