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정영식 신부의 영성적 삶으로의 초대] (72) 은총과 더불어 나아가기 ⑦

정영식 신부·수원교구 영통성령본당 주임
입력일 2009-07-28 수정일 2009-07-28 발행일 2009-08-02 제 2659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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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 성숙은 삶 전반 걸쳐 ‘현재 진행중’
기도하면 하느님·세상 만물과의 상호·공동 형성 체험
이 친밀한 체험 통해 하느님 의지 읽어내는 능력 키워
하느님 뜻 성취 위해 나를 포기하며 충만한 기쁨 느껴
우리는 결코 쇠퇴함이 없는 하느님의 은총에 직면하면 경외에 차서 저 ‘형성하는 신적 신비’ 앞에서 침묵에 빠져들게 된다.

우리가 형성(지향)적인 읽기를 수행하는 가운데 하느님의 말씀과 함께 머물 때 우리의 내적인 형성은 확장되어 나간다. 이 말씀들은 차서 넘치도록 우리의 내적인 저장고를 충만하게 채운다. 그렇게 되면,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하는 원천인 샘으로부터 물이 솟구쳐 올라 폭포를 이루어 떨어져 내린다.

우리의 모든 삶으로 물줄기들이 쏟아져 내린다. 신적인 것에 대한 내재적 현존을 살아갈 때, 이 삶은 우리 존재의 장을 구성하는 다른 모든 영역들에로 쏟아 부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수많은 하느님의 말씀을 들었다. 하지만 말씀을 듣는다고 해서 주의를 기울이고, 정신을 차린다는 것은 아니다.

말씀들이 차고 넘쳐 나의 모든 영역에서 물줄기가 쏟아져 내릴 때, 하느님의 지시 내지 지침들에 대해 보다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 그것들에 대해서 묵상적으로 성찰하게 된다.

이렇게 될 때, 우리는 성령이 우리의 평범한 매일의 상황들 속에서 이야기를 건네는 것을 깨닫는다. 성찰은 우리가 읽거나 듣는 것과 하느님이 우리에게 물으실 수 있는 것을 연관지을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주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우리 자신들과 하느님 사이에 깊어져 가는 관계를 파악하고, 이것을 그대로 인정하고 수락하기에 이른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그만큼 더 우리의 기도생활이 전혀 헤아려지지 않는 은총의 심연으로부터 비롯되어 나오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받아들이고, 깨닫게 된다.

그렇다. 우리는 기도 중에 하느님과 다른 사람들과 창조계의 모든 것들과 더불은 친교 관계를 ‘상호 형성하고’(interforming) ‘공동 형성하는’(coforming) 것을 체험하게 된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형성되도록 만들어 놓았다. 우리는 그 형성을 서로 돕고, 함께 형성해 간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사랑이다. 사랑의 신비다.

우리 안에는 관상적인 사랑 안에서, 점점 더 온전한 것과 거룩한 것을 인지하고 긍정하기를 원하는 것이 있다. 이 친밀함의 체험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의 의지를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게 된다. 단순히 나의 삶 주변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동·서·남·북 세계의 모든 영역에서 하느님의 의지를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 확장된다.

우리는 이제 어떤 초월적 관점, 보다 더 넓은 세계의 시각에서 참으로 어떻게 우리 삶의 모든 부분들이 장대하고 신비로운 하느님의 전체를 형성하기 위해 한데 모여드는가를 파악하기 시작한다. 시야가 점점 밝아지고 커진다.

그래서 형성적 기투(나 자신을 포기하고 하느님 뜻에로 나아감)가 나온다. 모든 것을 다 알기에 모든 것을 다 던져 바칠 수 있다. 이러한 그리스도적 활동에서 형성적 기투는 우리를 기쁨으로 충만하게 해 준다.

거룩함은 선택받은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허락되어 있는 사적인 소유물이 아니라 우리 평범한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보편적인 부름이다. 부름을 들을 수 있는 귀가 있어야 하고, 마음을 열어야 하고, 목소리로 “예”라고 대답해야 한다.

은총과 더불어 나아가는 것은 우리 삶의 소임을 발견하고 그 소임을 완수해 나가는 평생에 걸친 여정을 통해서 영적으로 성숙하게 되는 것이라는 점을 바로 인식해야 한다.

은총과 더불어 나아가는 것은 하느님의 뜻이 성취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영적인 성숙을 향한 우리의 진보가 느린 듯 보여도 용기를 잃어선 안 된다.

어떤 면에서 인간의 삶은 다 그려지지 않은 초상화와도 같다. 우리는 ‘여기서의 삶’에서는 결코 여행의 종착점에 다다르지 못한다. 우리는 언제나 다다르고 있는 중인 것이다.

그리스도는 우리를 불러서 평화와 기쁨 속에 성령이 우리에게 요청하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라고 말씀하신다. 시간은 지나간다. 하지만 되찾음(재형성)과 재탄생(새형성)에 대한 그분의 약속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성숙해진다는 것은 우리의 원천이 하느님이시라는 것을 알기에 이르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생명을 가져다 주는 지시들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맨 처음부터 우리를 이끌고 있는 섭리적인 계획에 대해서 언제나 예를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은총과 더불어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정영식 신부·수원교구 영통성령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