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아시아교회가 간다] 아시아 교회 연대 그리고 복음화 향한 대장정 18. 일본 (3) 동경대교구장 시라야나기 추기경

일본=신정식 기자
입력일 2010-06-28 수정일 2010-06-28 발행일 1998-03-01 제 2091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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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70주년 특별기획ㆍ현장르포
“선교,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해야”
일본 국민 논리ㆍ지성적 사고는 선교의 큰 장애
아시아인 심성 파고들어야 아시아 복음화 가능
토착화, 「하느님 어머니」이미지 부각 필요
한국 교회에서는 신자들의 이원화된 삶, 즉 신앙과 삶이 일치되지 않는 「신앙 따로 생활 따로」가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이에 따른 냄당자 행불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가 큰 과제이다. 일본 가톨릭교회의 최대 현안은 무엇이고 어떤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는가?

▲일본도 한국과 똑 같다. 한국은 신자수가 많아 그런 면이 부분적으로 두드러질 수 있지만 일본교회는 전반적인 현상이다. 동경대교구는 신자들의 재교육과 의식개혁을 위해 피정이나 강습회 등을 실시하고 있다.

신자들이 사회에서 신앙인으로 살지 못하면 복음화는 불가능하다. 이를 어떻게 해결하나가 가장 큰 고민이다. 한국교회는 평신도가 창립하고 그 중심을 이뤄왔다. 일본교회도 이 점을 배워야 한다. 일본교회는 성직자 중심이다. 성직자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선교사들이 일본에 정착하면서 경제력까지 가지고 와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그 기간이 너무 길었다. 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자립 노력을 기울여오고 있다. 우리끼리 우리 교회를 꾸려나가자는 의식개혁 운동이다.

성령의 은총도 미약

-80년대와 90년대 한국교회의 엄청난 양적 성장을 보아온 기자는 일본 교회의 정체에 상당한 궁금증을 가진다. 왜 일본교회는 양적인 면에서 성장하지 못하는가? 이에 비추어 일본교회의 미래는 어떻게 보는가?

▲잘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성령께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근본적인 이유 중의 하나다. 성령께서 일본에 안 계시고 한국에 계시는 것 같다.

또 다른 이유는 접근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종교를 받아들이는데 있어 너무나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다. 마음이나 감정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논리나 지성보다 마더 데레사와 같이 삶의 방식을 통해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 필요하다. 논리 이성보다는 마음에 호소하는 사랑, 따뜻한 감성에 호소하는 선교가 필요하다. 열심히 선교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잘 안 되고 있다.

일본 교회의 미래는 일본 사람의 정신구조에 맞는 표현방식으로 신앙을 새롭게 정립해야 하는데 달려있다. 신자 개개인의 의식개혁을 통해 활발하게 살아 움직이는 교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성직자 양성이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성소가 없어 어려움이 많다. 이런 점에서 2000년 대희년은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본당중심의 대희년 준비

-방금 2000년 대희년을 언급했듯이 지금 세계교회는 2000년 대희년 맞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교회의 대희년 맞이자세와 준비 상황은 어떤가?

▲근본적으로 대희년을 맞아 신자 모두가 변화되는 의식개혁을 희망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 교회는 전국 차원의 행사는 절대 하지 않을 방침이다, 대규모 행사에는 신자 일부가 수동적으로 참가할 뿐이다.

반대로 본당 중심이나 크게는 교구중심 행사를 통해 전 신자가 동참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주교단에서는 교서를 통해 지침만 내려주고 있다. 교구에서도 나름대로의 의견을 본당에 전달하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준비는 본당 차원에서 이뤄졌으면 좋겠다.

지난해는 「그리스도의 해」였다. 그리스도와 개인과의 관계심화에 초점을 두고, 성모님과의 관계심화, 세례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중점을 두었다. 교황은 「특별히 나와 그리스도와의 관계가 어떤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그리스도가 인간을 위해 죽었다」가 아니고 「나를 위해 죽었다」는 인식이다.

토착화, 내면적인 것이 중요

-어느 나라 교회나 자국 실정에 맞는 토착화 노력이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일본 교회의 토착화 노력은 어느 정도이고 어떤 성과들이 있나?

▲일본교회는 유럽 선교사들이 들어와 시작됐고 지금도 수도회가 중심이 되고 있다. 이들 선교사들은 유럽식 사고와 정신으로 일본에서 접근했고 이것은 일본 교회의 토착화 측면에서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엔도 슈사코와 같은 문학가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교회는 물론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작품 내용에 있어 가끔은 신학적으로 위험한 경향도 띠지만 비신학적 용어를 사용해 일반인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그리스도의 정신을 전파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하느님이 멀리 있는, 심판하시는, 억압하시는 분으로 인식돼 있다. 사랑의 하느님으로서 우리와 함께 걷고, 손잡아주는 분으로서의 이미지 전환이 중요하다. 「하느님 아버지」란 이미지보다는 「하느님 어머니」의 이미지가 부각되어야 한다. 따라서 토착화에 있어 외형적이고 시각적인 것보다는 내면적인 것이 더 중요하다.

사회복지분야 개척

-일본 가톨릭교회의 지역사회 기여도, 혹은 지역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나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교육이나 사회복지 분야에서 많은 노력을 펼쳐왔다. 오랜 역사와 함께 비교적 좋은 평판을 얻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사회복지 분야에는 개척자 정신으로 참여, 살아 있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 발전과 함께 국가 지원이 많아지면서 정신이 퇴화하고 종사자들은 봉급자로 전락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도 경제가 성장하면서 외국인 노동자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다. 일본교회는 외국인 근로자 사목을 위해 어떤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나?

▲10년 전부터 외국인 근로자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본당에 따라서는 일본인 신자보다 외국인 신자가 더 많을 정도이다. 이에 대해 일본 신자들은 『교회는 외국인만 챙기고 있다』 혹은 『외국인들에게 본당을 빼앗길 위험이 있다』며 원성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나는 단호하게 외국인 근로자 문제는 우리 교회 전체의 숙제이며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말한다. 이들을 감싸지 못하면 교회는 정체성을 잃게 된다.

동경국제센터 등지에 전문가를 상주시키면서 불법 체류자나 부당대우, 부상 당한 근로자들을 돕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매월 사제 모임을 통해 고민을 나누고 있으나 제대로 대처가 잘 안 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도 문제이지만 그들 자녀의 신앙 교육도 대단히 심각하다. 그들은 유아세례를 요구하지만 세례를 주고 나면 성당엘 나오지 않는다.

타종교와의 대화도 중요

-일본 교회가 비록 교세는 약하지만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신심과 일본이라는 국가적인 배경이나 인지도 등으로 아시아 복음화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시아 복음화에 있어 일본 교회의 역할은 어떤 것이 있겠나?

▲21세기는 인구나 경제적인 면에서 아시아가 주목받는 단계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 복음화에 있어 일본 교회가 리더십을 쥐려는 생각은 없다. 다른 나라와 협력해 나갈 것이다. 경제력이나 국가의 힘보다는 영적인 면에서 아시아인의 심성을 파고들어야 할 것이다. 또한 타 종교와의 대화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금년에 열릴 아시아 주교시노드가 큰 전환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중심으로 아시아 교회는 새로운 탈바꿈을 할 것이고 아시아 각국 교회는 긴밀한 협조 가운데 발전해 나갈 것이다.

한국교회 무척 사랑

-추기경께서는 한국교회를 무척 사랑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일본 내 한인교회를 위해 많은 배려를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교회에 대한 인상과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해결책, 또한 한국교회를 통해 일본교회가 배울 점은 무엇인가?

▲개인적인 친분으로 한국교회를 알기 시작했다. 고 지학순 주교의 활동은 특히 감동을 주었다. 대단히 존경하는 인물이다. 김수환 추기경이나 윤공희 대주교 등과도 친분이 있다. 일본 내 한인 신자들의 열성은 일본 교회에 많은 자극이 되고 있다.

한국교회에 냉담자가 늘고 있는 신앙적인 삶이 부족한 것은 교호가 커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본당활동에 열심인 수녀들을 통해 한국교회는 번창할 것이라 생각한다.

일본 성당에는 수녀가 없다. 일본 수녀들은 그들의 고유한 사업에만 투신하고 있고 그 일만 수행하기에도 벅차다. 더구나 그들조차 수가 줄고 있고 노령화되고 있다. 한국 수녀들의 본당활동이 부럽다.

일본 수녀들의 생활방식이나 양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같은 일본 수녀라도 브라질에 파견돼 선교활동을 펼치고 있는 수녀들은 눈이 살아 있어 반짝 반짝하는데 일본에만 들어오면 생기가 없어져 버린다. 이는 수도자로서의 삶이 우선되지 않고 규칙과 룰이 삶의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아무튼 한일 양국 교회는 서로 깊이 이해하고 협력해야 한다. 최근의 주교 신부 평신도의 잦아진 교류를 바탕으로 개인적 차원을 넘어 교회 차원에서의 연대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양국 교회가 가진 장점을 받아들여 교회 쇄신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하며 나아가 아시아 복음화에 함께 기여해야 할 것이다.

일본=신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