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수단을 입으며] 조한영 신부 - 역사교훈과 지혜

조한영 신부·동천성바오로본당 주임
입력일 2009-05-26 수정일 2009-05-26 발행일 2009-05-31 제 2650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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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영 신부
이명박 정부는 대운하를 자신의 임기 중에 어떻게든 실행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물론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란다. 신자유주의 방임 경제정책의 말기 증상으로 금융과 실물이 함께 곤두박질치고 있는 세계경제 상황에서도 유일하게 공공부문 민영화와 부동산 규제철폐를 통해 때늦은 거품이라도 일으켜 경제를 살려 보겠다는 가상한 노력을 펼치고 있으며 이런 엉뚱한 노력 중에 건설경기의 붐을 일으키는데 대운하만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이명박 자신이 건설토목에는 일가견이 있으니 말이다.

만일 이명박 정부의 이러한 노력들이 성공한다면 대한민국은 외환위기 이후 전무후무한 최대거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800조에 이르는 시중 유동 자금이 부동산과 주택 투기에로 다시 몰리게 되고 비생산적 분야가 과열되면 결국에는 오늘날의 세계경제가 증명하듯 거품의 대붕괴를 가져오게 되고 말 것은 자명하다. 그 피해는 대다수 서민과 중산층이 또다시 피와 땀과 눈물로 감당해야만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추진하는 정책들은 사회의 공동선을 위한 연대를 파괴하며 공동체성을 무너뜨리고 있음을 주시해야 한다. 최저임금삭감, 신입사원들의 임금삭감, 사회복지 예산삭감, 그리고 반대로 부자들을 위한 종합부동산세 폐지, 재벌과 대기업을 위한 법인세 상속세 감세 등 부자들을 위한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감세에 따르는 국가 재정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이명박 정부와 여당은 슈퍼 추경 28조9천억원을 확정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경이라는 미명하에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 투입되는 돈은 18조원 정도고 나머지는 세금과 국채를 발행해 집행하겠다는 것이다.

부자들을 위한 감세정책으로 15조원의 세금 부족분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결국 일반 서민들의 지갑과 주머니에서 빼내 오겠다는 발상이다. 또한 일자리에는 실상 3조5천억원이 투입되며 대부분 6개월 미만의 공공근로, 교사와 공무원 인턴직 등 불안정한 일자리들이다. 이런 이명박 정부의 역주행적 독주의 당연한 귀결로 2008년 우리나라의 빈부격차는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은 지니계수(소득배분의 균등정도를 나타내는 계수)가 매우 불평등한 단계인 0.35에 못 미치지만 심한 불평등을 나타내는 0.325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의 독재적 역주행의 정책에 있어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대운하 추진은 경제뿐만 아니라 자연과 생명의 연대와 공동체성마저도 파괴하는 대재앙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대운하에 대한 반대여론이 거세지자 수로사업, 4대강 유역 환경정비, 강물 잇기, 4대강 살리기 등으로 지혜롭게 말을 그때그때 다르게 바꾸면서 뚝심 있게 밀어 붙이고 있다. 처음 물류산업이라는 변명이 먹히지 않는 사기임을 간파 당하자 이젠 관광으로 치장 홍보하고 있다. 이 역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지만 그 노력만큼은 눈물이 날 정도로 집요하다. 만일 대운하가 추진되고 성공한다면 우리는 또 한 번 값비싼 역사 교육비를 대대자손이 지불하며 귀중한 지혜를 피와 눈물로 배우게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이러한 나 홀로 거꾸로 정책들과 그 종합판이라 할 수 있는 대운하 추진을 위한 다양하고도 치밀한 꼼수들을 볼 때 ‘악은 잠시도 쉬지 않는다’는 말이 떠오른다. 꼼수로 무장한 골리앗과 같은 이 정부에 맞서 ‘아니오’라고 말 할 수 있는 세력마저 별로 없는 것 같은 이 상황에서 생명과 공동선을 위해 담대하게 ‘아니오’라고 외칠 수밖에 없는 다윗과 같은 하느님의 사람을 세상은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다. 성경에서 하느님의 말씀으로 깨어 있지 않은 백성은 언제나 멸망의 저주를 받아 사라졌으며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백성은 축복으로 융성하였다. 성경에서 하느님의 말씀은 공동선을 위해 연대하고 가난한 과부와 고아들을 사회가 돌보라는 것이다. 또한 하느님께서 맡겨주신 생명과 생태계를 잘 관리하고 보존하라는 것이다.

조한영 신부·동천성바오로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