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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시대 지방교회를 연다] 12. 군종교구

리길재 기자
입력일 2009-06-25 수정일 2009-06-25 발행일 1998-08-02 제 2113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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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대비 군복음화 위한 「재정확보」 절실
연예산, 대도시 1개 성당보다 턱없이 적어
「군인주일→군전교주일, 2차헌금→전차헌금」 주교회의에 개정 요청
「삶의 표양을 보이자」「공부하는 신앙인이 되자」「선교사가 되자」주력
내년 설립10주년…매년 신영세자 4000여 명 배출
“군종교구는 한국교회 전체의 몫”공동 인식 가져야
타 교구와의 유대ㆍ적극적 상호 협조 필요
군종교구는 군인과 군무원의 신앙 생활 전반을 사목하는 속인적 교구라는 점이 여느 속지주의 교구와 다른 점이다.

군종교구는 내년으로 교구 창설 10주년을 맞는다. 군종교구는 1989년 10월 23일 설정됐다. 한국 천주교회가 군사목을 시작한지 39년, 군종단 창설 29년만의 일이다. 군종교구는 1986년 10월 가을 주교회의 총회에서 「군인 사목에 관한 교황헌장」의 정신에 따라 군종교구 창설지지를 의결해 가시화됐다. 1986년 11월25일 군종 신부단은 당시 군종단 총재 주교였던 경갑룡 주교의 명의로 교황청 인류 복음화성에 「군종교구 설정 요청서」를 제출했고, 1987년 12월5일 주교회의는 「군종교구 정관」승인을 인류복음화성에 요청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후 1989년 10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군종교구 설정과 함께 초대 교구장으로 정명조(아우구스티노) 신부를 주교로 임명하고, 투불바카의 명의 주교로 성성했다.

◈ 설립과 발전

군종교구 탄생은 김수환 추기경이 초대 군종교구장 정명조 주교 서품식때 행한 강론처럼 「한국 천주교회의 오랜 소망」이었다. 이날 미사는 군인신자들 뿐 아니라 한국 천주교회 전체가 새로운 활력 속에 힘찬 도약을 기대하는 희망찬 분위기에서 봉헌됐다.

「그대로 내게 이루어 지소서」(Fiat mihisecundum verbum tuum)를 사목지표로 삼은 정명조 주교는 주교 서품식중 인사말을 통해 『군종교구의 설정은 현대 세계에서 교회가 할일을 주의깊게 가늠하는 가운데, 특수사목 직무수행에 적합한 창의적인 방안 모색의 길을 열어놓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에 입각한 교황님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정주교는 또 『군종사목은 군종교구와 다른 개별교회들 사이에 일치와 협력의 긴밀한 유대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된다』며 교구간의 상호보완적 유대관계를 긴밀히 유지해나갈 것임을 피력했다.

군사목을 책임 말고 있는 군종교구의 위치는 한국 가톨릭 교회 전체, 쉽게 말해서 「전 교구」와 「젊은이」들을 연결하는 「가교」이며 「길목」이다.

군에서 많은 젊은이들을 건강한 그리스도인으로 양성, 교구와 사회에 복귀시킴으로써 자연적인 교세 증가와 젊은 교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군 복음화와 사목의 근본 목표인 만큼 군사목은 군종교구만의 몫이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의 몫이다. 따라서 정명조 주교가 취임사에서 말한 짧은 이 말 한마디는 군사목의 청사진을 보여준 명쾌한 해답이었다.

군종교구는 창설과 함께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듭해오고 있다. 연도별 영세자 현황을 분석해보면 교구 창설 연도인 1989년에 2,593명이던 것이 90년 3,569명, 91년 3,208명, 92년 3,854명, 93년 3,905명, 94년 4,011명, 95년 3,545명, 96년 3,688명, 97년 4,378명으로 연간 4,000여 명의 신영세자를 배출하고 있다.

또 종교시설 역시 군종교구 설정이후 1997년 말까지 8년 동안에 성당 29개, 사제관 6동, 교육관 18개, 공소 105개를 건립 총 159개의 건물을 신축했다.

군종교구가 설정된 후 장기 복무 군종사제도 늘었다. 1998년 2월 현재 군종 신부는 육군 51명, 해군 11명, 공군 14명 등 총76명. 이중 장기 복무자는 모두 22명이다. 이는 전체 군종 신부의 29%를 차지하는 수치로 육군 17명, 공군 3명, 해군 2명으로 분포돼 있다.

◈ 대희년과 제3천년기 준비

군종교구는 1999년 교구 설정 10주년과 2천년 대희년 준비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 군종교구는 이 기간 중 「군 사목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제3천년기를 대비한 군 복음화의 선교 전략을 정립하려 하고 있다.

그 사업의 일환으로 우선 교구 숙원사업이었던 「군종교구사」를 편찬할 계획이다.

또 「선교」와 「교육」이란 두 가지 측면에서 군종교구의 현안과제를 해결해 나가려하고 있다. 정명조 주교는 그 첫 단계로 성령의 해인 금년을 「일치와 복음화의 역군이 되는 해」로 정하고 교구장 사목교서 실천을 위한 28가지 실천 사항을 제시했다. 「삶의 표양을 보이자」「공부하는 신앙인이 되자」「선교사가 되자」 등 3가지 중심 실천 과제 아래 ▲개인 및 가정, 교회와 사회의 일치 추구 ▲개인적인 화해와 용서 ▲가정의 소중함 인식, 성가정 운동 ▲교회내 일치 및 기쁨에 찬 신앙인 공동체 형성 ▲복음선포 및 생명을 거스르는 사회악의 제거 ▲희년 정신의 대 사회 확산을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을 제시, 신자들의 실천을 권고했다.

정 주교는 「삶의 표양을 보입시다」는 중심 실천 과제 항목으로 ▲사제와 수도자들이 솔선해 성당에서 기도하는 모습, 절제되고 검소한 생활 모습을 보이자 ▲기도와 성사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주선한다 ▲매월 첫 목요일 본당별로 「성시간」을 갖는다 ▲가정기도 실시 ▲월1회 본당에서 「가정의 날」 제정 실시 ▲혼인 갱신식 마련 조당 해소를 위해 노력한다 ▲본당별 소공동체 조직, 기도모임을 육성 장려한다 ▲교회내 각종 모임이 신앙적인 모임이 되도록 교회문화 풍토를 조성한다 ▲먼저 인사하기 ▲일치를 위해 지구별 「성가 경연대회」「체육대회」 마련 ▲타종파 군종장교와의 만남의 시간 먼저 주선하기 ▲세례명 부르기 등을 내놓았다.

「공부하는 신앙인인 됩시다」 항목으로는 ▲모든 모임에서 「일치와 선교」를 위한 기도 봉헌 ▲미사 전후 이용 「5분 교리」 실시 ▲「성서모임」통해 성서봉독, 필사본, 묵상 나누기 권장 ▲소규모 교리경시대회 개최 ▲자유기도, 성서, 교리 공부 등을 통해 신자들의 발표력 육성 ▲강론준비 철저 ▲미사 독서자 교육 강화 ▲2천년 대희년 주교 특위 교육자료 본당 신부가 직접 교육 ▲주요 전례시기에 초빙 강사 통해 교육 기회 마련 ▲영적 도서. 비디오 등을 비치 교육자료 활용 등을 제시했다.

「선교사가 됩시다」 항목에는 ▲모든 것에 앞서 성령께 기도하는 습관을 기른다 ▲이웃에 대한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대화와 사랑을 나눈다 ▲선교의 중요성, 당위성을 교육한다 ▲가정 복음화 운동 전개 ▲본당별 「쉬는 신자」 선발 시상 ▲냉담자, 조당자 방문 회심을 위해 적극 도와준다 ▲사병중심의 사목 강화 등을 제시했다.

◈ 향후 과제와 전망

군종교구가 교구 설정 당시부터 지금까지 안고 온 과제로는 「군종 신부의 충원 및 장기 복무자 확보」「안정된 재정확보」「효율적 군사목을 위한 연구 단체의 필요성」 등이다.

부족하나마 「군종 신부의 충원 및 장기 복무자 확보」와 「효율적 군사목을 위한 연구 단체 설립」문제는 어느 정도 보완되고 있고, 「사목연구위원회」를 가동, 교구장의 사목 방향을 지원하는 체제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풀지 못한 숙제는 「교구 재정 확보」 문제이다. 군종교구의 연 예산은 10억여 원 안팎이다. 대도시 성당의 연예산보다 턱없이 부족한 자금이다. 이 돈으로 전국 육해공군 신자 장병들과 군인가족을 위한 사목과 군 선교 자금을 충당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얼마나 열악한 현실에서 군종사제들이 살아가고 있는가 가늠해 볼 수 있다. 군종교구의 재정은 「군인주일 2차 헌금」과 「군종후원회 후원금」「군종본당 교납금」「교황청 보조금」 등으로 충당되고 있다.

군종교구의 재정확보는 곧 개별교회 신자들의 군 복음화에 대한 관심과 직결돼 있다. 군종교구의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선 일차적으로 「군사목과 군 복음화」에 대한 일반 신자들의 인식 전환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그래서 군종교구는 「군인주일」을 「군 전교주일」로 개정해줄 것을 주교회의에 요청할 방침이다. 또 군인주일 2차헌금을 전차헌금으로 지원해 줄 것도 건의할 예정이다. 또 개별교회와의 긴밀한 유대와 협조를 통해 현재 서울, 대구, 부산, 마산 4개 교구에 설립돼 있는 군종후원회가 전국 교구로 확산되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군사목과 복음화에 대한 개별교회 교구장과 사목자, 신자들의 새로운 인식이 선행되지 않는 한 군종교구의 재정확보는 요원한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군종교구가 또 풀어야 할 과제는 바로 「통일대비 군사목 방향 설정」 문제이다. 통일이 되었을 경우 군내 상치되는 이데올로기적 대립을 상쇄시켜나가는 일을 바로 종교가 담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심각하고도 중요한 문제이다. 유물론적 무신론자들에게 특히 공산주의 사상으로 무장된 군인들에게 「하느님의 존재」와 「구원」에 대한 고민을 안겨주는 일은 오직 군종교구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잘 준비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도 「재정확보」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따라서 통일을 대비한 군 복음화와 선교를 위해선 군종교구 설정을 한국교회의 오랜 소망으로 품어왔듯 그 열정으로 전교구가 군종교구와 유기적인 유대와 적극적인 상호협조로 군 복음화를 신장시키는데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다.

리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