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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주일 특집] 군종교구 삼위일체본당의 삼군삼색 신앙 이야기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0-09-28 수정일 2010-09-28 발행일 2010-10-03 제 2715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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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은 업무 달라도 신앙 안에 우린 한 가족”
국군 요충지 계룡대에 위치
육해공 한곳에서 신앙 활동
화합·영성 위해 한마음 노력
군종교구 삼위일체본당은 삼군삼색이 어우러져 하나의 색을 만들어낸다.
한국의 펜타곤 계룡대는 한국군의 요충지다. 육해공군본부가 한곳에 위치한 만큼 전국에서 가장 많은 군인들이 생활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삼위일체 본당(주임 조정래 신부)은 나라를 지키는 군인신자들에게 ‘신앙본부’가 됐다.

제43회 군인주일을 맞아, 한 지붕 세 가족이 펼치는 삼군삼색 신앙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충남 계룡시 삼위일체본당을 찾았다.

■ 삼군삼색의 삼위일체

육해공 세 가족의 든든한 신앙 지붕 ‘삼위일체성당’
9월 26일 오전 10시, 계룡대 삼위일체 성당에서 교중미사가 시작됐다. 성당에 들어선 장병들의 군복색이 눈에 띈다. 카키색과 하늘색 등 다양하다. 일반적인 군종교구 본당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다. 3군 본부가 모여 있는 삼위일체본당에서만 가능하다.

본당은 1989년 육해공군본부가 계룡산 자락으로 이전하면서 설립됐다. 성부·성자·성령이 하나이신 하느님인 것처럼 육해공이 일치를 이루라는 뜻에서 본당은 ‘삼위일체’가 됐다.

전국을 아우르는 강인한 육군과 비행기를 다루는 만큼 예민함을 갖춘 공군, 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든든한 해군이 삼위일체본당에서 하나가 된다.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3군이 일치를 이루며 살아가는 이곳에 이보다 딱 맞는 이름은 없다.

재미있는 것은 3군의 개성이 본당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문화도 각각 다르다. 사목회 예하에 평신도협의회도 각 군별로 구성돼 있다. 한마디로 ‘한 지붕 세 가족’이다. 하지만 다 이유가 있다. 군의 특성을 이해하고, 더 많은 신자들이 본당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함이다. 이를 바탕으로 사목회가 운영되다 보니 튼튼한 주춧돌이 세 개나 있는 셈이어서 사목회도 든든할 따름이다.

본당에는 신자들만 3군이 다 있는 것이 아니다. 육군 강계원 신부, 공군 조정래 신부, 해군 서하기 신부 등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3군 사제들은 주임 신부를 순환적으로 맡으면서, 각 군 신자들을 아우른다.

군 업무도 병행해야하는 사제들과 신자들을 위해 지난해부터는 사목을 전담으로 하는 ‘부주임신부제’를 시작했다. 첫 부주임 박윤배 신부(공군)에 이어 올해 민경덕 신부(공군)가 현재 사목활동을 하고 있다.

설립 20주년을 갓 넘은 본당은 이제는 명실상부 신앙본부로서의 위상을 갖추고, 일치를 위해 나아가고 있다.

■ 주님 안에 우린 하나

군 생활을 하면서도 3군이 함께 근무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같은 군인이라고 할지라도 각 군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삼위일체본당은 중요하다. 신앙생활을 통해 서로의 업무와 고충을 이해할 수 있는 장이 자연스럽게 마련된다.

신앙의 힘은 그만큼 크다. 담당하는 업무는 다 다르지만 같은 신앙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하나가 된다. 물론 군이 계급 사회인 만큼 조금은 경직된 분위기도 있다. 특히나 군의 중요한 사령부인 이곳에는 장성급 군인들이 많다보니 갓 임관한 젊은 장교들과 부사관 등은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사목회와 성모회를 비롯 레지오 마리애, 성경공부모임, 성가대 등 본당 활동을 통해 소속 군과 계급에 상관없이 어우러진다. 덕분에 본당 분위기는 가족 같다. 사목회의도 전혀 딱딱하지 않다. 함께하며 서로를 이해하다보니 만나기만 해도 웃음꽃이 핀다.

개성이 강한 군 신자들의 화합을 위한 본당의 노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직까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던 본당 성지순례를 계획 중이다. 또한 전 신자가 함께할 수 있는 체육대회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작은 노력들이 모여, 본당은 ‘주님 안에 하나’가 돼 가고 있다.

■ 성장하는 삼위일체

군인들은 업무 이동이 잦기로 유명하다. 한 장성은 39년 동안 30번 이상을 이사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신앙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냉담자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삼위일체본당 주임 조정래 신부가 신자 재교육에 열성을 쏟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본당은 올해 다양한 신앙특강과 피정 등을 마련하고 있다. 오는 5일에는 노길명 교수를 초청해 특강을 갖는다. 이에 앞서 미래사목연구소에서 ‘냉담교우 모시기’에 대한 강의도 했다. 물론 신자들은 대환영이다. 전방 혹은 예하 각 부대에서 근무했던 신자들에게 신앙특강은 영적인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시원한 옹달샘과 마찬가지다.

이와 함께 ‘나눔’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시간도 준비한다. 군이라는 한정된 세계에서 생활하는 신자들이 이웃들의 애환을 알아가고,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눔으로써 성숙한 신앙인이 되길 바라는 뜻이 담겨 있다.

조정래 주임신부는 “3군이 함께 생활하는 삼위일체본당은 신자들이 신앙인으로서의 자질을 정립시킬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며 “다양한 특강과 피정을 통해서 많이 배우고 느껴서 작은 부대의 본당에 가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본당 가족들이 말하는 ‘삼위일체본당’

삼위일체본당 원장 수녀 :“군종교구 본당은 처음이지만, 육해공 3군이 함께 어울려 신앙생활을 하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입니다.”

박신규 본당 사목회장 :“가톨릭이라는 한 문화를 가지고, 같이 기도하고 생활하다보니 신앙적인 면 뿐 아니라 업무적인 면에서도 융화가 잘 이뤄집니다. 특히 신앙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다보니 3군의 협동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김윤정 본당 성모회장 :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에 근무하는 신자들이 함께 생활하다 보니 이해와 화합에 도움이 됩니다. 본당에서 서로 이런 문화가 바탕이 되어있다 보니 업무도 서로 협력하게 되고, 강한 군이 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는 것 같아요.”

공군군종병 이장혁 상병 : “교구의 다른 본당과 달리 이곳에는 육해공 신자가 다 있어요. 그러다보니 얼핏 보면 딱딱한 분위기일 거라고 착각하기 쉽죠. 하지만 오히려 한 가족 같은 분위기예요. 군종병으로서 사실 신자들이 많으니까 할 일도 많지만, 그만큼 챙겨주시고 아껴주십니다.”

◆ 인터뷰 / 군종교구 삼위일체본당 조정래 주임 신부

“서로에 대한 배려 배우는 곳”

조정래 신부
“신앙생활과 더불어 육해공 3군을 이해하고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배워가는 곳이 삼위일체본당입니다.”

군종교구 삼위일체본당 주임 조정래 신부는 짧지만 의미 있게 본당을 소개했다. 한국군의 협동성 강화를 위해 3군 본부가 통합되면서 설립된 본당은 지역적 특색과 마찬가지로 삼군삼색이 어우러져 하나의 색을 낸다. 본당명인 ‘삼위일체’와도 맞아 떨어진다.

“초대 군종교구장이신 고 정명조 주교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입니다. 성부·성자·성령이 각기 다른 인격이지만 하나인 것처럼 육해공도 각각 발전하면서 일치를 이루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삼위일체에 담긴 뜻에 따라 3군 신자들은 일치를 이루며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어려운 점도 있다고 조 신부는 토로했다.

“신자들의 전출입이 잦습니다. 특히 일이 많은 예하 각 부대에서 이쪽으로 전입 온 신자의 경우, 본인이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냉담에 빠지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조 신부는 냉담을 방지하기 위해서 신앙특강이나 피정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오는 12월 12일에는 ‘쉬는 교우 봉헌식’을 열어 숨어있는 신자들이 본당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이끌어 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곳은 본부이기 때문에 전국의 군인들이 꼭 거쳐 가는 곳 중 하나입니다. 이 때문에 사목자로서 가장 관심을 둬야 할 부분은 신자들의 재교육입니다. 여기서 기도의 의미와 방식을 배워서 많은 신자들이 어려운 군 생활 중에 내적 성숙을 이루길 바랍니다.”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