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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사랑입니다 (10) 인공·체외수정 (1)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1-06-24 수정일 2001-06-24 발행일 2001-06-24 제 2255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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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이모·처제가 아이의 엄마
가족관계 혼란·생명문제 불보듯
정자 난자 주고받으며 윤리 파괴
경기도 고양시 원당에 사는 김모씨. 7년 동안 아이가 없어 고민하다가 인공수정으로 쌍둥이를 출산하고 벌써 백일이다. 『입양도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내 핏줄에 대한 애착을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인공수정으로 아이를 낳은 이웃집에서 권해 이 방법을 택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불임은 천형에 속한다. 유난히 혈연에 대한 집착이 큰 우리 사회에서 아이에 대한 갈망은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다. 그러면 과연 인공수정이나 체외수정은 불임에 대한 마지막 수단인가? 그것이 가져올 문제는 없는가? 자녀는 인간 삶에 있어서 다른 어떤 것에 앞서는 가치인가?

발달과 현황

올초 한 TV 방송의 시사 프로그램에서 우리 나라의 '대리모' 임신 문제를 심층 보도한 바 있다. 제작진은 이 문제를 주제로 다룸에 있어서 매우 많은 주저를 해야 했다고 한다. 결코 윤리적으로 허용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폭넓게 확산돼 있는 것이 바로 현대판 씨받이, 대리모 문제였기 때문이다.

경기도 성남의 한 여성은 선천성 기형으로 임신만 되면 유산을 하곤 하다가 결국 남편의 이모가 대리모로 나서 아이를 얻었다. 경남 마산의 한 여성도 동생을 대리모로 출산에 성공해 지금 4살된 아이를 키우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된 대한의사협회의 윤리지침은 금전적 거래가 없는 경우 대리모를 인정하는 내용을 포함시켜 사회적인 문제로 크게 비난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남편과 이혼한 한 여성은 타인의 정자를 받아 인공수정을 통해 낳은 아이가 남편의 친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소송을 냈다. 판사는 부부가 혼인 중에 합의를 통해 인공수정을 한 만큼 남편의 친자로 보아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아이는 남편과는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법적으로는 친자이며 생물학적인 아버지는 다른 사람이다. 그야말로 가족관계의 혼란이다.

최근에는 불임부부들에게 정자, 난자를 제공하는 기관이 국내에서도 선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미 미국 등에서는 돈을 받고 건강한 정자나 난자를 팔아넘기는 개인이나 사업이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일류 명문대를 다니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여성의 난자는 수만달러씩에 팔리고 있다.

70년대 미국에 처음 등장한 정자은행은 이제 수백곳에 달하고 명문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비싼 값에 정자를 사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1997년도 한 해에만 미국에서 무려 25만명에 달하는 아이가 자신의 생물학적인 아버지를 모르는 채 태어났다고 한다.

인공수정은 자녀가 없는 부부 중 한쪽이 생식 기능에 결함이 있어서 자연적인 방법으로는 임신이 불가능할 경우 사용되는 불임치료의 한 방법이다. 여기에는 남편의 정자를 아내에게 인공적인 방법을 통해 수정시키는 배우자간 인공수정과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정자를 사용하는 비배우자간 인공수정의 두 가지가 있다.

인공수정이 좀더 발달되면서 체외수정, 즉 시험관 아기가 탄생했다. 정자와 난자를 인체가 아닌 배양접시에서 수정시켜 2~5일 동안 키워 만든 수정란, 즉 배아를 자궁에 이식하는 시술법이다.

우량종 가축을 얻기 위한 교배방법으로 처음 시작된 인공수정이 인간에게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1875년 영국의 외과의사인 존 헌터로부터이다. 그후 1909년 독일과 미국에서 배우자간 인공수정이 널리 확산되기 시작했다. 1950년 이후 각국에서 인공수정이 이른바 불임치료의 한 방법으로 보편화됐다. 우리 나라에서도 그때부터 이미 인공수정이 실시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오늘날 이에 대한 특별한 문제 의식 없이 보편화돼 있는 상황이다.

특히 1978년 영국에서 최초로 모체 밖에서 수정된 배아를 출산함으로써 윤리적 논쟁을 불러왔고 논쟁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관련 기술이 발전돼 전세계로 확산됐다. 우리 나라에서도 1985년 10월 서울대병원 산부인과에서 체외수정으로 쌍생아를 탄생시킨 이래 각 병원에서 경쟁적으로 연구, 지금은 많은 산부인과에서 시술하고 있다. 더 나아가 부부가 아닌 제3의 여성의 자궁으로 옮겨 임신시키는 이른바 대리모 임신이 실시되기에 이르렀다.

인공수정과 체외수정의 발달은 불임부부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파생되는 문제들은 결코 소홀히 다룰 수 없는 매우 중대한 문제들이다. 우선 체외에서 수정된 수정란들의 생명 문제이다. 아울러 체외에서 수정된 잔여 수정란들의 처리 문제도 심각하게 지적되고 있으며 정자 난자 은행과 관련해 우생학적인 견지에서 이뤄지는 시험관 수태 시도, 가족관계의 혼란, 대리모 문제 등은 앞으로 끊임없이 발생할 윤리적인 문제들이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