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아듀 바오로 해!] <2〉되돌아보는 바오로 해 Ⅱ(해외)

곽승한 기자
입력일 2009-06-10 수정일 2009-06-10 발행일 2009-06-14 제 2652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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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증거 본받아 일치·화합 도모
교황청, 성 바오로대성당 등 전대사 순례지 9곳 선정
각 지역교회들도 성지순례·기도서 제작 등 적극 나서
중국 교회, 서간 연구·선교 등 펼치며 쇄신 기회 삼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008년 6월 28일 ‘바오로 해’ 개막미사에 앞서 성 바오로대성당의 바오로 조각상 앞에서 기도를 바친 뒤 걸어가고 있다.
▤희년의 성대한 개막

2008년 6월 28일 저녁. 로마 성 바오로 대성전에 특별한 등불이 켜졌다. 이방인의 사도 바오로 성인 탄생 20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희년 ‘바오로 해’(Pauline Year)가 시작됐음을 전 세계 교회에 알리는 등불이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날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대축일 전야 기도회에서 등불을 밝힌 후, ‘바오로 해’의 공식적인 개막을 선포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바오로 사도의 용맹한 믿음의 증거는 오늘날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분명한 모범이 되어야 한다”며 “그분은 우리의 교사이자,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이며 선포자”라고 강조했다. 또 “전 세계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일치와 화합을 위해 노력하는 시간을 보낼 것”을 당부했다.

로마에서의 개막식과 함께 한국 교회를 비롯한 세계 각국 교회는 보편교회의 ‘바오로 해’ 기념에 맞춰 일제히 개막미사를 거행했으며, 일부 교구에서는 사목교서와 담화문을 발표해 바오로 사도의 신앙을 본받기 위한 공동체 차원의 노력을 다짐했다.

▤ 전대사·로고·순례지 발표

‘바오로 해’의 공식 개막을 앞두고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성 바오로 사도 탄생 2000주년 기념 특별 전대사의 은총을 허락한 것이다.

교황청 내사원장 제임스 프랜시스 스태포드 추기경은 5월 10일 발표한 교령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는 바오로 해 동안 베풀고 받는 전대사에 관한 교령을 준비하고 작성할 임무를 내사원에 맡기셨다”며 “내사원은 교황 성하의 뜻에 따라 교령을 발표하고 은사를 아낌없이 베푼다”고 공포했다.

교황청은 이와 함께 ‘바오로 해’를 맞아 순례객들이 로마에서 바오로 사도의 자취를 느낄 수 있는 순례지 아홉 곳을 선정했다.

가장 먼저 성 바오로의 무덤 위에 세워진 ‘성 바오로대성당’을 비롯해 ‘성 베드로대성당’, ‘성 요한 라테라노대성당’ 등 세 곳의 대성당이 선정됐다. 이어 바오로 사도가 참수된 뒤 잘린 머리가 세 번 튀었고, 그 자리마다 샘이 솟았다는 ‘트레폰타나성당’, 그리고 바오로 사도가 살았던 비아라타 지역의 ‘산타마리아성당’과 레골라 지역 ‘성 바오로성당’이 포함됐다. 또 사도에게서 세례를 받은 성녀 프리스카가 살던 ‘산타프리스카성당’, 바오로 사도의 유해가 안치됐던 ‘지하묘지’와 순교하기 전에 갇혀 있던 ‘마메르티네 감옥’도 순례지에 들었다.

교황청 관계자는 “특별희년 기간을 맞아 로마를 방문했다면, 성 바오로 사도의 삶과 신앙을 되새기며 이 순례지들을 꼭 방문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교황청은 아울러 ‘바오로 해’를 상징하는 로고를 공식 발표했다. 로고는 총 6개의 상징(기간을 나타내는 숫자들, 칼, 책, 십자가, 불꽃,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쇠사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상징은 모두 바오로 사도의 영성을 드러내고 있다.

▤지역 교회의 다양한 노력들

보편교회가 ‘바오로 해’를 거행함에 따라 세계 지역 교회들도 교회의 일치와 화합을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바오로 사도의 고향, 터키 타르소에서 가장 먼저 기쁜 소식이 시작됐다. 터키 주교단은 6월 22일 타르소에서 교황청 교회일치평의회 의장 발터 카스퍼 추기경 주례로 ‘바오로 해’ 개막미사를 봉헌하고 특별희년을 기념하기 위한 본격적인 일정에 들어갔다. 주교단은 개막미사에 이어 6월 22~24일 타르소와 이스켄데룬의 바오로에 관한 심포지엄을 열었으며, ‘타르소-안티오키아-에페소’로 이어지는 바오로 사도의 발자취를 따르는 성지순례 코스도 마련했다.

영국 웨스트민스터대교구장 코맥 머피 오코너 추기경은 6월 28일 오후 ‘바오로 해’ 개막미사를 집전하고, “특별히 이 뜻 깊은 희년 동안 젊은이들이 신앙과 교회 생활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또 포르투갈 주교회의는 주교단의 이름으로 ‘바오로 해’ 담화문을 발표하고, “포르투갈 교회가 바오로 해를 맞아 더욱 풍성한 열매를 맺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북미 대륙도 다양한 기념행사를 마련하고 나섰다. 미국 피닉스교구장 토마스 올름스테드 주교를 포함한 미국 주교단은 신자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발표하고, “바오로 해 기간 동안 특별히 하느님 말씀에 대한 사랑과 바오로 사도의 복음적 열정을 본받을 것”을 당부했다. 또 캐나다 토론토대교구장 토마스 콜린스 대주교는 바오로 해 개막미사를 거행하고, 신자들을 위한 사목교서를 발표했다. 콜린스 대주교는 사목교서에서 “바오로 해를 맞아 가톨릭 공동체가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기념행사들을 마련한다”며 “특히 교구 차원의 기도서를 특별 제작해 바오로 해 기간 동안 기도 운동을 펼친다”고 선포했다.

이밖에도 아프리카의 카메룬 주교단은 사목교서를 통해 “바오로 해가 그리스도교적 삶과 선교활동에 큰 자극을 주기를 바란다”며 “특별히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로 불리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모든 이들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시아 교회도 기쁨 풍성

선교 지역인 아시아 교회들에게도 ‘바오로 해’는 특별한 은총의 희년으로 다가왔다.

특히 중국 교회는 공동체 차원의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며 ‘바오로 해’를 쇄신과 발전의 기회로 삼았다. 매주 성경공부 모임을 가져온 중국 구이양교구 내 본당들은 바오로 해를 맞아 특별히 바오로 서간에 대한 연구에 집중했다. 또 닝씨아교구는 최근 교황의 승인을 받은 리 징 주교의 지도 아래 교구 차원의 대대적인 선교 운동을 펼쳤으며, 한주교구의 창린본당은 바오로 해를 기념해 50명이 넘는 평신도 교리교사들을 배출하기도 했다.

아울러 홍콩교구는 6월 29일 존 통 혼 주교 주례로 바오로 해 개막미사를 거행하고, 사도 바오로에 대한 책자를 모든 신자들에게 수여하는 예식을 마련했다. 또 홍콩주교회의 산하에 바오로 해 기념행사를 주관하는 위원회를 설치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태국 주교단은 “바오로 해 기간 동안 바오로 사도의 삶과 신앙을 본받아 그리스도를 삶으로 증거하는 해로 지낸다”는 내용의 사목교서를 발표하고, 성경 묵상에 사목적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했다. 인도네시아 교회는 바오로 해를 맞아 사마랑교구 주관으로 성체대회를 거행했다.

▤그 밖의 행사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바오로 해’ 기간 동안 바티칸을 찾은 순례객들을 대상으로 바오로 사도에 관한 교리교육을 실시했다. 교황의 교리교육은 매주 수요일 주례 일반알현 시간을 이용해 바오로의 해 공식 개막 직후인 지난해 7월 2일부터 지난 2월 4일까지 모두 20회에 걸쳐 진행됐다.

교황은 더 나아가 ‘제24차 청소년주일 담화’와 ‘제95차 세계 이민의 날 담화’, ‘제82차 전교주일 담화’ 등에서도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적극 인용하며 그의 열정적 삶과 신앙을 본받을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최근 ‘바오로 해’가 폐막하는 올해 6월 29일 전 세계 바오로 관련 성지에서 폐막식을 주례할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의장 장 루이 토랑 추기경 등 7명의 교황 특사를 임명하기도 했다.

‘바오로 해’를 맞아 시리아 다마스커스의 성 바오로성당 마당에 사도 바오로와 성모 마리아의 이콘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
‘바오로 해’ 순례지로 선정된 로마 성 바오로대성당 전경.

곽승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