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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사랑입니다 (11) 인공·체외수정 (2)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1-07-29 수정일 2001-07-29 발행일 2001-07-29 제 2260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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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 수정란 실험 폐기 역시 살인”
유전적 결함·우생학적 선택도 문제
정자 난자 사고 팔며 인간을 상품화
인공수정은 의학적으로 유전병과 관련된 문제들을 발생시킬 수 있다. 정자 제공자에게 유전적인 결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전에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인공수정을 실시했을 경우 이는 태아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컨대 RH- 음성인 부인이 RH- 양성인 남성으로부터 정자를 받아 임신하게 되면 태아는 혈구 파괴로 사산하게 된다.

우생학적인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우생학적으로 보다 건강하고 지적 수준이 높은 자녀를 얻고 기형이나 불구, 신체적 또는 정신적 결함이 있는 후세를 배제하기 위해 선택적인 인공수정을 꾀할 경우 이는 큰 사회적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실제로 미국 등에서는 미모의 명문 여대생의 난자를 돈을 받고 파는 업체가 성업 중이라고 한다. 물론 초기에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상당한 규제와 제재가 있겠지만 그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완화되고 급기야는 공공연하게 정자와 난자를 돈으로 사고 파는 때가 올 것이라는 것이다.

또 한 남성이 수십수백의 정자를 제공하고 인공수정이 이뤄진다면 기존의 모든 가족관계가 혼란스럽게 될 것이며 윤리적인 측면에서 수없이 많은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이러한 문제들은 실제로 법적인 차원에서도 많은 논란을 빚어왔다.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자녀의 적출자 여부에 대해 법적으로 여러 차례 번복이 있었다. 즉 미국에서 초기에는 이들에 대해 법적으로 적자가 아니라고 판결했으나 1948년 인공수정으로 출산한 자녀도 적자로 인정했고 다시 몇 년 뒤 남편의 동의에도 불구하고 적자로 인정하지 못한다고 판결했으며 이후로도 여러 번 판결이 오락가락했다.

인공임신이 가져오는 윤리적인 문제는 근본적으로 생명의 존엄성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먼저 체외수정시 이 수정란이 지닌 생명의 존엄성이 파괴되는 문제이다. 즉 교회는 명백하게 수정란을 하나의 생명체로 보며 따라서 수정란을 고의적으로 파괴해야 하는 인공수정에 대해서 거부한다.

이는 곧 체외에서 수정된 수정란의 처리 문제와 직결된다. 대개 인공수정을 할 때 여러 개의 수정란을 만들게 되는데 불임클리닉이나 연구자들의 경우 대개 태아로 자라날 수정란을 제외한 나머지를 연구에 이용하거나 한 후 파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에서만 냉동보관하고 있는 수정란이 80만개에 달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면 수정란 하나 하나가 모두 생명체라고 인정할 때 이는 인간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것이며 그 생명권을 결정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시안을 확정한 과학기술부 산하 생명윤리자문위원회의 「생명윤리기본법」에서도 바로 이 부분이 핵심적인 쟁점이 되어왔다. 즉 인간 배아의 지위를 어떻게 규정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시안은 기본적으로 인간 배아를 하나의 생명체로 받아들이는 것을 원칙으로 했지만 이른바 잉여배아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연구와 실험을 허용함으로써 문제를 안고 있다.

정자, 난자 은행이나 우생학적으로 우수한 인물들의 수정란을 제공하는 수정란 은행이 생겨나고 실제로 이런 시험관 수태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는 것도 매우 큰 문제로 지적된다.

국내에서도 올초 최초로 정자 및 난자 은행이 문을 열었다. 불임부부들에게 정자와 난자 제공자를 제공하는 업체가 생겨난 것이다. 이 업체는 불임부부들의 신청을 받아 문을 연지 두 달 동안 불임부부 20쌍에게 난자 제공자를 연결해준 것으로 알려졌으며 여기에 등록된 정자 제공 신청자가 수백명, 난자 제공 신청자가 수십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업체는 고객들이 우수한 신체와 두뇌를 지닌 제공자를 선호하므로 상담을 통해 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인간을 상품화했다.

대리모 출산은 이미 서구 일부에서는 공공연하게 직업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비밀리에 불임을 해결하려는 최후의 수단으로 대리모 출산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공수정과 시험관 수태는 오늘날 불임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확산돼 있다. 하지만 그것이 비록 불임 부부들에게 자녀를 선사할 수 있다고 할지라도 궁극에는 의도적인 인간 개조와 대리모 등 엄청난 윤리적인 문제를 야기한다는 점에 대해 주목해야 할 것이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