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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은총의 대희년을 맞이하며 - ‘내 탓이오’ 정신의 회복을 촉구한다/박정훈

박정훈(요한·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 고문)
입력일 2010-08-06 수정일 2010-08-06 발행일 1999-05-16 제 2151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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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처음, 천지창조 때부터 인간은 본성적으로 「네 탓」으로 시작했다. 선, 악의 열매를 아담은 하와에게 하와는 뱀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이 인간 타락의 시작이었다.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한 인간이기 때문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흥망성쇠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지금 주님의 은총의 해가 시작되는 대희년, 희망의 삼천년기, 새로운 밀레니엄에 직면하고 있는 이 때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는 예비된 다른 무엇이 무섭게 다가오는 것인지 분간되지 않고 있다.

유고의 인종청소로 죽어가고 있는 절망과 생지옥의 코소보 사태,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고 잇는 민족 종교 이념 분화 갈등과 분쟁은 집단이기주의에서 파생되는 사태로 치닫고 있다.

우리는 온 국민이 함께 기쁨을 나누어야 할 2천년 대희년을 맞이해야 하는데 우울하고 암담한 상황에서 IMF란 경제관리체제로 위기에 처해 있으며, 정치권은 여, 야가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 큰 정치로 미래지향적 국정운영 실현에 상호노력 한다고 말은 하지만 돌아서기가 무섭게 당리당락을 위한 저질 원색적인 공격과 비난, 단독의결, 장외투쟁 등 지역 패거리, 좁쌀정치를 하고 있으니 어떻게 큰 정치를 한다고 할 것인가!

그러나, 그 보다 더 큰 문제는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국민의 정서와 인간의 기본 윤리 문제이다.

어린이의 새끼손가락을 잘라간 강도가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하늘 같은 아버지라니, 아버지를 죽여서 냉장고에 넣어두는 세상,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하는 선생을 때려 코뼈를 부러뜨리는 학생, 여선생을 폭행하여 전치 3주의 상처를 낸 고교생, 이쯤되면 우리 마음의 눈이 멀었으며 우리 양심의 기둥이 무너지고 우리의 양심의 척도가 무너지고 있으니 바로 우리나라가 무너지고 있다고 말해도 누가 과언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총체적인 도덕 불감증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천박한 황금만능주의가 우리 모두의 의식 속에 도사리고 있으니 누가 누구를 돌로 칠 수 있을 것인가!

오늘날 우리 사회가 험악하고 메마르게 잘못된 것은 모두 남의 탓으로만 돌리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기 이속만 차리려는 데에서 속임수가 생겨나고 나아가서 속임수는 불신을 가져오게 된 결과이다.

남이야 죽든 말든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라는 형태가 오늘날 이와 같이 서로를 파멸의 길로 이끌어 가고 있다.

우리는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사회악, 즉 부정과 부패와 부조리들을 모두 남의 탓으로만 돌리면서 다른 사람의 가슴만 치도록 강요할 수 없다.

그러기에 「내 탓이오」운동이 필요하다. 이 「내 탓이오」정신은 부정과 불의와 부조리를 보고 비판하고 시정토록 촉구할 것을 요청한다.

이 「내 탓이오」학문도 이론도 아닌 하나의 양심에서 우러나오는 생활신조이다. 하늘을 무서워 할 줄 아는 진리의 격언이다.

우리 교회의 「새날 새삶」운동을 뼈저리게 깨닫고 나로부터 회개하자. 자비와 정의의 실천은 참다운 회개로부터, 그리고 대희년의 실천과제는 쇄신과 변화의 책임으로 우리들 자신에게 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내 탓이오」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24일 수원 남부경찰서 형사들이 관내 치안 불안을 「내 탓이오」로 신뢰받는 경찰관이 되자는 서약은 그간 불신받은 경찰관들의 돋보이는 훌륭한 변신의 일환이라 본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 잘 해 보겠다고 해보아야 잘 안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모두가 고치겠다고 나선다면 안 따라 갈 사람이 없다. 여기에 사회운동의 필요성이 있다. 바로 「내 탓이오」운동에 다시 불을 지펴야 한다.

이 「내 탓이오」운동은 평화의 사도로 세계 126개국에 산재하고 있는 평화봉사단을 기점으로 세계적인 운동으로 전개되고 있음은 이제 이 운동은 일개 종교단체의 운동이 아니고 한나라의 운동도 아닌 세계적인 정신운동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 「내 탓이오」운동이 불길처럼 퍼져나아가 지구촌의 모든 인류가 동반자 관계로, 나아가서 하루 속히 세계 평화가 깃들기를 빌면서 이 감격적인 영광을 하느님께 바치고자 한다.

바로 이렇게 될 때 잃어버린 우리 마음의 새끼손가락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박정훈(요한·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