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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직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17) 현대 사제의 영성 ⑥ 완덕에 도달하기 위하여 (2) 욕구를 버리기

우광호 기자
입력일 2009-12-21 수정일 2009-12-21 발행일 2009-12-27 제 2678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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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사랑의 힘으로 그릇된 욕구 정화해야
욕구가 마음의 자리를 차지하면 하느님을 모실 수 있는 자리를 앗아간다. 욕구에 따라서 사는 사제는 항상 피로에 지쳐 있다. 욕구는 무엇이든지 못마땅해 하는 철부지 어린아이와 같아서 아무리 채워주어도 만족하지 못하고 우리를 졸라대면서 가만있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또 사제가 욕구의 지배를 받고 있으면 마치 욕구라는 밧줄에 묶여 욕심의 맷돌을 돌리는 것과 같아서 전혀 쉬지 못하고 학대를 받고 괴로움을 당할 것이다. 이는 마치 욕심 많은 농부가 쟁기 맨 소를 괴롭히고 닦달하듯이 욕구에 묶인 마음도 괴로움을 당할 것이다.

또한 사제가 욕구대로 살면 마음이 어두워져서 마음의 눈이 멀게 된다. 욕구에 사로잡힌 사제는 당연히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며, 의지가 무디어지고 이성이 흐려져서 제대로 판단을 할 수 없게 된다. 더 나아가 욕구는 영혼을 더럽히고 때 묻힌다. 사제가 바르지 못한 욕구 하나에 끌려서 굴복되면 사제의 영혼은 더러워지고 추하게 된다. 또 욕구는 사제의 모든 힘을 미지근하고 약하게 하여 완덕으로 나아갈 마음을 못 갖게 하고 나아가도 끈기 있고 지속적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

먼저 욕구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여 내 안에 있도록 허락하고 내 안에서 표현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고 욕구대로 느끼는 대로 행동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하면 우리는 인간의 모습을 잃고 동물처럼 행동하게 될 것이다. 내적으로 내 안에 있도록 허락하고 내 안에서 바르게 표현하는 것이다. 특히 나를 괴롭히고 불편하게 하는 부정적 욕구들이 내 안에 있도록 허락하는 것이다.

부정적 욕구들이 나를 힘들게 할 때 극기를 해야 하지만 억압하거나 없애려는 지나친 극기는 삼가야 한다. 욕구는 의례적인 고행을 통해 버려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먼저 무질서한 욕구를 스스로 바로잡으려는 의지가 필요하고, 이에 적합한 극기 수련을 하며 꾸준히 힘써야 한다.

하느님께 나의 모든 욕구들을 매일 봉헌하고 다시 받아 하느님께서 직접 정화시켜 주시도록 청하고, 개인적 노력으로 그릇된 습관을 바꾸어 능동적으로 덕을 쌓으며 정화해야 한다.

하느님 사랑이 중요하다. 우리의 욕구보다 큰 하느님 사랑의 뜨거운 불꽃이 없으면 우리는 욕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하느님의 사랑에서 오는 맛과 힘으로 사제의 영혼이 타올라 할딱일 때, 비로소 일체의 욕구를 부정할 용기와 힘도 얻고 욕구를 비워서 한 욕구로 하느님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 이 글은 가톨릭대 출판부의 「신학과 사상」 44호(2003년 여름)에 실린 김기화 신부의 ‘현대사제의 영성’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