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지상 신학강좌] 396 성사 각론 - 7성사에 대한 진보적 이해/이순성 신부

이순성 신부ㆍ광주가톨릭대학 교수
입력일 2010-07-02 수정일 2010-07-02 발행일 1998-01-18 제 2086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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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 영성을 위한 성사들
“죄는 회개와 화해 차원에서 정리돼야 할 대상”
“그리스도의 이름과 성령으로 씻겨지고 성화되는 구원의 성사”
요컨대 성체성사는 이미 교회가 성령청원기도를 하며 성부께서 성령(또는 성부의 강복하시는 능력)을 빵과 포도주 위에 보내시어, 그 능력으로 빵과 포도주가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되게 하시고, 성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오직 한마음 한 몸이 되게 하여 주시기를 간청(교리서 1353참조)한 것처럼 그들이 오로지 성령으로 말미암아 공동체 영성을 항구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자 그들을 그렇게 할 수 있게 하는 활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4) 고해성사

죄로부터의 회개와 용서, 복음을 믿음 그리고 구원을 얻어 누림에 관한 요구야말로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신 것 가운데 핵심에 해당하는 것들이다(마르 1, 15: 루가 24, 47). 사람들은 그분의 요구에 응하든지 거부하는 태도를 취했다. 그분의 요구에 응한 이들은 복음에 대한 믿음으로 인한 죄로부터의 회개와 함께 그분이 베푸시는 죄에 대한 용서를 통하여 얻어 누리는 구원을 현실적으로 체험했다(여러 구절들).

그 죄의 본질은 다른 것이 아니었다. 인간은 예외 없이 하느님에 의해 창조되고 하느님과의 인격적인 사랑의 관계에로 불리웠고 하느님은 그 사랑 안에서의 인간성의 최종적인 평화와 행복 그리고 성취와 구원(해방과 생명)인 당신 자신을 자유롭게 주셨으며 인간은 그러한 사랑의 관계 안에서 하느님의 자아증여를 자유롭게 받아들이고 자신들의 삶의 구체적인 경과 중에 그에 연루된 바를 생활해 감으로써 은총과 최종적인 구원(해방과 생명)을 얻어 누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유롭기에 그러한 관계를 거절함으로써 그리고 하느님의 정의의 약속과 요구에 따라 사는 것을 거부함으로써 하느님으로부터 떠나 올 수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죄의 본질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회개(의 세례)를 통해서 첫인간 아담으로부터 유래한 인류 공동의 죄를 용서받고 교회인으로서의 그리스도인으로 입문함으로써 그 허물을 벗을 뿐 아니라 은총으로 충만한 구원된 자가 되어 끊임없이 회개한 자답게 성체성사의 삶을 살아올 수 있었던 사람이었음에도 교회인으로서 그리스도의 성사다움을 상실하는 가운데 또 다시 자신의 탓으로 저지른 죄와 그로 인한 허물을 입게 되는 경우들이 있게 되는데 바로 이러한 경우의 죄와 그 허물도 마찬가지로 새롭게 벗어 버려야 할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죄는 이제 더 이상 하느님과 죄인 사이에서 개별적으로 처리될 수 있는 그 무엇이 아니라 예수께서 실천적인 구원의 방안으로 제시해 주신 교회 공동체의 중재라는 방식으로 처리되어야만 하는 대상이었다. 말하자면 그것은 회개와 화해라는 차원에서 정리되어야 할 대상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다음과 같은 마태오복음 18장 15-18절과 그 내용이 변형 전승된 것으로 여겨지는 요한복음 20장 22-23절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당신의 형제가 당신에게 죄를 짓거든 가서 당신과 그만이 마주하여 그를 책망하시오. 만일 그가 당신의 말을 들으면 당신은 그 형제를 얻은 것입니다. 그러나 듣지 않거든 당신과 함께 한 사람이나 두 사람을 더 데리고 가시오. 두 증인이나 세 증인의 입으로 모든 일이 확정되도록 하려는 것 입니다. 그가 그들의 말도 귀담아 듣지 않거든 교회에 말하시오. 교회의 말도 귀담아 듣지 않거든 당신은 그를 이방인이나 세리처럼 여기시오….」(마태 18-15-17)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숨을 불어 넣으시며 말씀하셨다. 『성령을 받으시오. 여러분이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들은 용서받을 것이요, 여러분이 누구의 죄든지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요한 20, 22-23)

교회 공동체를 통한 회개와 죄의 용서 그리고 화해를 주축으로 한 고해(회개와 화해)성사의 전통적 실천은 그 후 초기 그리스도인 공동체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공동체 내의 죄인들(1고린 5, 1-11: 1디모 1, 18-20)이 그들만의 슬픔과 고통에 젖게 하지 않도록 공동체가 함께 용서하고 위로하며 화해하는 가운데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감싸줌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 흐트린 공동체의 영성생활을 쇄신할 수 있도록 해주었던 것이다(II고린 2, 5-10: 야고 5, 16참조). 말하자면 그들은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과 하느님의 성령으로 깨끗이 씻겨지고 거룩하여졌으며 의롭게 되었던 것이다(I 고린 6,11).

성령으로 말미암아 회개하고 성령과 함께 하시는 아버지와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죄를 용서받아 구원되는 것을 체험하게 하는 고해성사는 여전히 교회 안에서 시행되고 있다. 그 고해성사의 사죄경을 소개하겠다.

이순성 신부ㆍ광주가톨릭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