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대희년을 배웁시다 (31) 저희 잘못을 용서하시고

박영식 요한 신부(가톨릭대학교)
입력일 2010-11-04 수정일 2010-11-04 발행일 1999-11-07 제 2175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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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청하려면 이웃 먼저 용서해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교서 「제삼천년기」에서 아버지 하느님께 봉헌된 이 1999년에는 『「하느님 아버지께 나아가는 여정」에 있다는 인식으로 모든 이가 인간의 구원자이신 그리스도께 굳게 매달려 진정한 회개의 여정을 시작하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하여 교황께서는 계속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회개는 죄에서 벗어나는 해방의 「소극적」측면, 그리고 자연법에서 표현되고 복음으로 확인되고 심화된 윤리적 가치들을 받아들임으로써 선을 선택하는 「적극적」측면 두가지를 모두 포함한다』(50항)

이런 뜻에서 회개는 죄를 짓지 않는 것과 선을 행하며 올바르게 사는 삶을 동시에 실현하는 것이다.

우선 회개는 그리스도인들이 아버지 하느님께 갚아야 할 「빚」이 있음을 전제한다. 하느님과 형제들 앞에서 우리는 영원한 빚쟁이들이다. 오늘도 우리는 말과 생각과 행동으로 얼마나 많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가. 회개는 마음을 바꾸어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려는 굳은 의지의 표현이며, 결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새로운 마음은 형제들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구체적인 행위를 통해 드러나야 한다.

아버지께로 돌아가려는 굳은 결심은 자비로우신 아버지로부터 죄의 용서를 받게 한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죄 때문에 마음에 충격을 받으시고 간장이 녹으시며(호세 11,8 참조). 당신께 되의 용서를 청하기를 원하신다. 그러나 우리는 하느님께 갚아야 할 빚들을 갚을 수 없는 무능한 존재이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거스르는 되를 용서하시기 위해 당신 아드님을 보내셨지만, 이와 동시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곧 무능한 인간으로서의 그리스도인은 자신과 동일한 선상에 놓여 있는 다른 인간들에게 이 빚을 갚을 수 있고 또 갚아야 한다는 점이다.

복음서는 하느님의 용서를 받은 사람은 형제들을 용서해야 한다고 가르친다(마태오 6,12 루가 11,4). 그래서 예수께서는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듯이 저희 죄를 용서하시기를』청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물론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들을 용서하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우리의 죄를 용서하셔야 한다는 가르침이 아니다. 하느님의 조건없고 무한한 용서가 언제나 우리가 형제들을 용서하는 것 보다 앞선다. 그러나 기분의 용서와 우리의 용서가 매우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의 용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 대해 마태오 복음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러분이 사람들의 잘못을 용서하면 하늘에 계신 여러분의 아버지께서도 여러분을 용서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사람들을 용서하지 않으면 여러분의 아버지께서도 여러분의 잘못을 용서하시지 않을 것입니다』(6,14~15)

그러므로 우리가 「받은」용서뿐 아니라 「주는」용서 역시 매우 중요하다. 우리를 용서하시는 하느님을 대하는 가장 기본적인 태도는 우리도 조건없이 형제들을 용서하는 것이다. 하느님의 용서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형제들을 용서해야 하는 것이다. (마태 18,23~35 참조). 이 점에 대해 하느님을 아버지로 부른 구약성서의 한 스승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가르친다.

『이웃의 잘못을 용서해주어라. 그러면 네가 기도할 때에 네 죄도 사해질 것이다. 자기 이웃에 대해서 분노를 품고 있는 자가 어떻게 주님의 용서를 기대할 수 있으랴. 남을 동정할줄 모르는 자가 어떻게 자기 죄에 대한 용서를 청할 수 있겠는가? 』(시라 28,2~4)

하느님 아버지, 우리를 용서하시고 우리에게 당신의 성령을 보내주시어 우리도 용서하는 법을 배우게 하소서.

박영식 요한 신부(가톨릭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