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대희년 그 후 10년 - 한국교회 무엇이 달라졌나] (6) 문화·출판·학술

우광호 기자
입력일 2010-02-02 수정일 2010-02-02 발행일 2010-02-07 제 2684호 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대중화’ 꾀하며 ‘복음화’ 향해 한 걸음
성(聖) 문화 공간 늘어나 전시·활동 다양해져
다양한 분야 신학학회 설립되며 보편화 기대
신심서적 읽기 운동은 독서사목 필요성 부각
2005년 잠실5동본당이 개최한 독서운동 결산행사에서 김한구씨가 김수환 추기경으로부터 새 성경을 선물받고 있다.
▨ 문화

2000년 이후 우리 귀에 익숙해진 말이 하나 있다. 바로 ‘문화 복음화’다. 대희년으로 접어들면서 심심치않게 들리던 문화 복음화에 대한 요청은 2004년에 들어서야 비로소 공론화 됐으며, 2007년 세미나 등을 통해 그 개념의 대중화가 이뤄졌다. 특히 2004년 전국 본당과 기관·단체 등에서는 각종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체계적 문화사목을 최초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시도한 해이기도 하다.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가 2004년 11월 ‘문화의 복음화 그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는 그간의 논의를 바탕으로 문화의 복음화를 집중적으로 논의한 자리였다. 이 세미나를 통해 ‘문화의 복음화’가 삶의 환경을 복음화해 올바른 신앙인으로서 살아가도록 하는, 대안 문화로 나아가야한다는 인식이 공감을 얻었다.

또한 지난 10년 간 한국교회에선 문화 공간이 크게 증가하고 성 미술 대중화 및 가톨릭 미술인 활동도 대폭 증가했다. 2000년 평화화랑,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갤러리 등 교회 전문 미술화랑들이 개관한데 이어 2002년에는 가톨릭 화랑이 개관, 성 미술 및 전례미술을 전문적으로 접할 수 있는 공간들이 늘어났다. 특히 명동성당 문화관에는 공연장 꼬스트홀이 들어섬으로써 신자들이 교회 문화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 다양한 교회 문화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넓어졌다. 모두 2000년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가톨릭 미술 전용 공간이 늘어나면서 가톨릭 미술인들의 전시 활동은 그 어느 때보다 호조를 보였다. 그 같은 가톨릭 미술인들의 전시 공간 확보는 가톨릭 예술인의 활동을 격려하게 됨으로써 성 미술 토착화 및 대중화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반향을 낳았고 여러 기획전 등을 통해 성 미술 작품 활동 역시 다양화를 추구하는 모습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지금까지도 현대 사회문화에 큰 영향을 끼치는 대중문화의 정화와 복음화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은 뚜렷이 실현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 학술

지난 10년 동안 한국교회는 학술 분야의 내연과 외연을 함께 키우기 위해 노력했으며, 일정부분 성과도 거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양한 관련 학회의 설립이다. 2001년 한국 가톨릭성서학회 창립에 이어 2002년에는 교부학회, 신학학회, 마리아학회, 영성신학학회 등 다양한 신학 분야의 학회 결성이 붐을 이루듯 이어졌다.

특히 교부학연구회의 관련 용어 정리와 교부들의 성경 주해 번역 시도는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시도하지 못한 큰 업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처럼 학회 창립 결성 움직임들은 무엇보다 한국교회의 자기 복음화를 심도있게 실현하기 위한 일련의 자발적 학술 작업이라는 면에서, 신학의 대중화·보편화를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출판

고질적인 출판업계의 불황 속에서, 가톨릭 출판업계는 지난 10년간 한국교회에 보화와도 같은 존재였다. 많은 출판사들이 다양한 기획과 땀을 통해 한국교회 발전의 자양분을 제공했다. 특히 가톨릭출판사는 한국교회 학문 발전과 신앙 성숙을 위해 「가톨릭 문화 총서」를 기획 발행해 눈길을 모았다.

그러나 교회내 각 출판사는 지금까지 본당을 중심으로 이벤트성 홍보에 매달리고 있는데, 문제는 이러한 이벤트성 전략은 근본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교회 서적에 대한 신자들의 수요 자체가 턱없이 모자라는 상황을 타개할 보다 적극적인 방안이 모색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대교구 잠실7동본당에서 시작해, 2005년 가톨릭신문 캠페인으로 이어진 ‘신심서적 33권 읽기’ 운동은 천주교 신자들이 책을 멀리 한다는 생각은 편견이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적절한 동기 부여가 있다면 얼마든지 신자들이 책을 읽을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또한 교회 출판계와 사목자들은 지금까지 교회의 출판과 독서문화 발전이 미미한데 대해서 깊은 성찰을 해야 한다는 것과 독서운동을 통해서 확인된 신자들의 책읽기에 대한 관심과 의지에 주목하고, 이를 사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했다. 이는 최근 일각에서 일고 있는 독서사목의 근거가 되고 있다.

2009년 5월 새단장한 서울대교구 부설 평화화랑.

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