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김수환 추기경 지상 사진전 Ⅳ 낮은 자리

입력일 2010-03-02 수정일 2010-03-02 발행일 2010-03-07 제 2687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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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정 입양원 아기와 함께.
1951년 사제수품 후 처음 맞이한 예수성탄대축일, 김수환 신부는 사제관에 군불을 때고 성당 인근을 헤매는 어려운 이웃들을 모았다. 가난에다 전쟁까지 겹친 때였지만, 모두와 밥 한그릇씩을 나눴다.

“나 같은 사람 신경 쓰실 여력이 어디 있으시다고 날마다 안부도 물어주시고….” 명동 거리 노점상 할머니에게 김 추기경은 가족 같은 존재였다.

기도를 필요로 하는, 눈물겨운 삶을 모질게 이어가야 하는 이웃들이 너무나 많았다. 때론 “하느님 제 체면을 봐서라도 꼭 들어주십시오. 사람들은 추기경이 기도해 주면 뭔가 다를 거라고 믿습니다”라며 어린아이처럼 떼까지 썼다.

“내 삶을 돌아볼 때마다 가장 후회스러운 것은 더 가난하게 살지 못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못한 것….”

하지만 이 시간, 다시 돌아본 그의 흔적은 항상 낮은 곳에서 이웃들과 함께 있는 모습이었다.

서울 행당동 철거민들과 함께.
대구희망원 원생들과 함께.
사랑의 선교 수사회가 돌보는 장애우와 함께.
서울 봉천3동 꽃망울 글방 어린이들과 함께.
서울 베들레헴의 집에 머무는 집없는 노인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