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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희년 그 후 10년 - 한국교회 무엇이 달라졌나] (7·끝) 영성

우광호 기자
입력일 2010-02-23 수정일 2010-02-23 발행일 2010-02-28 제 2686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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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영적 갈증 … 영성운동에 활기
바오로 해 등 특별희년 잇따라 내적 쇄신에 기여
신유박해 200주년 계기로 시복시성운동도 활발
사도 바오로 탄생 2000주년을 기념해 선포된 ‘특별희년 바오로 해’ 기간(2008년 6월~2009년 6월) 동안 전국 각 교구와 기관·단체에서는 사도의 영성을 본받고 실천하기 위한 세미나, 기도운동 등 프로그램이 다채롭게 마련됐다. 사진은 바오로 해 기념 전 신자 릴레이 성체조배를 마련했던 수원교구 영통영덕본당 모습.
2000년 대희년 이후 10년 동안 한국교회의 달라진 모습을 꼽을 때, 영성 분야를 빼 놓을 수 없다. 물론 영성에 대한 관심은 한반도에 신앙 씨앗이 뿌려질 때부터 있어 왔지만, 2000년 이후에는 특히 그 관심과 참여, 열의가 일반 대중에게로 확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년 간 피정의 집은 전국적으로 30% 이상 증가했으며, 관련 프로그램은 렉시오 디비나(거룩한 독서), 예수회의 이냐시오 영신수련 등 50% 이상 늘었다. 관계자들의 말에 의하면 영성 프로그램에 참여하길 원하는(영적 갈증을 호소하는) 신자들도 갈수록 늘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는 ▲수도회들의 영성 대중화 노력 ▲명상에 대한 사회적 관심 고조 ▲교황청의 잇따른 특별 희년 선포 ▲그릇된 신앙생활에 대한 위기감 ▲성경 공부에 대한 전국적 열기 ▲신자 재교육을 위한 각 교구의 노력 등을 들 수 있다.

우선 보편교회는 2008년 루르드 성모 발현 150주년을 맞아 2007년 12월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부터 1년 동안 특별희년을 지냈다. 또 사도 바오로 성인의 탄생 20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희년 바오로 해가 2008년 6월을 막 올렸다. 이에 따라 전국 각 교구와 기관·단체는 사도 바오로의 선교영성을 본받고 실천하기 위한 세미나와 선교 교육, 기도운동 등을 집중적으로 펼쳤다. 특히 바오로 사도의 삶과 영성을 체득하기 위한 성경읽기와 관련 서적 읽기, 피정 등이 전국적으로 이어져 신자들의 내적 쇄신에 큰 힘이 됐다. 또 2009년 6월에는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사제의 선종 150주년을 기념하는 ‘사제의 해’(Year for Priests)가 막올라 모든 교회 구성원들을 영성의 바다로 초대했다.

지난 10년은 또 순교영성이 꽃핀 시간이었다. 그 도화선은 신유박해 200주년이었던 2001년이었다. 6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서울대교구 ‘순교자 현양 신앙대회’를 비롯, 수원·인천·청주교구 등 전국 각 교구에서 대규모 순교자 현양대회가 열렸다. 특히 한국교회사연구소가 국제적 학술 교류의 장으로는 처음 마련한 ‘신유박해 200주년 교회사 국제 심포지엄’과 ‘신유박해 순교 200주년 학술 강좌’, 대구대교구의 ‘시복시성을 위한 논문발표회’등 전국적으로 연구 발표회가 이어지며 순교신심 대중화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이 같은 움직임은 시복시성운동의 활기로 이어졌다.

2002년 교황청 시성성은 한국 주교회의에서 요청한 한국 순교자 124위의 시복시성 통합 추진 건을 승인했다. 이에따라 주교회의 시복시성 주교특별위원회(위원장 박정일 주교)는 2003년 ‘하느님의 종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순교자 123위’에 대한 시복시성 운동 담화문을 발표하는 한편 약전을 발간하고, 역사전문가 위원회 개최 등 본격적인 시복시성 작업에 돌입했다. 이어 2004년에는 한국교회 초기 순교자 124위의 시복재판을 위한 교회법정이, 2005년에는 ‘하느님의 종’ 최양업 신부의 시복시성을 위한 조사 법정이 각각 개정됐다.

그 결과 2009년에는 한국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대표단이 2009년 로마 교황청 시성성을 방문, ‘하느님의 종 124위와 증거자 최양업 신부’ 시복시성 공식 청원서와 자료를 접수시킴으로써 한국교회 차원의 제1차 시복시성 통합 추진이 일단락됐다.

이에 앞서 2007년에는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이 한국교회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20세기 순교자’ 36명에 대한 시복시성 추진을 공식 선포하면서 20세기 순교자들에 대한 시복시성 추진 운동도 불붙기 시작했다.

2000년 대희년을 시작하면서 한국교회는 영성의 풍요로움을 기원했다. 그리고 지난 10년 간 그 실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기도했다. 그 결과, 2010년의 한국교회 신앙인들은 어느덧 그 어느 때보다도 풍부한 영성의 밭 위에 서 있음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게 됐다.

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