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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티리오스 대주교가 말하는 '전교'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09-10-13 수정일 2009-10-13 발행일 2009-10-18 제 2668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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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주일 기획/정교회 초대 한국대교구장 소티리오스가 말하는 '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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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 보이며 사는 것이 전교”
누구도 신앙강요해선 안돼
겸손함이 선교의 바탕돼야
복음화 사명에 대한 각오를 새롭게 다지는 전교주일이다. 견고하면서도 유연한 전교를 표방, 다종교 한국사회에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는 정교회 한국대교구의 초대교구장 소티리오스 트람바스 대주교를 만났다. 대주교는 전교를 ‘겸손의 삶, 증거의 삶, 빛의 삶’이라고 정의했다.

경기도 가평. 소티리오스 대주교를 만나기 위해 46번 국도를 따라 그렇게 한 시간여를 달렸다. 포장도로가 끝나고 산 속에 난 오솔길을 타고 올라가니 빨간 벽돌의 ‘구세주 변모 수도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소티리오스 대주교는 2008년 80세 나이로 교구장직에서 물러나, 한적한 이곳 수도원에서 청빈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고향인 그리스 ‘아르타’를 떠나 한국에 온지 34년. 그동안 7개 지역에 성당을 건립했고 지난 2000년에는 정교회 한국선교 100주년 기념행사도 성황리에 마쳤다.

평생을 선교사로, 성직자로 살아온 그는 전교의 의미를 묻자 “모범을 보이며 살면 그것이 바로 전교”라고 말했다. “그 누구도 신앙을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에게 원한다면 따르라고 말씀하셨을 뿐입니다.”

대주교는 신앙은 강압적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선교활동을 하면서 가장 주의하고 조심했던 부분도 이것이라고 했다. 그런 점에 있어서 “한국천주교회는 오랜 기간에 걸쳐 자연스럽게 한국인들에게 다가갔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 결과가 70년대 100만 명이던 신자수가 약 30년 만에 5배가 증가하는 놀라운 결실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비(非)신앙인들은 신앙인들의 모습을 보고 하느님을 찬양합니다. 그리스 아토스성산에 있는 정교회 수도원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지만 그들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은 없습니다. 수도자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줄 뿐이지요. 그럼에도 관광객 중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신앙을 고백합니다.”

대주교는 모범이 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겸손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새로운 변화에 발맞춰 서적과 인터넷, 대중매체를 이용해 종교를 알리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겸손함이 선교의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빛의 증거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수님께서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마태 5,14)고 말씀하셨듯이 그리스도인 자체가 빛이 되어 세상을 밝혀야 합니다. 우리는 작아지고 주님을 찬양해야합니다. 하느님의 종으로 충실할 때 주님께서 더 큰 은총의 선물을 주실 겁니다.”

▨ 정교회는?

사도 시대부터 이집트·그리스·동유럽·러시아 등 지역에서 발전하여 오리엔트 문화권 안에서 성장한 그리스도교회의 총칭. 한국에는 1900년 첫발을 내딛었다. 현재 3000여 명의 신자들이 14개 성당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