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아듀 바오로 해]〈4〉특별좌담 - 바오로 해가 남긴 것

정리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09-06-23 수정일 2009-06-23 발행일 2009-06-28 제 2654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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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로의 재발견’ … 영성 심화 새 전기 마련
‘말씀 영성’ 토대로 ‘기쁜 소식’ 전해야
좌담 참가자들은 사도 바오로의 선교 열정과 사제직의 본질적 사명은 '하나'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회심(Metanoia)할 수 있다면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성 바오로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체험, 그 사랑을 이웃에게도 전하고 싶은 뜨거운 열정으로 살다간 사도다. 그의 선교 열정은 이방인들에게까지 기쁜 소식을 전하게 했고, ‘가톨릭’이 ‘세계 종교’로 우뚝 설 수 있는 기틀을 세웠다.

지난 한 해 보편교회는 바오로 사도의 탄생 2000주년 ‘특별희년’을 지내며 그의 삶과 정신을 집중적으로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 교회 안에서도 전대사 지정성지순례와 신심미사 봉헌을 비롯해 바오로 사도 서간 필사, 특강과 세미나 등의 교육과 선교 관련 행사 등이 다채롭게 마련된 바 있다.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복음을 이웃에게 널리 전할 소명을 부여받았다. 6월 29일 특별희년 ‘바오로 해’의 대단원의 막을 내리며, 지난 한 해를 보낸 우리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되짚어보고 앞으로 바오로 사도의 모범을 각자의 삶에서 되살려나갈 여정을 밝혀본다. 이러한 논제를 바탕으로 교회 각계 전문가 사제 4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좌담자 :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차동엽 신부(미래사목연구소 소장)

유희석 신부(수원가톨릭대 교수, 선교학)

안성철 신부(성바오로 수도회)

▶사회 : 우광호 가톨릭신문 기획특집팀장

▶일시 : 6월 18일

▶장소 :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 회의실

- 우광호(가톨릭신문 기획특집팀장, 이하 ‘사회’) : 지난 한 해 보편교회 흐름에 발맞춰 한국 교회도 바오로 사도의 삶과 신앙을 본받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펼쳐왔습니다. 각 교구 교구장님들도 사목서한 등을 발표하고 내·외적 복음화 노력에 대해서도 한결 같이 당부해왔는데요. 지난 한 해 바오로 해를 보낸 한국 교회의 모습을 되돌아보았으면 합니다.

▲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이하 ‘허’) : 우선 ‘바오로 해’를 통해 한국 교회 신자 모두가 바오로 사도의 신심에 대해 총체적으로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른바 ‘바오로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교회 전체가 바오로 사도의 선교열정을 본받기 위한 운동에 일치된 힘을 기울인 것만으로도 특별희년의 효과를 누린 한 해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쉬움도 큽니다. 특히 전체적으로 ‘바오로 해’ 의미와 실천사항 등을 널리 알리는 홍보 노력이 부족했다고 판단합니다. 홍보 부족은 가톨릭교회의 고질적인 한계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각 본당에서도 강론 등을 통해 신자 개개인들이 바오로 해 의미를 올바로 알고 각자 생활 안에서 실천사항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독려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 차동엽 신부(미래사목연구소 소장, 이하 ‘차’) : 지난 한 해 동안 한국 교회 안에서 가장 부족했던 부분은 복음의 영성이 아닌가 합니다.

한국 교회는 외적으로는 대체로 ‘바오로 해’를 신실하게 보내기 위해 힘을 모았지만 내적인 면에서는 여전히 공허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지난 1년 간 한국 교회에서는 아마 성지순례 붐이 가장 크게 일지 않았나 합니다. 그러한 부분도 긍정적인 변화일 것입니다. 각 교구별로 체계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도 높이 평가합니다. 그러나 내적인 문제점이 여전히 산재해 있습니다.

저는 바오로 사도의 영성을 성령·평신도·말씀·복음·증거의 영성 등으로 정리해봅니다. 그중 특별히 말씀의 영성을 강조합니다. 이젠 ‘말씀’을 단순히 필사하며 관심을 유도하는 초보적인 단계를 넘어서 내용을 심화할 때입니다.

‘말씀’과 구분해 ‘복음’에 대한 부분도 짚어보길 바랍니다. 지금 우리들의 모습을 냉정히 들여다보면 교리와 율법 중심으로 경직된 신앙관 안에 여전히 갇혀 있는 형상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기쁜 소식과 믿음의 말씀, 은총의 말씀을 널리 선포하셨는데 우리는 의무적으로만 신앙을 실천하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해’ 기간 동안 기쁜 신앙생활을 펼치는데 더욱 힘쓰지 못한 점이 안타깝습니다.

▲ 유희석 신부(수원가톨릭대 교수, 이하 ‘유’) : ‘바오로 해’를 보내면서도 우리 교회는 믿지 않는 이들에게 어떻게 다가설까 고민하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판단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가장 아쉬웠던 부분을 ‘여전히 받는 데만 관심 있는’ 모습이라고 지적하고 싶습니다. ‘바오로 해’ 기간 동안 우리의 관심은 일차적으로 전대사에만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특별희년을 맞아 내가 전대사를 받고, 내가 영적으로 은총을 받고, 내가 변화하고, 내 일상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그러나 여기에는 이웃에게 무언가를 ‘주겠다’는 것이 없습니다. 오로지 내가 받는 것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살아온 1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각 교구별로 교구장님들이 메시지를 발표하고 신자들의 동참을 독려한 부분은 매우 고무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메시지와 더불어 한국 교회의 관심은 대부분 세상 사람들이 아닌 ‘신자들’에게만 집중됐습니다. 이것이 바오로 사도가 진짜 원하셨던 일일까요?

▲ 안성철 신부(성 바오로 수도회, 이하 ‘안’) : ‘바오로 해’를 통해 보편교회 전 신자들이 바오로 사도를 재발견하게 된 것은 큰 성과입니다. 특히 한국 바오로 가족수도회 회원들에게는 영성을 심화하는 새로운 기회였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이 수도회 내부에만 머물고 지역교회를 위해 기여한 바가 부족한 듯해 아쉬움이 큽니다.

바오로 가족수도회들은 ‘바오로 해’ 개막 이전부터 내부적으로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영성을 활성화하는 다채로운 행사를 펼쳤습니다. 바오로사도축제, 특강, 애니메이션 제작, 문화공모전 등 다양했지요. 하지만 교육·홍보 자료 등을 제작해 각 본당 등에 배포하겠다는 처음의 계획은 실현하질 못했습니다.

아울러 한국 교회 전반에서도 전대사를 받기 위한 움직임은 많았지만, 신자 개개인이 구체적으로 바오로 사도의 영성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와 노력은 부족했다고 평가합니다. 예를 들어 순례 지정성당에서 바오로 사도에 대해 알 수 있는 영상물을 상설 상영하거나 홍보물만 비치돼 있었어도 보다 많은 신자들이 바오로 사도와 전대사 등에 대해 잘 알 수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 사회 : 바오로 사도가 살았던 시대와 2000여 년이 지나온 이 시점에서, 그래도 ‘바오로 해’를 기회로 사도의 영성과 선교 열정 등을 어떻게 본받고 실천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노력의 물꼬를 튼 듯합니다.

또 올바른 신앙생활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교육’도 필요함을 새삼 절감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시간을 보낸 현재 우리의 모습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안 : 바오로 사도의 모습이 신자 개개인의 삶에서 완전히 드러나기엔 여전히 역부족인 모습으로 보입니다. 특별희년을 보냈다고 해서 크게 변화한 것도 없지 않나요.

이즈음 저는 김수환 추기경님을 떠올려봅니다. 김 추기경님의 모습은 이 시대에 바오로 사도를 재탄생시키며 그 모범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저희가 2000년 전 바오로 사도의 모범을 현 시대에 맞게 적용해 실천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모범대상도 필요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신자들을 위해 눈이라도 빼주고 싶다고, 모든 것을 주고 싶다고 하시며 자신을 내어놓으신 분입니다. 특별희년 기간 동안 바오로 사도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김 추기경님의 마지막 모습을 뵐 수 있어 감동적이었습니다.

▲ 유 : ‘바오로 해’를 보낸 한국 교회의 현주소는 이른 바 ‘성경 필사 수준’이라고 봅니다. 이제 필사 수준에서 벗어나 묵상으로 들어가고, 삶으로 실천해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전대사를 받는 데에만 너무 급급했던 우리의 모습이 남아 있지 않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 허 : ‘바오로 해’를 보내면서 한국 교회가 취약점을 보이고 있는 안팎의 소통문제에 대해 새삼 절감하게 됐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현대인으로 치면 홍보커뮤니케이션의 전문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항상 상대방 중심의 언어로 또한 그들의 입장과 눈높이에서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그러나 현재도 교회와 신자들은 서로 원활히 소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신자들과는 더욱 힘듭니다. 이러한 소통의 부재를 그대로 둔다면 교회는 홀로 존재하며 사회에서 소외될 것입니다.

- 사회 : ‘바오로 해’ 폐막을 즈음해,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신부 선종 150주년을 맞아 선포한 ‘사제의 해’가 시작됐습니다. 바오로 해의 핵심인 복음 선포는 사제의 해 영성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복음 선포 자체가 사제의 근본적 존재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 유 : 공감합니다. 특히 ‘사제의 해’를 맞아 한국 교회 신부들의 신원에 대해 더욱 깊이 고심하고 실천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00본당 신부다’라고 한다면 과연 옳은 응답일까요? 본당 신부도 우선 ‘본당 선교신부’입니다. 선교사라는 말입니다. 따라서 선교사로서의 신원의식을 가지려면 본당 신부에만 머물던 틀을 깨고, 지역사회 등으로 눈을 돌려 이웃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서는 모범을 살아야 합니다.

‘바오로 해’를 마무리하면서 ‘사제의 해’를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진정 바오로 사도의 모범을 구체화할 수 있는 뜻 깊은 기회가 아닌가 합니다. 특히 교황께서 사제의 해의 모범으로 내세운 분은 아르스의 성자 비안네 신부입니다. 비안네 성인은 치열하면서도 성실한 삶을 통해 성인이 되신 분입니다. 한국에서 이렇게 삶으로 신앙을 증거하는 성인이 나와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합니다. ‘사제의 해’는 사제와 수도자, 신자 모두 한 단계 더 도약해 삶을 충실히 살고 우리의 신앙이 더욱 은혜를 받을 좋은 기회라고 봅니다.

▲ 허 : 유 신부님 말씀에 대해 동의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현재 신부들의 모습을 보면 항상 신자들을 대상으로만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면이 많습니다.

초기교회의 모습을 돌이켜보면 신자 개개인이 열심히 사는 삶을 통해 이웃을 감화시킨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신자 개개인 뿐 아니라 신부들도 정말 ‘그리스도인으로서’ 살고 있는가를 깊이 성찰해야 합니다. 내적 영성 문제에 관심을 돌려야 할 때입니다. 이것이 ‘바오로 해’를 보내고 ‘사제의 해’를 살아갈 때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 안 : 바오로 사도는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의 대가셨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이방인들에게 전하고 그들을 설득해 하느님 나라로 이끈 분입니다. 이렇게 이방인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셨던 모습은 현대 신부들에게도 큰 모범이 됩니다.

특히 ‘사제의 해’를 이어가면서 신부 개개인이 말씀의 씨앗을 제대로 키울 수 있는 기술을 갖춰야 할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보다 전문적인 교육과정 등도 지원돼야 할 것입니다.

▲ 차 : 세상 사람들은 누구든 자신의 인생에 도움이 될 긍정적인 말을 찾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경에는 온갖 좋은 말씀들이 다 있습니다. 우리는 신자 뿐 아니라 비신자들도 이 말씀 안으로 이끌어줄 의무가 있습니다.

또한 신부들도 각자의 모습이 하느님의 말씀을 바탕으로 세워졌는지 지속적으로 성찰해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개신교 목사들은 제도가 아닌 말씀을 바탕으로 권위를 드러내지만 가톨릭교회 신부들은 제도 위에 신부의 권위를 세운다’고 질타하기도 합니다. 신자들은 ‘신부님의 말이니까’라면서 제도적인 권위를 인정하긴 하지만, 진정 그 말을 따르는 모습은 부족합니다. 지금이야말로 모든 신부들이 바오로 사도의 모범대로 다시금 말씀 위에 권위를 세워야 할 때입니다.

- 사회 : 바오로 사도의 영성을 본받아 신자 모두가 내적인 회심을 실현, 우리의 삶 안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해야 할 것입니다. 이에 대한 방법과 나아갈 방향 등을 간략히 조언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허 : 바오로 사도에게서 배워야 할 가장 큰 모범은 하느님을 향한, 선교에 대한 열정입니다. 우리에게는 이 열정이 바로 취약점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이러한 부족함을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방안은 바로 말씀의 생활화입니다. 말씀이 생활의 중심이 되면 개개인의 내면과 삶 전반은 물론 타인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을 우리의 일상에서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 차 : 자신의 모든 것을 하느님을 향해 내어놓는 열정이 현대 신자들에게 요청됩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올인(All in)해야 회심을 이룰 수 있습니다.

“복음을 위하여 이 모든 일을 합니다”라는 말씀처럼 개개인의 사회생활과 인간관계 구축 등 모든 생활을 복음에 따라 실천하는 노력이 평신도들에게 요구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특히 신자 교육 시스템의 제도화가 필수적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한두 번 공부하고 끝낼 내용이 아닙니다. 예비신자 교리 이후에도 말씀을 지속적으로 습득하고 묵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자리 잡을 때 한국 교회의 사목정책 등도 올바른 방향으로 실현되고, 신자 개개인의 신앙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실제 냉담율도 크게 줄어듭니다.

▲ 유 : 말씀의 영성을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바오로 사도가 ‘바오로’였던 것은 바로 예수님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예수님을 만남으로써 선교사가 되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예수님을 만날 수 있을까요?

바로 성경말씀 안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씀은 앞으로도 계속 우리 삶 속에서 만나고 실현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이렇게 말씀의 영성을 살아갈 때 나도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세례성사의 의미를 다시 환기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세례를 받음으로써 하느님을 증거하는 사람이 됩니다. 예외가 없습니다. 그런데 세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신앙이 힘을 내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바로 선교사인 내가 선교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선교를 하는 방법은 각자의 일상 안에서 성경말씀을 구체적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 안 : 신자 개개인에게 복음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교회는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를 참된 행복으로 이끌어주는 것임을 확신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오로 사도의 모범을 따라 신자들의 눈높이에서, 신자들의 언어를 통해 다가가야 합니다. 모든 일상생활을 예수 그리스도의 사고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신영성운동 또한 그 필요성을 절감합니다.

제가 평소 각 본당 등의 고해성사를 돕다 보면 신자 중 80~90%는 ‘주일미사를 빠졌습니다’, ‘보속을 못했습니다’ 등의 잘못만 나열합니다. 사랑 실천 등에 대한 양심성찰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말씀입니다. 신자들의 회심을 위해 교회가 신자 개개인이 사랑을 실천하면서 영성을 심화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합니다.

- 사회 : ‘바오로 해’를 보내고 ‘사제의 해’를 새로 시작한 한국 교회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많은 고견을 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신자들과 나누고 싶은 말씀을 간략히 부탁드립니다.

▲ 허 :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갈라 2,20)라는 성경 말씀을 다시금 기억합니다. 이 고백이 사제 뿐 아니라 모든 신자들의 고백이길 바라며, 완전하진 않아도 변화를 향해 나아가는 여정을 함께 살았으면 합니다.

▲ 차 : 앞으로 더욱 열심히 공부하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말씀을 선포하려면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시대의 흐름을 알기 위해서는 남의 이야기도 듣고,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하는 것입니다.

▲ 안 : 저도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1코린 13,2)라는 성경말씀으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사랑 없이 율법에만 매달려 살던 사람(바오로 사도)이 하느님을 만나고 하느님 사랑을 체험하고 나서부터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그 사랑을 전하기 위해 삶을 바쳤습니다. 사랑 때문의 자신의 한 존재를 내어주게 된 것입니다. 우리도 이러한 아가페적 사랑을 체험하고, 사람들에게 나눠주면서 살아가길 바오로 사도도 절실히 바라실 것입니다.

▲ 유 : 저는 결론적으로 한국 교회 선교의 패러다임이 변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하느님의 나라를 믿거나 믿지 않거나, 죄인이거나 선인이거나 하느님께서는 모든 이를 사랑하시고, 모든 이를 자녀로 받아들이심을 기억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신자들은 하느님의 사랑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들과 나누어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들은 사랑을 받는 것에만 익숙하고 주는 것에 대해서는 무감한 편입니다. 이 시대의 선교는 사랑을 주는 것이어야 합니다.

- 사회 : 바오로 해는 저물고 있습니다. 사제의 해가 밝았습니다. 지금 우리는 큰 흐름을 하나 보내자마자, 또다시 밀려오는 엄청난 흐름을 받아들여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서 있습니다. 사도 바오로의 선교 열정과 사제직의 본질적 사명은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사도 바오로의 꿈과 희망이 오늘날 사제들의 꿈과 희망으로 다시 꽃 피우길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허영엽 신부, 차동엽 신부, 유희석 신부, 안성철 신부

정리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