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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주일 특집] 온라인 기부 - 사랑의 클릭 희망의 클릭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09-12-08 수정일 2009-12-08 발행일 2009-12-13 제 2676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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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도토리’ 모아   어려운 이웃 돕는다
최근 포털 사이트·쇼핑몰 홈페이지 등에서 소액 사이버 머니 활용한 온라인 기부 활발
 큰 부담없이 쉽게 할 수 있어 젊은층 참여↑
가톨릭교회, 다양한 기부방법 연구·보완을
이메일 확인이 끝났다. 곧바로 마우스를 ‘해피빈’으로 옮긴다.

갑자기 떨어진 날씨로 난방비 걱정에 한숨 쉬는 할아버지의 사연이 떠 있다. 김현숙(그라시아·41·서울 발산동)씨는 그동안 모은 이메일 마일리지를 해피빈 콩으로 바꿨다. 거기에 후원캠페인과 콩배너를 ‘클릭’해 무료로 받은 후원콩을 얹어 독거노인들을 돕는 복지단체에 기부했다. 콩 한 개의 가치는 100원. 작은 정성이지만, 오늘 하루도 이웃을 위한 아침을 열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

여민근(요셉·33·대구 범어동)씨는 도토리를 모으는 각종 무료 이벤트는 꼭 ‘클릭’한다. 사이버머니인 도토리가 쌓이면 매주 월요일마다 미니홈페이지에서 일촌을 맺은 공익단체에 도토리를 기부한다. 도토리로 휴대폰 벨소리를 내려받기 하던 버릇 대신 기부하는 즐거움이 생활에 들어왔다.

내 지갑을 열지 않고도 컴퓨터 마우스 ‘클릭’ 몇번이면 국내는 물론 해외 불우이웃까지 돕는 방법들이 크게 늘었다. 나눔의 문화가 IT 기술에 힘입어 빠르게 진화 중이다.

온라인에선 누구나 기부자

기부는 누가 해야 할까? 또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평생 모은 재산을 불우이웃을 위해 선뜻 내놓는 일만이 기부는 아니다. 내 지갑을 열지 않고도 또는 100원이나 1000원 등의 소액으로 이웃을 도울 수 있는 온라인 기부 방법이 더욱 다채로워졌다.

최근 인터넷 포털 사이트나 쇼핑몰, 사회공헌단체의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기부 활동은 우리 사회 기부문화에 긍정적인 바람을 일으킨다. 나눔에 뜻이 있어도 부담스럽거나 번거로워 선뜻 참여하지 못했던 이들도 인터넷을 타고 나누는 재미에 푹 빠졌다.

온라인 기부는 대부분 각 포털사이트가 운영하는 기부 콘텐츠를 활용하거나 휴대폰 모바일 이벤트 등에 참여하면 해당 업체나 후원 기업체에서 대신 기부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별다른 프로그램 설치나 회원 가입 없이도 손쉽게 활용할 수 있어 확산속도도 빠르다. 또 이메일 사용, 블로그 운영, 덧글 남기기 등을 통해서도 기부금을 모을 수 있으며, 신용카드 사용 마일리지와 각종 포인트 기부는 연말소득공제도 가능하다.

이렇게 별다른 비용의 부담없이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온라인 기부의 가장 큰 장점이다. 특히 온라인 기부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아, 특정 기간만이 아닌 일상생활 안에서 습관처럼 자리 잡는데 용이하다.

온라인 기부는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옛말도 실감나게 한다. 한 인터넷쇼핑몰의 경우 소비자의 별도 지출없이, 상품값의 일정 금액을 후원금으로 전달하는 ‘후원쇼핑’으로 12월 7일 현재 99억8300여만 원의 후원 실적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젊은층이 기부에 대해 의식을 갖추고 직접 참여하는 문화를 형성하는 데에도 온라인 기부의 영향력이 크다. 실제 우리 사회에서 기부에 참여하는 연령층은 대부분 40~50대. 하지만 온라인 기부를 통해 10~30대 젊은층의 참여가 쑥쑥 고개를 들었다.

남성들의 기부활동이 활발해진 것도 온라인 기부로 생겨난 변화다. 한 포털사이트가 조사한 결과 온라인상에서는 여성들보다 남성들의 활동이 더 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온라인 기부는 대부분 종교와 국적 등을 뛰어넘는 이웃돕기 활동으로써, 국내는 물론 해외 이웃들과의 나눔으로도 실시간 이어져 더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교회 내 온라인 기부는 더딘 걸음

우리 사회에 나눔을 확산하는 대표적인 기관은 여전히 종교시설이다. 하지만 가톨릭교회 내 온라인 기부 활동은 더딘 발걸음을 보인다. 가톨릭교회 내 기부 방식이 계좌이체나 자동이체, 사랑의 저금통 등에 머무는 반면, 개신교회나 사회적 공헌단체, 기업 등은 온라인 기부사이트를 활발히 운영 중이다. 국내 대표적인 온라인 기부사이트인 기아대책과 굿네이버스와 컴패션 등도 모두 개신교회가 운영한다. 후원 대상을 직접 정하고, 지원 결과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것도 각 사이트들의 특징이다.

그러나 교회 안에서는 가장 발빠르게 온라인 기부 활동에 나섰던 한마음한몸운동본부도 아직까지는 온라인 기부에 큰 힘을 쏟지 못하고 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www.obos.or.kr)는 국내 최대의 가톨릭 NGO(비정부기구)로서, 5년 전부터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기부 콘텐츠를 운영해왔다. 현재 홈페이지 ‘일시후원’ 콘텐츠에서는 휴대폰과 신용카드, 인터넷뱅킹 결제 등을 통해 후원금을 모은다. 이러한 직접 결제 외에 기부금을 후원받는 이벤트 등은 찾아보기 어려운 형편이다. 한국 카리타스와 각 교구 사회복지회도 신용카드 포인트 기부 제휴 등을 일찌감치 추진했지만, 일반 사회에 비해 확산 속도는 느린 편이다. 사단법인 한국희망재단이 최근 네이버와 연결해 기부금을 모으는데 나선 정도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 관계자는 교회 내 온라인 기부가 활성화되지 못한 원인으로 가장 먼저 인식 부족을 꼽았다. 또 온라인 기부를 위한 환경을 구축하고 홍보하는 등의 활동에 투자하거나 전문 인력을 두는 노력도 아직까지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일반 기부사이트의 경우 개인이나 기업체의 기부 없이는 운영 자체가 되지 않는 반면, 교회 내 기관단체는 자선주일 2차 헌금과 교회 지원으로 기본적인 나눔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2010년부터 인터넷 블로그를 통한 후원 활동을 적극 지원한다고 밝혔다. 가톨릭폰을 활용한 모바일 기부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또 현재 진행 중인 ‘하루 100원의 사랑’ 동전도 온라인에서 모을 계획이다.

사회 일각에서는 온라인 기부가 적은 돈으로 윤리적 허영을 채우는 위선이라는 비아냥거림도 들린다. 하지만 개인 기부의 활성화는 우리 사회안전망을 더욱 튼튼하게 만드는 노력으로 의미가 크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규모가 큰 시설이나 봉사단체에 기부금이 몰리는 기부 양극화를 해결하고, 기부한 돈이 어떻게 쓰여지는지 관심을 갖고 문화도 고양해야 한다. 하지만 각 사회복지단체의 모금활동 담당자들은 “큰 액수보다 동전 하나라도 꾸준히 기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앞으로는 네티즌들이 직접 모금의 주제를 제안하고 기부금을 모으는 활동 등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다함께 클릭 click … 온라인 기부 이렇게

- 인터넷 기부아이템

포털사이트 네이버(www.naver.com)가 아름다운 재단과 공동으로 문을 연 ‘해피빈’이 대표적이다. 이곳에서는 이메일 사용이나 블로그 운영, 콩배너 클릭 등을 통해 1개당 100원의 가치를 가진 기부아이템 ‘콩’을 모아 기부할 수 있다. SK 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는 온라인 사회 참여 공간(www.nate.com)에서도 사이버머니 도토리 기부가 한창이다. 휴대폰으로도 서비스 접속이 가능하다. 다음(www.daum.net)의 ‘하이픈’을 비롯해 각 포털사이트들도 네티즌들의 모금을 이어주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운영 중이다.

- 온라인 제휴마케팅

우선 옥션이나 G마켓, 11번가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후원쇼핑’ 등의 콘텐츠를 통해 상품가의 일부 금액을 기부금으로 대신 전달하는 활동을 펼친다.

특히 유니세프의 ‘희망쇼핑 위젯’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도 증가했다. 희망쇼핑 위젯는 블로그나 웹사이트에 붙여 사용하는 웹 위젯으로, 각종 온라인쇼핑몰에서 상품을 구매하면 상품구매액의 일정 부분이 유니세프 한국 위원회에 전달되는 온라인 기부 방식이다.

- 제휴카드 사용 및 포인트 기부

대부분의 신용카드사들은 각 홈페이지에 포인트 기부 콘텐츠를 운영한다. 기부를 원하는 소비자들은 홈페이지에서 기부를 신청하면 된다. 또 사회단체 등과 카드사가 제휴한 기부 전용 상품을 이용하면 별도의 신청 절차 없이도 자동으로 기부할 수 있다.

- 전문 기부사이트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10월 맞춤형 기부를 돕는 ‘행복주식거래소’(www. chest.or.kr)를 개장했다. 이 사이트에서는 각자가 사회복지기관이나 단체, 개인 등을 선택해 기부하고, 기부결과까지 확인할 수 있다. 도움을 받고자 하는 개인과 복지기관도 이 사이트에서 기부를 요청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도네이션(www.donation.or.kr) 등의 전문 기부사이트를 비롯해 수많은 기업체들이 각각 홈페이지를 통해 이색 기부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