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대희년을 배웁시다 (29) 아버지의 나라가 오소서

박영식 요한 신부(가톨릭대학교)
입력일 2010-10-26 수정일 2010-10-26 발행일 1999-10-24 제 2173호 9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예수께서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서 공생활을 시작하시기 전에 세례자 요한이 유다 광야에 나타나 외친 말은 「하늘나라」곧 「아버지의 나라」가 다가왔으니 회개하라(마태 3,2)는 것이었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갈릴래아 저도를 시작하시면서 여기에 복음이라는 말을 첨가하시며 『때가 차서 하느님 나라가 다가왔습니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시오』(마르 1,15)라고 선포하셨다.

예수님은 아버지의 왕국을 선포하기 위해 오셨다. 그 왕국은 불의와 폭력으로 이루어진 많은 왕국이나 정부들과는 달리 사랑으로 이루어진 아버지의 나라이다.

성서 안에서 「하늘나라」는 「하느님의 나라」와 같은 뜻으로 사용된다. 그 나라는 하느님께서 모든 피조물에 대해 가지고 계신 통치에만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이루어지는 그 모든 관계를 가리키기도 한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접근할 수 없는 당신의 상태에서부터 「아래로」내려오시어 인간을 만나시고 인간에게 먼저 행동해 오신다.

이에 대해 인간은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고 이웃 사랑을 나눔으로써 하느님을 향해 「위로」올라갈 수 있다. 아래로 향하는 움직임과 위로 향하는 이같은 움직임에서의 만남이 새로운 상황을 결정하고, 이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거의 함게 사는 것과 같은 충실하고 밀접한 나눔을 이루게 된다. 이 새로운 실재가 곧 「하느님의 나라」이다.

이 나라는 가난한 사람들과 권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정의의 왕국이며 영원히 번영하는 왕국이다. 그 나라는 가난하고 헐벗은 사람들, 불법체류 외국인들, 억압받는 사람들, 빈곤과 육체적 노동과 전쟁, 그리고 강제노동으로 어린 아이들이 착취당하지 않는 아버지의 나라이다. 그 나라는 인종과 종교가 다르다고 해서 사람들이 무참히 학살당하는 나라가 아니다.

그리스도인이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기를 기도하면서 청하는 것은 사람들 사이에, 사람들의 삶과 사고방식 안에, 그들이 살고 있는 세상 안에서 그리스도의 풍요로움이 더욱 크게 현존하기를 청하는 것이다. 이는 아버지의 뜻이 땅에서 이루어 지기를 청하는 것과 직결된다.

한 가정이나 가족들 사이에서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왜냐하면 아버지의 뜻은 자녀들에게 좋은 것을 도모하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청할 때의 「아버지의 뜻」은 하느님께서 인간을 위해 생각하신 그 모든 것과 관련된다. 당신 아드님께서는 우리에게 당신의 뜻이 무엇인지를 특별한 방식으로 설명해 주시고, 어떻게 하면 그 뜻을 채울 수 있는지를 모범으로 보여주셨다.

예수께서 가르쳐주신 하느님의 뜻은 무엇보다 먼저 계명들(특히 사랑의 계명)이며, 그리스도 안에서 사람이 되시고 성령에 의해 해석된 하느님의 말씀으로부터 인간에게 다가오는 모든 지시들이다.

그분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아버지께 청하는 것은 수도적인 체념이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함께 참여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하느님께서 자기에게 제안하시는 바로 그것에 가장 좋은 몫의 있다는 것을 안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사랑하시고 기획하시며 당신 계획이 퉁만하게 실현되기를 간절히 원하시기 때문에 이 개념은 하느님 자신과 연관된다.

다른 한편 인간은 아버지 하느님께서 매순간 자기를 쫓으며 돌보신다는 것. 그리고 자기에 대한 사랑 때문에 당신의 뜻을 드러내신다는 것을 걱정과 기쁨으로 인식하고 있다.

박영식 요한 신부(가톨릭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