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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사랑입니다 (13) 배아는 생명이다 (2)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1-09-02 수정일 2001-09-02 발행일 2001-09-02 제 2265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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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순간부터 통합 지속 점진 발전
배아가 한 생명임을 부정해야만
과학계, 무모한 도전과 실험 가능
배아가 사람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는 오늘날 생명윤리 문제를 둘러싼 가장 핵심적인 논쟁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생명과학계에서는 배아가 인간 생명임을 애써 외면하려고 하고 있다. 이는 즉 배아가 엄연히 인간 생명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부정해야만 생명의 신비에 대한 자신들의 무모한 도전과 실험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회는 배아가 지닌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이미 오래 전부터 명백하게 천명해왔으며 그러한 생명권을 침해하는 모든 과학적 시도에 대해서 윤리적으로 부당함을 지적하고 그 개선을 요구해왔다.

교황청 생명학술원 선언

특별히 지난 해 8월 25일 교황청 생명학술원이 발표한 '인간 배아 간세포의 생산과 과학적 치료적 활용에 관한 선언'은 이러한 교회의 가르침을 매우 상세하면서도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 선언은 특히 배아와 관련해 질병 치료라는 미명 아래 실시되고 있는 인간 배아 간세포의 생산과 연구에 있어서의 윤리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문서가 지적하고 있는 가장 첫 번째 윤리적인 문제는 「배아 간세포를 마련하기 위해 살아있는 인간 배아를 생산하고 활용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타당한가」하는 문제이다.

이에 대해 생명학술원은 분명히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면서 『인간 배아는 배우자가 결합하는 순간부터 확실하게 결정된 신원을 가진 인간 주체이며 이때부터 통합적이고 지속적이며 점진적인 발전을 시작하므로 그 후의 어떤 단계에서도 단순한 세포 덩이로 간주될 수 없다』고 규정했다.

특히 그 목적이 아무리 좋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배아의 성장을 방해하고 결국은 파괴하는 이러한 개입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회칙 「생명의 복음」을 인용해 "인간은 잉태되는 그 순간부터 한 인격으로서 인정되고 존중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무고한 인간 존재가 지닌 생명에 대한 침해할 수 없는 권리』라고 말했다.

두 번째 윤리적인 문제는 복제된 인간 배아를 생산한 다음 배아 간세포를 만들기 위해 그것을 파괴하는 이른바 「치료 목적의 복제를 실행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정당한가」하는 문제이다.

이에 대해서도 교황청 생명학술원은 그것이 윤리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것임을 지적하고 『모든 종류의 치료 목적의 복제는 배아를 생산해서 간세포를 얻기 위해 그것들을 다시 파괴하는 행위를 수반하므로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세 번째 문제는 「배아 간세포와 거기에서 얻은 분화 세포를 다른 연구원들이 공급해주는 것이든 상업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든 그것들을 활용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정당한가」하는 문제이다.

이 문제 역시 윤리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 즉 공식적이든 아니든 주된 행위자의 윤리적으로 정당하지 못한 목적에 참여하는 행위는 제외하고 문제의 경우는 인간 배아를 생산하거나 공급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뤄지는 인간 배아의 생산과 조작에 질료적으로 협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안고 있는 인간 배아의 생산과 활용 또는 둘 중 어느 하나를 인간 연구 분야로 확대하려는 욕구에는 심각하고 중대한 윤리 문제가 따른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교황청 생명학술원은 이러한 인간 배아 간세포 연구의 비윤리성에 대해 지적하면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성체 간세포 연구를 권장한다.

그 가능성에 대해 선언은 최근 들어 성체 간세포들이 인간의 여러 조직, 골수, 뇌, 여러 장기의 중간엽 등에서도 다능성 간세포가 발견됐으며 이 세포들은 다른 종류의 세포들, 즉 혈액 세포, 근육 세포, 신경 세포들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최근 성체 간세포와 관련한 많은 연구들에서 얻어진 결론은 물론 신중한 자세를 요하지만 「성체 간세포」가 수많은 병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큰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성체 간세포 분야에서 이룬 진보와 결과는 이들 세포의 뛰어난 적응성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며 이는 분명히 배아 간세포의 활용 가능성과 다르지 않다고 평가한다.

결국 배아 간세포는 그것들이 비록 다양한 실험을 통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된다 하더라도 임상 분야에 대한 적용이 심각한 윤리적, 법적 문제를 고려할 때 명백히 재고돼야 하는 것이며 성체 간세포에 대해서는 최근 실험 결과들을 통해 볼 때 배아 간세포 연구가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교회는 윤리적인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 성체 간세포 연구에 생명과학 연구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