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검은 대륙에 핀 생명의 꽃 - 아프리카 잠비아 선교 현장을 가다 (5)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09-10-13 수정일 2009-10-13 발행일 2009-10-18 제 2668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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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모습 달라도 믿음은 하나
전 인구 24% 교세 성장 불구하고
미신·질병 등으로 불안정한 신앙
자생적 운영보다 해외원조에 의존
무풀리라 테레사본당 ME 가족들이 한국 신자들의 잠비아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마리·존 카타야 ME 대표 부부 집에서 모임을 갖고 ME 노래를 부르고 있다.
전례봉사자들이 입장하는 데만도 10분 이상 걸렸다. 승리를 상징하는 도끼를 앞세운 신자들이 아프리카 전통 춤을 추며 부족어인 벰바어로 성가를 부른다.

본당 가톨릭여성연합회원들과 어린이 성가단 등은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마리아의 모습을 비롯한 각종 종교적 상징물이 그려진 잠비아 전통 치마 치텡게(Citenge)를 차려입었다.

다른 신자들도 저마다 자신이 가진 최고의 옷을 입고 성당을 찾았다. 아프리카 전통 음악과 춤을 더한 미사전례는 대략 3시간 남짓 이어졌다. 토착화된 전례를 통해 하느님을 찬미하는 모습에는 하느님과 함께하는 기쁨이 넘쳐흘렀다.

잠비아 무풀리라 테레사본당(책임 양경희 수녀)은 프란치스코 전교봉사 수녀회가 잠비아에 진출해 가장 먼저 맡은 본당이다. 빈민들의 집단거주지인 콤파운드 한가운데 자리 잡은 이곳은 잠비아 안에서도 이색본당으로 꼽힌다.

우선 본당 총 책임자가 신부가 아닌 수녀다. 특히 분야별 운영 책임은 평신도들이 자체적으로 맡아 이어간다. 미사 집전은 인돌라교구 특수사목 담당 베네딕트 난드웨(Benedict Ngandwe) 신부가 돕는다. 수녀회가 진출한 이후 변화된 모습이다.

본당 총 책임 양경희(데레지나) 수녀는 처음 성당을 찾았을 때 인근 마을 사람들과 콤파운드에 사는 빈민들이 반으로 갈라 앉은 모습에 매우 놀랐다. 당장 변화가 필요했다. 봉헌함에선 신문지 조각도 자주 나왔다. 하지만 양 수녀는 결코 나무라는 일이 없었다. 행여나 돈이 없어 성당엘 못 오는 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배려하고 신자들 사이에서 친교의 다리가 됐다.

양 수녀의 격려와 교육을 통해 점차 주인의식을 갖게 된 신자들은 이제 자발적으로 본당 운영에 참여한다. 또 수녀회의 지원으로 운영하는 학교와 유치원의 자립을 위해 따로 기금도 모은다. 아직까지는 미약한 힘이지만 자립에 대한 이들의 의지는 갈수록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성당 밖으로 나오자 대낮부터 술집들이 성황이다. 빈민가 곳곳에 술병을 든 이들이 보였다. 이들은 할 일이 없어 술을 마신다고 핑계를 댔다.

현재 잠비아교회 대부분의 본당은 외국교회의 도움으로 운영되는 형편이다.

잠비아에 신앙의 씨앗이 뿌려진 지 214년이 지났고, 교세도 전체 인구의 24%나 되지만 이들의 신앙은 안정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아프리카의 무속신앙과 미신이 교회 안에서도 횡횡하고 기복신앙도 심각한 수준이다. 게다가 배고픔과 질병 뿐 아니라 실직, 공직자의 부정부패와 인권 침해 등 각종 사회문제가 잠비아인들을 끊임없이 괴롭힌다.

그 때문에 해외 원조는 잠비아인들에게 생명의 젖줄과도 같다. 특히 그릇된 정부 정책 등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가톨릭 성직·수도자들은 잠비아인들에게 꼭 필요한 사회리더들이다. 규모는 작지만 각 교구에서 운영하는 5개의 가톨릭방송국도 잠비아인들의 의식개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현실에 맞닥뜨려 수녀회는 기존 신자들의 신앙에 물을 주고, 새로운 신앙 씨앗을 심는데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성소자 발굴과 양성도 수녀회가 펼치는 중요한 활동이다. 수도자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하기 위해 수녀들은 1000km가 넘는 거리를 마다 않고 가정방문을 다닌다. 각 본당을 찾아 젊은이들과 만남의 시간도 지속적으로 갖는다.

사실 수도자가 된다는 것이 잠비아에선 밥도 굶지 않고 공부도 할 수 있다는 큰 장점으로 다가온다. 기초교육 수준이 낮고 봉사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것도 성소자 양성의 큰 어려움이다. 그래도 수녀들은 끊임없이 교육에 힘을 쏟는다.

설사 입회자들이 끝까지 수도자의 길을 가지 못해도 간호교육 등을 받고 세상에 나가 자립하는 것만으로도 잠비아 사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 잠비아에선 국민들의 건강 개선과 인권 회복, 사회정의 구축 등도 신앙인들의 몫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이들의 활동을 위해서는 해외 교회의 도움이 절실하다.

잠비아인들과 함께 아픔을 나누며 살아가는 수녀들의 삶은 생명과 구원으로 가는 여정으로 더욱 밝은 빛을 낸다.

※ 잠비아 선교활동에 도움주실 분

: 우리은행 111-318370-13-001

프란치스코 전교봉사 수녀회(02-773-0796~7)

■ 아프리카 잠비아 선교후원회

사랑으로 퍼올린 생명의 물줄기

‘쏴아~’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지자 ‘야호’ 소리가 절로 터졌다. 아프리카 대륙의 뜨거운 태양 아래 지쳐있던 후원회원들의 얼굴은 미소로 가득 찼다.

프란치스코 전교봉사 수녀회가 운영하는 잠비아 안토니미션 인근에는 3개의 펌프가 설치돼 있다. 모두 ‘아프리카 잠비아 선교후원회’의 지원으로 마련된 것이다. 마을 주민들은 이 펌프 덕분에 깨끗한 물을 먹으며 각종 수인성 질병에서 해방되는 기쁨을 누렸다.

펌프를 보자 후원회원들의 뇌리에는 눈이 짓무르게 퀼트와 뜨개질을 해 바자를 열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열만한 공간이 없어 길거리에서 눈물을 머금고 진행했던 바자였다.

후원회원들은 매달 십시일반 후원금을 모아 잠비아에 병원과 학교를 짓고 운영하는 일에 보태고 있다. 특히 인기가수 인순이(체칠리아)씨는 지금까지 6번에 걸쳐 대형콘서트를 열어 수익금 전액을 잠비아에 보냈다.

질병과 가난으로 고통 받는 어린이들과 먼 이국땅에서 힘겹게 봉사하시는 수녀님들께 조금이나마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 하나로 이어온 활동이었다.

그런데 최근 정기적인 후원금을 내는 이들이 크게 줄었다. 지금의 후원금으로는 땀부 루위병원의 약품 값을 보태기도 빠듯하다. 그나마 후원회원 25명이 친환경 수세미를 짜고, 퀼트를 해서 매달 몇 만 원씩 모으는 것이 고정적인 수입이라면 수입이다.

잠비아의 희망이 되는 어린이들이 배고픔을 면하고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속적인 후원이 절실하다.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관심과 나눔은 메마른 아프리카 대륙에 생명의 물이 솟게 하는 가장 큰 힘이다.
테레사본당 가톨릭여성연합회와 청년들이 벰바족 전통춤을 추며 입당 성가를 부르고 있다.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주일미사나 본당 행사 후에 성당 관리를 하는 모습.
테레사본당 신자들이 주일미사 전례에서 부족어인 벰바어로 성가를 합창하고 있다.
잠비아를 방문한 선교후원회원들이 펌프로 물을 길어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