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교구청 사람들] 제주교구 가정사목위원회

권선형 기자·이창준 제주지사장
입력일 2009-06-09 수정일 2009-06-09 발행일 2009-06-14 제 2652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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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가정 보면 일할 맛 납니다”
참사랑가정상담소·아버지학교·가족봉사단 등
지역사회에 건강한 가정 만들기 위해 구슬땀
현문권 신부를 비롯한 9명의 제주교구 가정사목위원회 가족.
제주교구 가정사목위원회의 노리보듬 가족봉사단이 인근 해변에서 환경미화 활동을 하고 있다.
“주교님! 가정문제로 신앙이 흔들립니다. 가정만 행복하면 신앙생활도 직장일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어려움이 있으셨군요. 힘내세요. 제가 돕겠습니다.”

2002년 10월 8일 제주교구장으로 착좌한 강우일 주교는 교구 내 각 본당 사목방문을 통해 신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신자들이 강 주교에게 호소한 문제는 ‘가정’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신자들이 가정 내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강 주교는 2004년 제주교구에 ‘가정사도직’을 도입한다. 가정이 바로서야 신앙은 물론 사회에서의 빛과 소금의 역할에 충실한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동안 상담소 운영, 아버지학교, 한부모가정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가정사도직은 올 2월 교구 차원에서 직제를 개편, 가정사목위원회로 명칭을 바꿨으며 이주사목으로도 그 영역을 넓혔다. 아울러 지난해 5월에는 제주시로부터 위탁을 받은 제주시건강가정지원센터도 문을 열어 비신자들에게도 문호를 개방, 지역사회 ‘선교’에도 앞장서고 있다.

성가정, 건강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상처받은 가정의 등불 역할을 해온 제주교구 가정사목위원회! 5월 가정의 달을 누구 못지않게 바쁘게 보낸 제주교구 가정사목위원회를 찾았다.

6월 3일 오전 9시, 제주시 삼도 2동 제주교구 가정사목위원회(이하 가정위).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정신없이 한 달을 보냈던 제주교구 가정위는 이날도 바쁜 일정으로 아침부터 분주한 표정이다.

“신부님 전화 받으세요. 교구청입니다.” “신부님! 제주시에서 전화 왔어요.”

“상담 전화 중이니 조금 있다 전화 해달라고 하세요.”

제주교구 가정사목위원회 위원장이자 제주시건강가정지원센터 사무국장인 현문권 신부는 출근하자마자 걸려오는 전화로 정신이 없다. “오늘은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5월은 우리 가족 모두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냈어요.”

현 신부를 비롯한 배젬마 수녀, 고마르타 수녀, 상담팀 이연자(프란치스카로마나)씨, 운영지원팀 강수미(도미니카)씨, 교육팀 고은이(효임골룸바)씨, 문화팀 김효주(효주아네스)씨, 아이돌보미팀 신수옥(레아)씨, 다문화팀 신강협(요셉)씨 등 총 9명의 가정위 식구들도 바쁘긴 마찬가지. 5월 가정의 달에 진행된 상담 자원봉사자 양성교육, 행복한 결혼 준비하기 등 각자 맡았던 프로그램의 총결산, 6월 사업계획을 세우는데 여념이 없다.

가정위가 맡은 프로그램은 교구에서 진행하는 아버지학교, 어머니학교 등을 비롯해 지역사회를 위한 가정 프로그램도 함께 병행하고 있어 서로 도움이 필수다.

제주도 가정위로 올해 파견된 배젬마 수녀는 제주문화와 가정위가 아직까지 낯설지만 가정위 활동을 총괄하며 현 신부와 직원들을 도와 가정위의 어머니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교구청 1층 참사랑가정상담소에서 근무하는 고마르타 수녀와 이연자씨도 비록 사무실은 떨어져 있지만 가정위의 든든한 가족이다. 상담소에서는 가족문제, 부부문제, 자녀문제 등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가정위의 프로그램을 연결해줘 많은 용기와 희망을 전해주고 있다.

가정위의 원년 멤버, 강수미씨는 공문처리, 회계 등 가정위 행정 전반을 맡고 있다. 강씨는 가정위가 마련하고 있는 프로그램 중 가나혼인강좌와 아버지학교, 어머니학교가 타 교구와의 차별성을 갖고 있다며 자부심이 대단하다. 특히 예비부부들을 위한 가나혼인강좌는 타 교구가 하루 동안 진행하는 심화교육을 1박2일 동안 자아성찰, 고해성사, 성 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예비부부들이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제공하고 있어 찾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강씨는 밀려드는 업무로 힘들지만 비신자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모습을 보면 그동안의 피로가 말끔히 사라진다고 한다.

아버지·어머니학교 등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고은이씨도 아버지·어머니 학교를 가정위 자랑거리로 꼽는다. “아버지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며 어머니들이 ‘어머니학교’도 만들자고 제안하시더라고요. 어머니학교는 자발적인 요청에 의해 생겼다는 점이 눈여겨 볼 점이죠. 그만큼 먼저 시작된 아버지학교에 대한 평가가 좋았다는 반증 아니겠어요.” 고씨는 6월 중에는 재소자들을 위한 ‘찾아가는 아버지학교’가 계획돼 있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설렘 또한 크다고 한다.

문화팀에서 가족봉사단, 놀토 프로그램 등 문화 프로그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효주씨는 점점 입소문이 번져 비신자들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비신자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세례 받을 때면 정말 뿌듯해요.”

올 2월 제주교구 직제개편을 통해 가정위 식구가 된 다문화팀의 신강협씨도 가정위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제주도에 이주민들이 점점 늘어가고 다문화가정 이혼율이 전국에서 제일 높은 상황에서 신씨가 맡고 있는 영어미사, 다문화가정을 위한 아버지학교 등의 프로그램은 제주도의 다문화가정에게 큰 위로와 격려가 되고 있다.

돌보미 아주머니들의 급여정산, 돌보미사업 만족도 조사 등으로 아침 내내 바쁜 일정을 보냈던 신수옥씨는 “제주도에는 이혼가정과 한부모가정 등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아이들이 많다”며 “돌보미 파견서비스를 통해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힌다.

현문권 신부는 지난 한 달을 보내며 느낀 바가 많다. “모두 자기일이 바쁜데도 서로 격려해주는 모습에 저도 감동을 받았어요. 아직 초기단계로 할 일이 많지만 가족 같은 분위기로 서로 돕는다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현 신부는 가정위가 교회는 물론 지역사회에 건강한 가정을 만드는데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죠. 교회가 신자들만을 대상으로 교육을 한다면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 아닐까요. 성가정, 건강한 가정의 모습은 궁극적으로 사회 안정성에 있어서 교회가 기여해야 할 일입니다.”

제주교구 가정사목위원회의 아버지학교 프로그램.

권선형 기자·이창준 제주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