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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살림+] 당신의 여행은 공정한가요?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09-07-28 수정일 2009-07-28 발행일 2009-08-02 제 2659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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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소비 아닌 관계”
환경·문화의 발전 지향하고 현지인들과 올바로 소통해야
김민선(아다나시아·36)씨는 여름 휴가기간 동안 국내 최고 시설의 물놀이 리조트를 찾았다. 입장 티켓은 운 좋게도 현지 펜션을 연계해 구입했다. 모 신용카드 할인보다 싸다는데 만족했다. 출발 전 대기업이 운영하는 유명 대형마트에 들러 먹을거리를 바리바리 챙겼다. 그 지역 상점을 이용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지역 특산물도 맛보고 싶긴 했지만, 빠듯한 일정 때문에 전국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패스트푸드점을 이용했다.

빠르고 편안했다. 그런데 왠지 마음은 불편했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 음식점에서 옆 테이블 손님이 한 말을 듣는 순간 결정타를 맞은 기분이었다.

“멀리 도시에서 찾아와주면 고마운 줄이나 알지….”

김씨는 문득 “내가 지출한 돈이 그 지역경제활동에 얼마나 쓰였을까?, 무심코 한 행동들이 지역민들의 생활터전과 인간성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뒤늦게 리조트가 있는 지역은 계절에 큰 관계없이 고질적인 가뭄을 겪는다는 사실의 언론보도도 기억해냈다. 그렇다면 물놀이에 소비된 수 톤의 물을 공급하기 위해 지역주민들이 겪는 불편은?

흔히들 휴가 여행은 먼 곳으로 떠나 여가를 즐기기 위한 도구로만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나의 즐거운 여행이 다른 누군가에게 고통을 준다면, 현지인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환경을 파괴한다면, 굳이 그런 여행을 갈 필요는 없지 않은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공정여행(Fair Travel)-도덕적 여행(Ethical Tourism) 혹은 책임여행(Responsible Tourism)이라고도 부른다’ 운동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공정여행은 나의 여행이 사회적으로 정의로운지, 경제적으로 공정한지,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지 등을 고려해 새로운 여행법을 모색하는 운동이다. 돈을 쓰지 않는 여행 혹은 매우 힘든 여행, 재미없는 여행이 아니다. 환경과 문화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향하고, 특히 현지인들과 올바로 소통하는 데 관심을 두는 여행이다.

쉽게 말하면 돈을 바르게 쓰며 여행을 즐기자는 것이다. 여행하는 지역에서 생산된 음식을 소비해 지역경제를 돕고, 음식물을 운반할 때 발생하는 공해를 줄이는 등의 행동이 포함된다.

‘여행은 소비가 아니라 관계다’, ‘좋은 여행은 나를 바꾸고 공정한 여행은 세상을 바꾼다’라는 캐치프레이즈는 공정무역의 정체성을 더욱 쉽게 밝혀준다.

“나는 돈을 냈고, 혜택을 누렸을 뿐이다”라는 생각에서 사고를 넓혀 보자. 성지순례를 가서까지 쇼핑에 집중하는 시간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여행은 소비만이 아니다.

다음은 영국의 올바른 여행을 위한 시민단체 ‘투어리즘 콘선’과 책임여행 전문여행사 ‘리스펀서블 트래블닷컴’, 세계관광윤리강령 등이 제안하는 공정여행 지침 일부다.

▷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박·음식점을 이용하자

▷ 여행지의 문화 등에 대해 공부하자

▷ 물과 전기 등은 현지 주민의 처지를 고려해 아끼자

▷ 섹스 관광은 금물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