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지상 신학강좌] 394 성사 각론 - 7성사에 대한 진보적 이해/이순성 신부

이순성 신부ㆍ광주가톨릭대학 교수
입력일 2010-07-05 수정일 2010-07-05 발행일 1998-01-01 제 2084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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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 영성을 위한 성사들
“성령강림의 은총 교회 공동체에 영적시키는 성사”
“말과 행동으로 신앙 전파해야 할 막중한 책임 부여”
2) 견진성사

견진 역시 원천적으로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서 수행하신 것이자 그분의 명을 받아 교회가 시행해 온 성사이다. 따라서 견진성사를 희망하는 사람은 세례성사와 마찬가지로 성령께 철저하게 의존함으로써 그 성사를 받을 수 있고 또 견진성사를 받은 사람은 이후 성령께서 활발하게 활동하시도록 자신을 더욱 활짝 열어 놓을 수 있게 된다. 요컨대 견진성사라는 사건 안에서 성령의 개입을 깊이 있게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되셨을 뿐 아니라(마태 1,20: 루가 1,35) 아버지께서 당신에게 『한량없이 주시는 성령』(요한 3, 34 참조)과의 완전한 친교 안에서 전 생애에 걸친 사명을 수행하셨다. 그런데 주님 예수 그리스도를 충만하게 채우신 이 성령은 오로지 메시아이신 그분에게 만이 아니라 그분의 백성 모두에게 전해지게 될 것이었다(에제 36, 25-27: 요엘 3,1-2 참조).

실제로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성령을 보내시겠다고 여러 번 약속하셨고(루가 12,12: 요한 3, 5-8: 7,37-39: 16, 7-15: 사도 1,8 참조) 그분은 이 약속을 부활날 처음으로 실현하셨으며(요한 20, 22 참조) 성령 강림일에 더욱 분명하게 실현하셨다(사도 2, 1-4 참조). 한마디로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서 손수 사도들에게 견진을 베푸신 것이다.

이렇게 견진으로써 성령을 충만히 받은 사도들은 즉시 『하느님의 위업』(사도 2,11)을 전하기 시작했고 그들의 선포를 받아들인 사람들에게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명에 따라 세례와 함께 견진성사를 베풀었다. 그리고 세례와 함께 견진성사를 받은 이들은 이미 주님께서 약속하신 대로 성령의 선물도 받았다(사도 2, 38참조).

성령강림날 발생한 이 사건은 그 후에도 그리스도의 뜻을 따르는 사도들에 의해서 끊임없이 재현되었다. 사도들은 새 신자들에게 기름 부어 굳건하게 해주고(2 고린 1, 21-22 참조) 안수하여 세례의 은총을 완성시키는 성령의 특은을 베풀어 주었던 것이다(사도 8, 19: 13, 3: 1 디모 4, 14). 바로 이 성령강림의 은총이 오늘날에도 견진으로써 교회 안에 영속되고 있다(교리서 1288조 참조).

교회는 지금도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가 사도시대부터 성령을 준다는 표상으로 견진성사를 받고자 하는 후보자들 머리 위에 안수하면서(두 손을 펴 후보자들 머리 위에 얹는 행위를 하면서) 바치는 성령청원기도(Epiclesis)로 견진성사를 수행하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그 성령청원기도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전능하신 천주여, 여기 있는 이 교우들을 물과 성령으로 다시 나게 하시고 죄에서 해방시키셨으니, 이 교우들에게 파라클리토 성령을 보내 주시고, 지혜와 깨달음의 성령과, 의견과 굳셈의 성령과, 지식과 효경의 성령을 보내주시며, 주를 두려워하는 경외심의 성령을 보내주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견진성사 예식서, 25항).

결국 견진성사를 받은 사람들은 성령으로 충만한 사도들이 행했었던 것처럼 하느님의 위업을 선포하는 일을 당연히 감당해 내야 한다. 성령으로 충만한 사람들은 성령의 특은으로 감당할 일들을 확실하게 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신자들이 견진성사로 더욱 완전히 교회에 결합되며 성령의 특별한 능력을 받아 그(글씨가 배우지 않음)하자면 견진성사를 받은 그리스도인은 공동체의 영성을 더욱 확산시켜 나가야 할 중책을 스스로 떠맡는 것이다. 그리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사명과, 그분이 충만히 지니신 성령의 충만함에 더 깊이 참여함으로써 삶 전체에서 『그리스도의 향기』가 퍼져 나가도록 해야 한다(교리서 1294 참조) 한마디로 견진성사를 받은 그리스도인은 성령으로 충만해 그 성령으로 하여금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시도록 해드리는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3) 성체성사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서 수행하신 성체성사와 이 성사의 항구한 시행 그리고 성체성사 사건 안에서 발생하는 현상에 대해 요약 형식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무교절 날, 곧 해방절 양을 잡아야 하는 날이 왔다. 예수께서는 베드로와 요한을 보내시며 말씀하셨다.

이순성 신부ㆍ광주가톨릭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