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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성물 이야기] 54. 서울 성북동성당 유리화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0-11-30 수정일 2010-11-30 발행일 2010-12-05 제 2724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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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색채 접목 “더 새롭네”
십장생-교회적 의미 연결한 독특한 해석 눈길
예수성탄·성모승천 등 주제로
여덟개 창에 다른 유리화 제작
서울 성북동성당 유리화 가운데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를 표현한 작품.
아름다운 성당으로 손꼽히는 곳 중 하나로 서울 성북동성당을 빼놓을 수 없다. 빨간 벽돌의 아담한 건축물은 종교공간인 이곳을 더욱 고풍스럽고도 경건한 공간으로 만든다. 여기에 성미술작품까지 어우러지면 그 아름다움은 절정에 달한다.

특히 8개의 창을 색색의 아름다움으로 꽃피운 유리화에 눈길이 간다. 유리화는 각기 다른 주제로 제작됐다. 예수성탄과 성모승천, 한국의 순교자들, 생명의 나무인 십자가 등 형상화된 내용도 가지각색. 하지만 결국 예수와 성모 마리아 그리고 한국순교자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그 중 몇 작품들을 소개해본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는 성미술품 주제로 자주 등장한다. 성당 유리화에서도 김 신부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정형화된 신부의 모습이 아닌 작가의 해석을 더해 종교적 메시지와 개성이 공존하는 작품이 됐다. 작품은 자신의 목을 들고 있는 김 신부와 라파엘호를 타고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김 신부 일행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한국적인 표현에 주목할 만하다. 창 상단에 십장생의 일부인 소나무와 학, 태양과 구름을 그려 지상에서 짧은 삶을 살았던 김 신부가 천국에서 영원한 삶을 이어간다는 의미를 담았다. 십장생과 교회적인 의미를 연결시키는 독특한 해석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또한 꽃처럼 피어 있는 8개의 붉은 성혈은 김 신부가 칼을 여덟 번 맞고 순교했다는 뜻이다. 다소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신자들에게 묵상거리를 던져주기에는 충분하다.

한국의 순교자들을 주제로 한 작품도 역시 한국적인 접목이 새롭게 여겨진다. 선교의 자유를 기도하는 주문모 신부와, 한국교회 최초의 여성회장 강완숙, 초기 평신도 지도자 정약종을 형상화했다. 작품 속 매화가지에 걸린 붉은 천은 세 명의 순교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매화는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 작품의 십장생과 마찬가지로, 이들이 죽음을 이기고 부활했음을 나타내고 있다. 작품들은 제대를 중심으로 양쪽에 설치돼 있다.

본당은 지난 2003년 정웅모 신부의 작품 해설이 실린 유리화 소개 리플릿을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다.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