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지상 신학강좌] 395 성사 각론 - 7성사에 대한 진보적 이해/이순성 신부

이순성 신부ㆍ광주가톨릭대학 교수
입력일 2010-07-05 수정일 2010-07-05 발행일 1998-01-11 제 2085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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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 영성을 위한 성사들
“오늘날의 미사성제 성유스티노가 증언한 성찬례 과정에 근거”
“세례 성사때 받은 은총의 생명을 새롭게 하는 성사”
『가서 우리가 먹을 해방절 음식을 준비하시오』 그들이 예수께『저희가 어디에다 준비하면 좋겠습니까?』하고 여쭈자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제 당신들이 성안으로 들어가면 어떤 사람이 물 항아리를 지고 당신들에게 마주 올 것이니 그가 들어가는 집으로 그를 따라 가시오. 그리고 그 집의 주인에게 말하시오.「선생님께서 당신에게, 내 제자들과 함께 해방절 음식을 먹을 방이 어디 있소 하십니다」그러면 그 사람은 당신들에게 자리를 깐 큰 이층 방을 보여 줄 것입니다. 거기에 음식준비를 하시오』. 그들이 가서 보니 예수께서 말씀하신 대로였다. 그리하여 해방절을 준비하였다. 시간이 되자 예수께서 자리 잡으시고 사도들도 그분과 자리를 함께했다. 이윽고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고난을 겪기 전에 여러분과 함께 이 해방절 음식을 나누기를 참으로 간절히 바랐습니다. 사실 여러분에게 이르거니와, 해방절이 하느님 나라에서 다 이루어질 때까지, 나는 이 음식을 다시는 먹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잔을 받으시고 감사기도를 드리신 다음 말씀하셨다. 『이것을 받아 서로 나누어 마십시오. 사실 여러분에게 이르거니와, 하느님 나라가 올 때까지, 나는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지금부터 결코 마시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빵을 드시고 감사기도를 드리신 다음 떼어서 그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이는 여러분을 위하여 내어주는 내 몸입니다. 여러분은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시오』 또한 만찬을 드신 후에 그와 같이 잔을 드시고 말씀하셨다. 『이 잔은 내 피로 맺는 새로운 계약, 여러분을 위하여 쏟는 것입니다』(루가 22,7-20).

그분이 수행하신 성체성사는 사도들을 비롯해서 그 이후의 사람들에 의해서도 항구하게 시행되어 왔다. 사람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듣고 서로 도와주며 빵을 나누어 먹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였으며 한 마음이 되어 날마다 열심히 성전에 모였고 집집마다 돌아가며 같이 빵을 나누고 순수한 마음으로 기쁘게 음식을 함께 먹으며 하느님을 찬양하였던 것이다(사도 2,42-26참조).

이 성체성사 사건은 이미 언급한 내용들의 표현과 그 행위에 대한 해석에 토대를 둔 것으로서 감사례라든지, 성찬모임, 주님의 만찬, 주님의 수난과 부활의 기념, 친교(영성체) 거룩한 희생제사 등 다양하게 불리고 있지만 총체적으로는 성찬전례 혹은 미사성제라고 칭해진다. 오늘날 우리 시대에 시행되고 있는 성찬전례 혹은 미사성제도 이미 주 후 155년경의 순교자 성 유스티노가 증언했던 성찬례의 거행과정을 그 근간으로 한 것이다.

어쨌든 성체성사 사건 안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서 핵심적인 것이라면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말씀과 성령청원기도(Epiclesis)를 통해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거룩한 변화는『감사와 기념과 현존』즉 『그리스도께서 성부께 드리는 감사와 찬미』,『그리스도와 그분 몸의 희생을 기념하는 제사』, 『그리스도의 말씀과 성령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그리스도의 현존』(가톨릭교회 교리서 1358조 참조)이라는 현상을 함축한다. 그리고 이 삼중적인 현상이 성체성사의 영성적인 측면을 명확히 드러내 준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이 점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이 초기부터, 다양한 시대와 전례들을 거치면서도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가지 형태로 성찬례를 거행해 온 것은, 수난 전날 저녁에「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라」(1고린 11,24-25)고 하신 주님의 명령에 우리가 매여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님 희생의 기념제를 거행함으로써 이 명령을 수행한다. 이를 행함으로써 우리는 성부께서 친히 우리에게 주신 것, 즉 창조하신 선물, 성령의 힘과 그리스도의 말씀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된 빵과 포도주를 성부께 드린다. 이렇게 해서 그리스도께서는 실제로 또 신비로이 현존하신다.』(교리서1356-1357조). 그러므로『성체의 형상 안에 그리스도께서 현존하시는 방식은 독특한 것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성체성사를 모든 성사 위에 들어 높이시고「영성생활의 완성과 모든 성사가 지향하는 목적으로」삼으신다』(1374조). 그리고 교리서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물질적 양식이 육체에 주는 효과를, 영성체는 놀라운 방식으로 우리에게 영적인 생명을 준다.「성령 안에서 생명을 가지고, 또 성령 안에서 생명을 주는」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살을 받아먹는 것은 세례 성사 때 받은 은총의 생명을 보존하고 성장시키고 새롭게 한다』(1392조).

이순성 신부ㆍ광주가톨릭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