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아시아교회가 간다] 아시아 교회 연대 그리고 복음화 향한 대장정 17. 일본 (2) 부자 나라 가난한 교회

일본=신정식 기자
입력일 2010-06-28 수정일 2010-06-28 발행일 1998-02-22 제 2090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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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70주년 특별기획ㆍ현장르포
“교회에 돈을 왜 내” 아직도 동전 봉헌
주일미사 참례 10명 이하 본당 수두룩
본당 신부 식사 빨래 손수 해결
예비신자 교리 3년…지적수준 높아
모든 행사는 1년전부터 철저히 준비
일본 성당에는 신자들이 없다. 주일 미사 참례 신자수가 10명도 채 안되는 성당이 수두룩하다. 나가사키 대교구와 몇 몇 큰 성당을 제외하고는 성당 운영 자체가 어려울 정도이다.

95년말 현재 성당이 8백21개, 신자수 43만 6천4백62명. 따라서 한 본당 평균 신자 수는 5백32명이 안된다. 주일미사 참례자 수는 14만2천7백여 명. 33%를 넘지 못한다. 우리와 비슷한 냉담ㆍ행불자의 비율을 볼수 있다. 신자들이 도시 본당에 편중된 것을 감안한다면 신자수 1백명 안팎의 본당이 수두룩하다는 얘기다.

신자수가 적어서 일까? 일본 교회는 가난했고 본당 살림도 궁핍했다. 사제관에는 식복사도 없다.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손수 끼니를 해결하는 일본 신부들의 모습은 약간 충격으로 다가왔다. 심지어 눈이 오면 주교가 직접 마당을 쓸어야 하는 형편이었다.

일본 교회가 가난한 것은 신자수가 적어서만은 아니었다. 교회에 내는 헌금이 적었다. 동경대교구 주교좌 성당의 주일 중심미사 봉헌금은 대부분 동전이었다. 뒤이은 한인미사 봉헌금이 대부분 지폐였음은 묘한 대조를 이뤘다.

「교회에 돈을 왜 내나」가 일본 신자들의 기본 의식인듯 했다. 무엇보다 교회는 가난해야 하고 신부도 청빈해야 한다는 의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돈이 필요하면 수도회에서 원조를 해줄 텐데」하는 의존의식이 강했다. 이는 일본 교회가 수도회 중심으로 성장해 오면서 자생력을 키우지 못한 결과인것 같았다.

일본 신자들은 식사 전후에 기도도 없다. 단지 손을 합장하고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하는 게 고작이다. 이는 일본 전통의 식사 예절일 뿐이다.

신심단체나 액션단체 활동도 미미하다. 레지오 마리애의 경우 한 교구 쁘레시디움 수가 우리나라 한 본당의 쁘레시디움 수보다 적은 경우가 허다하다. 빈첸시오회 활동이 조금 있을 뿐이었다. 요코하마 후지사와시(市) 공무원이 3천여명인데 그중 신자는 4~5명이 고작이다. 당연히 신우회는 찾아볼 수 없다.

일본 성당에는 수녀가 없다. 신부 혼자서 성무활동과 신자 교육을 수행한다. 살림은 평신도들이 꾸려간다. 취재중에 만난 많은 일본 성직자들은 한국 수녀들의 본당 사도직 활동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일본 성당에 수녀가 없는 이유는 각 수녀회들이 처음부터 고유 카리스마(영성)를 좇아 특수사목-교육ㆍ의료ㆍ빈민ㆍ출판 사목 등-에만 종사해왔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교회 수도회가 고유 카리스마를 찾아야 한다는 자성과 함께 본당사도직 활동에 관한 전반적인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과는 사뭇 대조되는 감이 있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도 컸다.

그러나 일본 가톨릭 교회 평신도 개개인의 신앙적 깊이는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호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이들의 예비신자 교리기간은 3년이다. 3년 동안 공부를 하고서도 개인적인 확신이 들지않으면 『자신없다』며 세례받기를 포기한다. 한국의 경우 보통은 6개월만에, 최근 들어 길어야 1년 걸리는 것을 감안할 때 그들의 입교 자세와 준비는 본받을 만했다.

또한 조직별과 단결심이 뛰어나다. 평소 성당활동이 소홀하고 재정적으로 인색하나 일단 사목회 차원에서 결정된 일에는 똑같이 부담을 안고 헤쳐나간다. 최근 들어서는 「우리 교회는 우리 손으로 꾸려나간다」는 의식이 확산되면서 수도회에 의존하던 습성을 버리고 자체적으로 성당 보수나 사업을 위해 기금을 모으기도 했다.

당연히 성당 살림도 평신도들이 꾸려간다. 사목위원회 재정분과 일에 본당 신자가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본당 신부는 주일 봉헌금이 얼마나 들어왔는지도 모른다.

준비성 또한 대단하다. 어떤 행사를 치르기 위해서는 적어도 1년 전부터 철저한 준비에 들어간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비한 그들의 준비 정신은 한편으로는 융통성 부족이라는 아쉬움을 갖게 하지만 알차고 내실있는 행사를 통해 우리의 조급함과 부실을 돌아보게 한다. 따라서 일본 평신도 개개인에게서는 주어진 부분에 책임을 다하는 성실함을 볼 수 있다.

일본교회의 특징 중 하나는 성당에서의 결혼식이 많다는 것이다. 95년 한햇동안 일본내 성당에서 1만9백46쌍이 결혼했다. 이 가운데 신랑 신부 모두 신자로서 정식 혼인 성사로 치러진 경우는 6백21쌍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가톨릭과 무관한 무종교인이거나 타종교인이고 관면 혼인성사가 조금 있을 뿐이다.

이 같은 현상은 서구 유럽문화를 동경하는 일본인들의 사고가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개신교에서 더욱 심한데 손님(?)을 끌기 위해 교회를 더욱 서구풍으로 화려하게 꾸미기도 한다고 한다.

아무튼 일본 가톨릭 교회에서는 비신자들의 결혼 신청이 들어오면 일정 교육을 거쳐 간단한 말씀의 전례와 함께 결혼식을 주례해준다. 이를 통해 간접 선교의 효과도 올리고 궁핍한 본당 재정을 조금이라도 뒷받침한다.

일본=신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