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수단을 입으며] 서동조 신부 - 하느님을 사랑하세요?

서동조 신부·중앙본당 보좌
입력일 2009-06-30 수정일 2009-06-30 발행일 2009-07-05 제 2655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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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조 신부
당신은 불량식품을 좋아하는가?

불량식품의 맛은 더 자극적이다. 그래서 먹어도 잠시 후 또 먹고 싶어진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자꾸 생각난다. 그런데 불량식품을 먹을수록 우리의 건강은 나빠진다. 왜냐하면 불량식품은 먹으면 먹을수록 부모님께서 차려주신 식탁의 음식이 싫어지기 때문이다. 불량식품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식사 시간이 불규칙해지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골고루 먹지 못해서 건강이 나빠지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님들은 자녀들에게 불량식품을 얼마나, 얼마만큼 먹여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 이와 똑같은 일이 우리 영혼에서도 벌어진다. 놀랍게도 수많은 형제자매들이 영혼을 건강하게 하는 방법을 알면서도 영혼을 해치는 삶의 방식을 자주 선택하며 살아간다.

당신은 경쟁을 좋아하는가?

경쟁하기를 좋아할수록 자기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경쟁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타인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자신이 우월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만족감을 추구한다. 그런데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경쟁을 위해 할애하는 시간만큼 누군가와 만남은 줄어든다. 경쟁하는 삶을 즐기는 사람은 자신만을 위해 사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당신은 자신이 계획한 대로 삶이 실현되기를 바라는가?

자기 계획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누군가를 만날 때, 그 사람이 자신의 계획을 실현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가 그렇지 않은 가에 관심을 갖는다. 이 판단의 결과에 따라 상대방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 달라진다. 상대방은 내 계획을 실현시키는 도구로써 의미를 지닐 뿐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자신에게 접근한다는 것을 기분 좋게 생각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당신은 돈을 좋아하는가?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 이룰 수 있을 만큼 돈을 소유하고 있으면 행복하리라 생각한다. 또는 적어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데 구애받지 않을 만큼의 돈은 행복의 최소 조건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그런데 돈이 결국 순간적인 만족밖에 주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 가운데 모르는 사람이 있는가?

당신은 인정 받고, 관심 받고, 사랑 받기를 갈망하는가?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는 이 정당한 욕망에만 집중하는 사람은 누군가에게, 즉 자신을 인정해주고, 관심을 가져 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종속된다. 이 욕망에 집중하는 사람은 끊임없이 주위의 눈치를 보며 살아간다. 긴장과 불안이 늘 그를 따라다닌다. 그런데 인정 받고, 관심 받고, 사랑 받기를 구걸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음을 당신은 알고 있는가?

당신은 누군가를 미워해 본 경험이 있는가?

어떤 이유이건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이 나의 행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 번 같은 이유로 누군가를 미워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당신은 하느님을 사랑하는가?

그렇다면 얼마만큼 하느님께 사랑을 고백하며 사는가?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되지 않는 사랑은 그 진정성을 의심받는다. 그렇다면 불량식품, 경쟁, 전능하고자 하는 욕망, 돈, 인정받고, 관심 받고, 사랑 받기를 바라는 욕망, 행복과는 거리가 먼 미성숙한 삶의 방식이 의미하는 것은 하느님께 대한 불신과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있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나는 자꾸 그런 의심이 든다.

서동조 신부·중앙본당 보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