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아시아교회가 간다] 아시아 교회 연대 그리고 복음화 향한 대장정 16. 일본 (1) 왜 선교가 안되나?

일본=신정식 기자
입력일 2010-07-05 수정일 2010-07-05 발행일 1998-01-18 제 2086호 20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창간 70주년 특별기획ㆍ현장르포
뿌리 깊은 신도ㆍ불교 무화의 벽 두터워
경제적 풍요와 바쁜 직장ㆍ사회생활
「폐 끼치기」싫어하는 국민성도 한몫
직접선교 없어…간접선교에만 의존
『교황』『마더 데레사』하면 고개를 끄덕이다가 『추기경』『신부』『주교』하면 고개를 갸우뚱 생소하다는 표정을 짓는 일본인들. 입국심사장에서 직업을 묻기에『신부』라고 대답하자『뭐하는 직업이냐』고 물어오는 일본인. 심지어 수녀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찾아와『남편은 어디 갔느냐』고 묻는 일본 공무원들…

일본에서의 가톨릭교회에 대한 인지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들이다. 그나마 교황과 마더 데레사도 매스컴을 자주 타 유명인 정도로 알려져 있을 뿐이지 가톨릭교회와 깊이 연관해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교세가 약하다는 것을 어느 정도는 알고 취재길에 올랐지만 막상 현지에서 느껴지는 일본 가톨릭교회의 존재는 너무나 왜소(?)했다. 무엇을 취재할지, 취재 거리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던져지는 첫 질문은『왜 일본 가톨릭교회는 이렇게 교세가 약합니까?』『왜 신자가 늘지 않습니까?』『왜 수십 년, 수백 년이 흘러도 교세가 성장하지 않습니까?』『일본교회의 교세가 정체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등등 이었다.

80년대와 90년대 한국교회의 엄청난 외적인 성장을 보아온 기자에게 일본교회의 교세 정체 내지 감소는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지닌 인지도와 경제적인 부를 전제로 했을 때 일본 가콜릭교회의 성장은 아시아 교회에 많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이, 그렇지 못한 안타까운 현실로 인해 더욱「일본 교세」에 관심을 갖게 한다.

95년 말 현재 일본 가톨릭신자수는 43만6천4백62명. 총인구 1억2천5백56만8천5백4명의 0.34%를 차지하고 있다. 이나마 94년보다 1천여 명이 줄어든 상태. 최근 10년간의 교세 통계를 보면 신자 42~43만 명, 복음화율 평균 0.35%를 맴돌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일본 교회의 교세는 정체내지 감소의 길을 걷고 있는가?

국민성

1주일간 일본에 머물면서 일본 사람들로 부터 가장 많이들은 말은 『스미마생』이었다. 죄송하다는 말이다. 무엇이 죄송한지 잘 알수 없었지만 그들은 죄송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만큼 남에게 폐 끼치기를 싫어하는 국민성을 가졌다는 말이다.

따라서『성당에 나오세요』라는 한마디가 혹시나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고 실례되는 언행이 될까 그들은 두려워한다. 또한 거절당하는 것이 두려워서도 성당 가자는 말을 끄집어 내지 못한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거절당하는 수모를 겪지않기위해 이들은 불문율 같이 조금이라도 부담될 말은 하지 않는다.

또한 이들은 변화를 싫어한다. 운전 중 옆 차선이 비었어도 이들은 차선 변경을 잘 화지 않는다. 고지식할 정도로 변화를 싫어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종교를 받아들이고 종교생활을 한다는 것은 엄청난 사건(?)임에 틀림없다.

이들은 준비성이 철저하다. 어떤 행사를 치르기 위해서는 적어도 1년 전부터 모임을 가지면서 빈틈없는 준비를 해야 한다. 이들이 세례받기 위해서는 적어도 3년간의 예비신자교리를 필요로 한다. 철저하게 공부해서 자기 확신이 굳혀져야 세례를 받는다. 물론 3년간 교리 공부를 하고서도 세례받기를 포기하는 이들도 있다.

사회ㆍ경제적 배경

사실 일본 국민들은 전후 약 30~40년가 경제적인 부를 누리면서 안정된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들에게 종교 그 자체가 그렇게 절실하게 와닿지 않는 것 같았다. 유럽 교회가 쇠퇴하듯 이들이 누리는 경제적인 여유는 종교를 필요로 하지 않는 시대로 이끄는 듯했다.

일본 사람들 특히 직장을 가진 남자들은 종교생활을 할 시간이 없다. 밤 10시 전에 귀가하는 가장은 아주 가정적이다. 새벽 6~7시 출근길에 나서 밤 9~10시 쯤 퇴근한다. 그러고는 동료들과 함께 술자리를 마련하고 자정쯤이 돼야 귀가한다. 따라서 일요일 하루는 무조건 집에서 쉬어야한다. 주일 미사만이라도 참례하는 사람은 그래도 열심한 신자다. 이것은 이들의 직장 문화다. 가정보다 회사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이상한 문화다.

일본의 교육열은 우리보다 도하다. 좋은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유치원 때부터 엄청난 입시부담을 안고 살아야 한다. 따라서 주일학교에 학생들이 거의 없다. 한 교구의 전체 학생 수가 우리나라 한 본당의 학생 수보다 작은 곳도 있을 정도다.

문화ㆍ종교적 배경

일본 사람들은 태어나서는 신사에 바쳐지고 결혼은 교회에서 하며, 죽어서는 불교식 장례를 지잰다. 따라서 이들의 삶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는 신도나 불교는 종교라기보다 하나의 문화같이 보였다.

이들은 신사에 가는 것이 습관화되어있다. 1년에 한두 번, 일정한 연령이 되면 신사를 찾는다. 집집마다 신사에서 사온 부적을 붙여놓고 차에도 달거나 붙이거나 한다. 「마쯔리」라고 부르는 축제도 신사를 중심으로 벌어진다. 가톨릭 신자라고 해서 집안에 부적이 없거나 축제때 성금을 내지않으면 지역 사회에서 띠돌림받게되고 사회생활이 어려워 진다.

마치 우리가 제사 모시는 것을 중시하듯 일본인들은 조상의 무덤 지키는 의식을 중요시한다. 불교의식에 따라 화장후 절에다 위패를 모시는 이들의 풍습상 가톨릭으로 개종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 다. 조상을 모시는 책임이 주어져 있기 때문에 개종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집안의 문제가 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일본인들이 가진 국민성과 직장, 지역 사회, 집안이라는 집단의식은 새로운 종교를 갖고나 종교생활을 영위할수 있는 틈을 주지핞는 것 같다. 그래서 일본 가톨릭중앙협의회 사무국 차장 아노 신부가『다니라 말하지 않는다』는 말이 이해가 될 듯도 하였다. 직접선교는 상상할 수도 없고 간접선교에만 의존하고 있었다.

일본=신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