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소년소녀가장을 도웁시다] 8년사이 엄마 아빠 할머니 여읜 경남 함안 조가영-용수 남매

장병일 기자
입력일 2001-08-12 수정일 2001-08-12 발행일 2001-08-05 제 2261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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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마저 내려앉아 조립주택서 생활
밝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조가영-용수 남매
『어제 설거지를 누나가 했으니까 오늘은 내가 할 차례네』『아니야, 용수야 오늘도 내가 할께』『누나, 원래 하루씩 돌아가면서 한다고 약속했으니까 내가 해야 돼』

조가영(15)양과 용수(13)군의 대화가 정겹다. 가영이는 중2, 용수는 중1이다. 남매가 다니는 학교는 경남 함안면 봉성리에 있는 함성중학교. 학교 갈 때나 올 때 항상 둘이 함께 다닌다.

남부럽지 않은 단란한 가정에서 생활하던 이들 남매에게 불행의 그늘이 드리운 것은 용수가 5살 때, 어머니가 병환으로 돌아가시면서부터. 그러나 이들에겐 자상한 아버지가 있었고, 엄마와 같은 포근한 사랑을 주던 할머니가 계셨다. 그래서 사랑이 그리운 줄은 크게 몰랐다.

그러나 그렇게 남매를 사랑해주던 할머니가 3년전에 노환으로 돌아가시면서부터는 가슴에 구멍이 「뻥」하니 뚫린 것 같았다고. 엎친데 덮친격, 작년에는 이들 남매의 유일한 희망이던 아버지마저 병환으로 돌아가셨다.

8년여 사이에 엄마, 할머니, 아빠가 연이어 돌아가시는 아픔을 겪은 가영이와 용수. 『아빠만큼은 저희들이 어른이 될 때까지 살아 계실 줄 알았는데…』 힘없이 고개를 떨구는 가영이. 용수도 덩달아 눈물이 고인다.

현재 이들의 유일한 의지처는 가까운 곳에 사는 고모 조숙자(59)씨. 그러나 고모도 넉넉한 형편이 못돼 경제적인 도움은 주지 못하고 있다 한다. 『마음뿐이지, 별반 도움이 못돼 가슴이 아픕니다. 끝까지 바르게 살아야 할텐데…』

조숙자씨는 이들 남매가 지금은 맑고 밝게 살고 있지만 사춘기에 접어들면 혹 방황하지 않을까 걱정이란다.

생활보호대상자에게 주는 지원금이 이들 남매의 주 수입원. 그 외에 명절 때 이웃에서 조금씩 도와주는 것 외에는 수입이 없다. 가족들이 함께 살아온 건물이 노후 돼 작년 장마철엔 천장이 내려앉아 당장 살 곳이 없어진 이들 남매에게 주위의 사람들과 함안면에서 기금을 모아 10여평 정도의 조립식 건물을 지어 주기도 했다.

가영이는 학급 반장을 맡을 정도로 공부도 잘하고 행동도 바른 모범생. 초등학교때부터 각종 미술대회나 글짓기 대회에 참가해 상도 여러 번 받았다. 어려운 일에 앞장서 친구들로부터 사랑도 받고 인정도 받고 있다. 동생 용수도 공부 잘하는 성실한 학생으로 주위의 칭찬을 한 몸에 듣고 있다고 한다.

이들 남매를 추천한 마산교구 함안본당 주임 이상원 신부는 『본당과 교구 사회복지회에 가영이와 용수 이야기를 전했다』며 『이웃과 함께하는, 열린 교회 모습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나눔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신부는 특히 『이들 남매가 언젠가는 하느님의 자녀로 거듭 태어나길 소망한다』며 『남매의 가슴속에 하느님 사랑을 심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른이 되면 꼭 나누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는 가영이. 벤처기업 사장이 꿈이라는 용수. 역경에 굴하지 않고 해맑은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이들 남매의 꿈이 꼭 이루어 질 것이라 소망해본다.

※도움 주실 분=국민은행 601-01-0611-531(가톨릭신문사)

장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