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21세기 한국교회와 소공동체 운동 (2) 소공동체 탐방 / 서울 난곡동본당

마승열 기자
입력일 2001-08-05 수정일 2001-08-05 발행일 2001-08-05 제 2261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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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 마리애 지역중심 개편
반원과 함께 대대적 선교운동
서울 난곡동본당은 98년부터 소공동체 체제로 개편, 정착과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수요일을 소공동체의 날로 정하고 다른 모든 단체의 모임이나 활동은 다른 요일로 옮겼다. 사진은 남성 반원들의 소공동체모임.
서울 난곡동본당은 98년 홍근표 주임신부 부임이래 본격적인 소공동체 체제로 운영되어 왔다. 홍신부는 행정구역을 토대로 5개 지역, 24개 구역 116개 반으로 구역, 반을 재조정하는 한편, 지역사목회를 가동시켰다.

특히 지역사목회의 경우 남녀 지역장이 주관해 남녀 구역장·반장과 각 지역별 전문위원으로 전례 분과위원, 선교 분과위원, 청소년 분과위원, 사회사목 분과위원을 각 1명씩 두고 있다. 이는 지역별 현안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그 특성에 맞는 사목적 방향을 모색,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 실천토록 하기 위한 조처였다.

기존의 본당 사목협의회와 더불어 지역사목회를 구성함으로써 본당안에서 지역편제를 중심으로 한 소공동체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를 통해 홍신부는 신자들에게 구역, 반으로 구성된 소공동체가 단순한 친교의 모임이 아니라, 하나의 작은 교회란 인식 하에 복음적 나눔과 사랑 실천에 적극 앞장설 수 있도록 이끌었다.

지역사목회 구성

난곡동본당은 재작년 초부터 매주 수요일을 「소공동체의 날」로 정하고 남녀 소공동체 모임을 갖고 있다. 다른 모든 단체의 모임과 활동은 다른 요일로 옮겼다. 구역단위의 남성 소공동체와 반단위의 여성 소공동체는 구역, 반별로 매월 두 번씩 모임을 실시한다. 남성의 경우엔 24개 구역중 재개발 지역을 제외한 20개 구역이고 여성은 116개 반 중 98개 반이 현재 소공동체 모임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말씀의 나눔과 복음 실천이다. 난곡동본당은 두 번의 모임 중 한 번은 복음나누기 중심으로 이뤄지고, 또 한번은 함께 주님의 말씀을 나누고 결심한 바를 병자방문, 선교활동, 예비신자 방문 등을 통한 복음 실천에 주력하고 있다.

한 여성 소공동체 모임의 경우엔 조를 편성해 예비신자 방문, 쉬는 교우 방문, 병자 방문, 소외된 이웃 방문 등을 나누어 활동하고 있다. 신자들의 삶속에 나눔과 실천의 모습이 조금씩 자리잡아나가고 있다는 것을 이러한 사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손성재(바오로) 남성 총구역장은 『주임신부님의 관심과 배려속에 3년여 넘게 이 모임이 진행되면서 많은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조금씩 신자들 스스로 소공동체의 맛을 알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음나누기와 실천

반면 지역 특성상 소공동체 모임을 어렵게 하는 요인도 있다. 원래 이 지역은 이른바 달동네라 불리는 신림 7동을 포함해 대다수의 주민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소공동체를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모이는 것이다. 더욱이 IMF 이후엔 여건이 더 나빠져 남녀 모두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할 처지라 매월 두 번씩 모임에 참석한다는 자체가 쉽지 않았다. 형편이 이렇다 보니 소공동체를 위해 희생, 봉사할 봉사자 확보도 어려운 상황이다.

양승자(루시아) 여성 총구역장은 이와 관련, 『개개인의 생활형편이 어려워 모임 자체가 힘든 구역과 반도 많이 있다"고 지적하고 "그러다 보니 오는 사람만 계속 나오게 되고 뜻은 있어도 참석 못하는 신자들도 상당수 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어려운 여건에서도 홍신부는 소공동체 모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매주 수요일 구역미사를 신자들과 함께 봉헌하며 격려하고 있다. 또한 ▲지역별 피정 및 교육 ▲새로운 양, 잃은 양 찾기 운동 ▲구역별로 주일 노인들에게 식사 제공 ▲구역 사목 모임 ▲본당 신문(난초골 성가정) 발간 등 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다채로운 노력들을 지속적으로 펼쳐나왔다.

가시적인 성과는 미미

현재 대대적인 선교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난곡동본당은 소공동체 모임으로 다져진 팀워크를 복음전파에 십분 활용하고 있다. 특히 이 본당에서 눈에 띄는 것은 레지오 마리애를 지역중심으로 개편했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 사도직 단체와 소공동체를 함께 활성화시켜보자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지역 내 모든 활동을 레지오 단원과 구역반원들이 함께 하고 있다. 선교 활동만 하더라도 레지오 단원과 구역반원이 한 조를 이뤄 좋은 결실을 거두고 있다고.

홍근표 주임신부는 하지만 아직도 매우 미흡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홍신부는 『초대교회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소공동체의 취지에 적극 동감하고 본당 사목자로서 소공동체 봉사자를 양성하고 교육하는 면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그렇다고해서 미사 참례자 수가 증가하는 등의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고 밝히고 『소공동체를 통한 자체적인 복음화의 노력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보다 다양한 활성화 방안이 강구됐을 때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홍신부는 이어 『현재의 이와 같은 아날로그 시대적 소공동체 틀에서 이제는 디지털 시대를 대비해 새로운 형태의 소공동체로 과감히 전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제안하고 『이미 청소년들과 젊은층은 더 이상 단순히 옆집에 사는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그들을 자기 이웃으로 여기지 않는 만큼, 복음서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 말씀처럼 지금 내가 누구의 이웃이 되어주어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