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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한국교회와 소공동체 운동 (3) 소공동체, 왜 필요한가

마승열 기자
입력일 2001-08-19 수정일 2001-08-19 발행일 2001-08-19 제 2263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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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친교 일치 나눔으로 신심·본당 활성화의 기반
소공동체의 필요성을 논하기 전에 우선 이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소공동체를 흔히 교회의 세포에 비유한다. 우리의 몸이 많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듯이 교회는 수많은 공동체들이 살아있음으로 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기존의 반 모임이 본당 운영을 위한 기초적인 행정구역 체계라면, 소공동체는 여기에 복음나누기와 친교를 통해 깨달은 바를 삶의 현장에서 실천으로 이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봉사와 사랑실천을 통한 선교활동이 중요하다.

소공동체의 중요성을 피력하는 교회 관계자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교회의 구조적인 문제이다. 지금까지 사제 중심으로 교회가 운영됐다면, 이젠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소명의식을 가지고 각자가 담당해야 할 달란트를 십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 관계자들은 많은 역할과 소명이 주어진 일선 사목자들이 본당 운영에 관해 평신도들과 함께 협력해나갈 때 보다 효율적이고 활발한 본당 공동체를 구현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그 토대를 소공동체에서 찾고 있다.

최근 본당의 비대화와 신자들간에 인격적인 만남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작은 교회'인 소공동체 모임을 통해 본당 활성화에 필요한 보다 발전적인 제안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신자들이 적극적으로 본당 운영에 동참하고 사목자의 협조자로 거듭날 수 있는 장이 바로 소공동체 모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신앙의 요람이 될 수 있다. 복음 말씀을 모임 때마다 들으며 기도의 맛을 들이고 서로 나눈 바를 삶의 현장에서 실천하게 됨으로써 신앙과 삶이 일치된 참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 다시 말해 본당 공동체가 복음 안에서 일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준다.

아울러 소공동체 모임이 활성화되면 평신도 일꾼들이 많이 양성될 수 있다. 이 모임의 특성상 소공동체 모임을 이끌어나갈 지도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본당 내 여러 구역과 반의 소공동체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그에 따라 리더쉽을 발휘할 수 있는 평신도 지도자가 많이 배출돼야 한다.

현재 소공동체의 정착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서울대교구를 비롯한 각 교구들도 이러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도자 양성을 위한 교구와 지구 차원의 교육에 박차를 가해왔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평신도 일꾼들이 배출된다 하더라도 이들이 배운 바를 실천할 수 있는 현장이 없다면 별 의미가 없다. 따라서 소공동체 모임은 자연스럽게 이들이 교회의 일꾼으로서의 역할과 소명을 다할 수 있는 훌륭한 활동의 장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운영 체계가 정착된다면 사제와 수도자가 여건상 담당해낼 수 없는 영역을 평신도들이 담당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도 △전례의 역동성 △신자들간에 친교와 유대 강화 △문화의 복음화 등 소공동체가 반드시 활성화돼야만 하는 여러 요인들이 있다.

소공동체의 이상과 전형은 초대교회의 신자 공동체다. 교회의 본질적 특성인 친교, 봉사, 공동체들로 엮어진 교회는 오늘날 우리가 지향해야할 참다운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소공동체 운동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희망의 근거는 수많은 성공사례, 현대인의 갈망 속에 내재돼 있는 공동체에 대한 욕구 그리고 소공동체에 대한 신자들의 관심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성과와 의의는 전세계 가톨릭 교회 곳곳에서 많은 열매로 나타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교회에 대한 새로운 자각으로 출발한 소공동체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소공동체 운동이 현대 세계의 도전에 응답하고자 했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이어 받을 뿐 아니라 적절한 대응이었다는 사실은 여러 대륙과 나라의 소공동체 운동에서 증명되고 있다. 중남미 교회의 이 운동은 교회를 변화시켰고, 필리핀, 태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주교회의 의장 박정일 주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소공동체 운동은 21세기 우리 교회의 희망이자 미래"라고 강조하고 "새로운 천년기를 맞아 참다운 공동체로 거듭나 새로운 사목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소공동체가 활성화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