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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성물 이야기] 53. 수원 남양성모성지 성모상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0-11-17 수정일 2010-11-17 발행일 2010-11-21 제 2722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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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화한 미소 … 포근함 넘쳐
단아하고 정숙한 머리모양은
희생하시는 어머니 연상케해
캐나다 오타와성당에도 세워
남양성모성지에 있는 3.5m 대형 성모상. 오상일 작.
한국교회에서는 처음으로 성모성지로 선포된 수원교구 남양성모성지(전담 이상각 신부). 그곳에는 한국적인 선(線)과 미(美)가 살아있는 ‘남양성모상’이 있다. 성지 내 20단 묵주기도의 길 끝에 서있는 성모상은 3.5m 높이의 대작이지만 왠지 모를 포근함이 느껴진다.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두 팔 벌려 자신을 찾아온 모든 이를 맞이하는 모습 때문이다.

하지만 성모상 외형을 보고 첫눈에 한국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도 있다. 한복을 입고 있는 것도 아니고, 머리를 쪽지고 있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길 수 있었던 것은 기본의 이미지를 최대한 유지시키면서도 한국적, 동양적 요소를 가미한 데 있다.

성모상은 무엇보다도 한복이 지닌 아름다운 선이 강조돼 있다. 특히 성모 마리아의 얼굴은 작가 오상일(프란치스코) 씨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이다. 베일을 쓰지 않고, 쪽머리를 변형해 조각했다. 단아하고 정숙한 머리 모양은 자녀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희생하는 어머니를 연상시킨다. 여기에 성모 마리아의 옷자락을 꼭 붙잡고 있는 아기 예수는 진정 자녀를 사랑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사실 성모상이 성지의 역사와 그 시작을 같이하는 것은 아니다. 1991년 고(故) 김남수 주교가 남양 순교지를 성모 마리아께 봉헌을 하면서 “성모님을 기억하며, 성모님께 기도하는 곳이 되길 바란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에 성지 전담 이상각 신부는 구상에 구상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10여 년 만에 탄생한 것이 ‘남양성모상’이다. 가능하면 한국인 심성에 다가갈 수 있는 모습으로, 모든 사람들이 ‘엄마’라고 느낄 수 있는 친근하면서도 보편적인 어머니 상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짧은 시간 동안 성모상은 많은 이들에게 기억될 수 있었다. 벌써부터 사람들의 손길로 인해 반질거리는 성모상의 발과 치맛자락, 아기 예수의 손과 옷자락이 이를 증명한다. 게다가 2005년에는 캐나다 오타와성당에도 세워져 남양성모상이 세계적으로 널리 사랑 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