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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화합’의 시기 / 이지연 기자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0-10-27 수정일 2010-10-27 발행일 2010-10-31 제 2719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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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와 개신교, 불교를 비롯한 7대 종단이 사랑과 나눔 그리고 화합을 외쳤다. 지난 23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종교문화축제가 마련됐다. 이번 주제는 ‘함께 가자, 한 마음으로’였다.

사실 우리나라만큼 종교 간의 화합이 잘 이뤄지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많은 나라들이 종교 때문에 전쟁하고, 분열하지만 우리는 화합한다.

각 종교의 화합을 위해 마련된 종교문화축제도 벌써 14번째 열리고 있다. 이 축제에서 종교인들은 다른 종교를 알고 배우려고 한다.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미덕’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 미덕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여기저기서 화합을 외치지만 빈 소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고 소외시키는 일을 흔히 볼 수 있다. ‘다름’은 ‘틀림’이 됐다. ‘남’보다는 ‘내’가 우선이 됐다.

이제 고성과 몸싸움은 국회의 전유물이 아니다. 내 이익에 조금이라도 해가 된다면 어디서든지 들고 일어선다. 강남의 한 아파트촌에서 벌어진 주민 간의 몸싸움은 우리사회가 얼마나 각박해졌는지를 확인시켜준 소식이었다.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리던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동방난투지국’이 됐는지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극심한 이기심과 자기애가 팽배하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의 뜻을 생각해 봐야하겠다. 자신을 생각하는 만큼 다른 사람의 처지를 한 번만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화합’은 어려운 일도 아니다.

‘함께 가자. 한 마음으로’를 주제로 열린 종교문화축제에서 ‘사랑으로’를 부른 종단대표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눈길을 끈다.

사랑으로 이해하는 모습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지금은 배척이 아닌 진정한 ‘화합’을 이뤄야 할 때다. 문제는 누가 먼저 손을 내미느냐다.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