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지상 신학강좌] 401. 7성사에 대한 진보적 이해 - 그리스도교 토착화를 위한 성사들/이순성 신부

이순성 신부·광주 가톨릭대학교
입력일 2009-06-25 수정일 2009-06-25 발행일 1998-10-18 제 2123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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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 토착화 위해 성사 토착화 우선
「자이레 전례」-가장 모범적으로 토착화
가. 성사의 전례 토착화의 의무

이미 성사 총론을 전개할 때 성사를 그리스도교 토착화를 위한 성사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듯이 전반적인 그리스도교 토착화를 위해서 우선적으로 성사의 토착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토착화된 신앙 표현인 성사의 실재야말로 그리스도교 토착화의 바탕이자 골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톨릭교회 교리서 역시 요한 바오로 2세의 교황교서 Vicesimus Quintus Annus 16항과 전례헌장 21항을 참조하면서 비록 적응단계에 초점을 맞춘 것이긴 해도 성사의 토착화에 대해서 강조한다. 『전례, 특히 성사의 전례에는 변경될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 이는 하느님께서 제정하신 부분이기 때문에 교회는 이 부분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 또 변경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를 새로이 복음화된 민족들의 문화에 적용시킬 권한과 때로는 의무까지 가지고 있다』(1205조).

교리서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특성과 문화가 각기 다른 민족이지만 그들도 그리스도께 받아들여지고 그분으로 인해 변화된 고유의 인간 문화와 더불어 또 그 문화를 통해서, 하느님의 다양한 자녀가 되어 한분이신 성령 안에서 성부께로 나아가 영광을 드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교리서 1204조 참조).

이렇게 성사의 전례 토착화라는 과제는 각기 다른 민족과 그들의 교회에 부여된 의무적인 것이기도 하다. 우리 민족과 우리나라 교회도 성사의 전례를 토착화해야 한다는 그 의무를 완수해야 한다.

그런데 성사들은 여러가지이고 또 각 성사들의 토착화에 대한 준비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덜 되어 있는 형편이기 때문에 각 성사들이 지향하는 목적이면서도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리고 가톨릭교회 인으로서 일상적인 삶 안에서 자신의 신원을 확고하게 진술할 수 있게 해주는 근거인 「성사 중의 성사」 그러면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그 토착화가 충분히 가능한 성체성사(교리서 12112조)의 전례를 직접적인 대상으로 해서 시도해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나. 성사 중의 성사인 성체성사의 전례 토착화의 시도

필자는 성체성사의 전례 토착화를 위해 한국의 전통적인 종교현상에 대해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전통적인 종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가운데 하나가 한국 무(巫)이다. 한국 무(巫)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고와 생활방식에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전통적인 종교현상인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이미 한국 무(巫)굿과 교중 미사의 상징행위를 이해하기 위해 비교ㆍ연구한 적이 있다. 당연히 그리스도교의 토착화이자 한국 무(巫)의 그리스도교화를 시도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 실제로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이 작업을 위해 자극적이면서 전제적이었다.

첫째, 「사람들을 위한 성사」인 성체성사를 핵심으로 한 미사가 당연히 「사람들을 위한 미사」인 것처럼 무(巫) 굿(의례) 역시 사람들을 위해 베풀어진다.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지상천국 건설의 현세주의적인 것, 즉 봉사적으로 「복을 빌고 재앙을 물리치는 것」(祈福禳災), 그래서 홍익인간을 이념으로 한다.

둘째, 사제는 왕직과 더불어 예언직을 봉사적으로 수행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사제의 봉사적 왕직과 예언직 수행이 가장 적극적으로 드러나는 시간과 장소가 바로 미사이다. 무굿(의례)의 주관자인 무당 역시 마찬가지이다. 무당은 굿이 배풀어지는 동안 사제로서 뿐 아니라 신과의 통교로 인해서 발효되는 왕의 권능을 행사할 뿐 아니라 예언자로서의 기능을 발휘함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일을 봉사적으로 한다.

셋째, 한국에서의 그리스도교의 토착화를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미사의 토착화를 시도한다는 것은 당연하고 그 시도를 위해서 한국의 전통적인 종교현상인 무굿의 상징행위들을 미사의 상징행위들과 비교해본다는 것은 필수 조건이다. 이미 미사의 토착화를 상당 수준 이룩한 채 더욱 발전적으로 노력해 나가고 있는 세계 각지의 교회들 중에서도 자이레전례는 가장 모범적으로 토착화를 이룬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도교적인 것을 가장 자이레적으로 표현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 전례의 여러가지 특징들 가운데 두드러지는 것이라면 상징들(토착음률과 춤)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점이다.

이순성 신부·광주 가톨릭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