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교구청 사람들] 춘천교구 한삶위원회

임양미 기자
입력일 2009-04-14 수정일 2009-04-14 발행일 2009-04-19 제 2644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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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지원은 ‘내 집안’ 돕는 거죠”

민족의 화해·교류 지향 2001년 출범 
구호 물자 지원, 새터민 자립도 도와
‘한솥밥 한식구 운동’ 등으로 기금 마련
춘천교구 한삶위원회가 북강원도 주민들과 함께 연탄을 내리고 있다.
춘천교구 신자들이 123기 하나원생 가정체험 행사에 참여한 새터민을 환영하고 있다.
1997년 춘천교구가 제작했던 ‘한솥밥 한식구 운동’ 손수건. 교구 설정 70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제작될 예정이다.
4월 5일 오전 10시 30분, 전 세계의 눈이 북한 대포동 무수단리에 쏠렸다. 로켓이 발사되는 순간, 춘천교구 한삶위원회 신호철 신부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로써 4월 7일로 예정돼 있던 북강원도 연탄전달 행사 연기가 불가피하게 됐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에게 몇 달 후 다시 만나자 약속했는데, 악화일로에 놓인 남북관계로 인해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김정일 건강이상설과 후계구도설의 확산, 연이은 북한의 대남강경 성명전, 개성공단 통행 차단과 허용 반복 그리고 로켓 발사까지 남북관계는 경색돼 있다. 이런 상황으로 대북지원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춘천교구 한삶위원회 신호철 신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예수님은 힘들고 어려운 이들에 대한 우선적 사랑을 강조하셨습니다. 북한 주민을 돕는 문제는 시비를 가릴 수 없는 문제입니다. 특히 우리 교구는 교구 3분의 1인 북강원도가 교구 관할이라는 점에서 교구만의 소중한 사목적 역량을 대북지원에 집중해야 하는 당위성과 사명감을 갖고 있습니다.”

춘천교구 한삶위원회. 다른 교구에서는 보통 ‘민족화해위원회’라고 불리는 한삶위원회는 춘천교구가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교구 공식기구로 지난 2001년 출범했다.

북한지원에 남다른 애정을 보여온 춘천교구장 장익 주교를 대표로 실무 책임자 신호철 신부가 총무를 맡아 위원회를 꾸리고 있으며, 최창덕·김주영 신부를 비롯해 총 9명이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 위원은 1년에 두 차례 열리는 총회합을 통해 전체적인 활동을 기획하고, 매 사업마다 주도적인 역할로 한삶위원회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한삶위원회의 활동은 크게 대북지원사업과 새터민지원사업 2가지로 나뉜다.

■ 대북지원사업

춘천교구 한삶위원회가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지역은 북강원도다. 신호철 신부는 북강원도를 지원하는 것은 한 집안일을 돕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말한다. 언젠가 통일이 되면 바로 춘천교구가 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북강원도 지원은 타 교구 지원이나 대북지원의 차원이 아니라 바로 교구 사목 활동 그 자체라는 점에서 한삶위원회의 활동은 민족화해위원회의 활동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한삶위원회’라는 이름도 이런 의미에서 비롯한 것이다.

춘천교구의 대북지원사업은 지난 1997년부터 시작됐다. 1990년대 후반 북한에 대량 기아사태가 발생하자 장익 주교는 ‘빵도 하나 우리도 한 몸’이라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대북 지원에 나섰다. ‘한솥밥 한식구 운동’을 전개해 매월 25일 ‘남북한삶미사’를 봉헌하고 후원기금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손수건과 지갑을 제작해 전 교구, 수도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판매에도 나서 ‘한솥밥 한식구 운동’을 저변에 알렸다. 성탄절 밤미사 구유 경배금과 본미사 봉헌금도 모두 북한 후원 기금으로 모았다. 2000년에는 한국전쟁 발발 50주년을 기념해 6월 25일 새벽 4시 철원 월정리 구 노동당사 건물에서 민족화해를 위한 평화의 미사를 봉헌했다. 그리고 2001년에는 한삶위원회를 설립해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 사업을 전개해오고 있다.

지원의 기본 원칙은 일회적이고 소모적인 지원을 지양하고, 궁극적으로 북한 주민 삶의 질을 향상시켜 자립 의지를 높이자는 것이다.

이에 맞춰 긴급 구호의 성향을 띄는 지원과 더불어 자립적인 삶을 가능케 하는 지원사업을 병행했다. 1997년에는 감자 300톤과 함께 슈퍼옥수수 개발 기금, 씨감자 개발 기금을 지원했다. 낙후된 북쪽 의료시설을 감안해 지난 2000년과 2001년에는 백신예방접종 차량 3대를 보냈다. 최근에는 ‘사랑의 연탄나눔운동본부’를 통해 북강원도에 연탄을 보내고 있다.

신호철 신부는 북강원도 지역은 금강산 관광특구로 지정돼 벌목금지령이 내려 땔감을 구하기가 어려우며, 여름에도 취사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또 전쟁용으로 바뀔 위험이 없어 안전하다는 점 때문에 연탄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강원도는 북한에서도 소외된 땅입니다. 대북지원이 대부분 평양으로 편중돼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춘천교구는 상대적으로 지원이 빈약한 북강원도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2006년에는 25만장, 2007년에는 15만장, 2008년에는 5만장을 지원했고 올해는 20만장 지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방북허가나 입국허가 문제가 잘 해결돼 원활한 지원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 새터민지원사업

한삶위원회는 대북지원사업뿐만 아니라 새터민지원사업도 펼치고 있다. 지난 4월 2~3일에는 강원도 철원군에서 하나원생 가정체험행사를 진행했다. 새터민과 신자들은 1박2일간 함께 생활하며 가족의 정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신호철 신부는 “춘천지역에 200~300명의 새터민이 등록돼 있으나, 실제로 거주하는 이들은 많지 않아 새터민지원사업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대부분 돈을 벌기 위해 큰 도시로 나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삶위원회는 남아있는 새터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한삶후원회라는 신자조직을 꾸리고 매월 모임을 주관하고 있다.

“북한을 돕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습니다. 시국도 타고 정세도 탑니다. 또 지원에 대한 다양한 시각도 존재합니다. 이제는 북한 식량 문제도 더 이상 큰 이슈가 되지 않습니다. 12년간 꾸준히 지속돼 온 운동임에도 불구하고 신자들의 관심은 흐려지고 있습니다. 교회 내에서조차 그 의미와 당위성이 퇴색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춘천교구는 교구설정 70주년을 기념해 손수건을 다시 한번 제작하고 ‘한솥밥 한식구 운동’에 불을 지필 계획입니다.”

남북 관계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꾸준히 북한 주민의 어려운 삶을 돌봐온 춘천교구 한삶위원회,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집안일을 돌보는 것뿐이라며 ‘교구통일 민족통일’을 염원하는 촛불을 오늘도 조용히 밝힌다.

임양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