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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부터 다시] 1부 - 신앙고백 (15) 제대, 감실, 십자가 절은 어디에?

김상재 기자
입력일 2002-05-05 수정일 2002-05-05 발행일 2002-05-05 제 2297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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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찬례 이루는 ‘제대’가 성당의 중심
『아이고 헷갈린데이』

『뭐가』

『아까 성당에 들어갔다가 십자가에 인사하는데 신부님께서 제대를 보고 해야 된다 안카나』

『근데』

『나오다 제대를 향해 했디 수녀님께서 감실에 하라 안카나』

『그래서 우쨋노』

『뭐 우째 제대, 감실, 십자가 다 햇삣지』

『???』

가톨릭 신문 홍보를 위해 미사전 성당 앞에서 신문을 나눠드리면서 서있다 보면 신자들이 성당 안에서 여기저기 절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위의 이야기도 세례 받은 지 얼마 되지 않는 친구가 하는 말이다.

성당이니까 예의는 갖추어야겠는데 어디다 해야될지는 모르겠고 예수님을 상징하는 것들에는 죄다 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성당에 들어가면 어디를 보고 인사를 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문제는 성당이 어떤 곳이냐 하는 것이다.

그리스나 로마인들에게 신전은 우리의 성황당과 같이 신상으로 형상화된 신을 모신 집이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 성전은 그리스도의 몸을 건설하기 위해 그리스도와 결합된 공동체와 신자 각자다.

『온 건물은 이 모퉁이 돌을 중심으로 서로 연결되고 점점 커져서 주님의 거룩한 성전이 됩니다. 여러분도 이 모퉁이 돌을 중심으로 함께 세워져서 신령한 하느님의 집이 되는 것입니다』(에페 2, 21~22)

그렇다면 건물로서의 성당은 무엇인가? 초세기 신자들이 전례를 거행하기 위해서 건물들을 사용하지만 이 건물들은 신을 위한 성전이나 기념물이 아니었다. 이 건물은 기도를 위해 전례회중이 모이기 위해 마련된 교회의 집(donus ecclesiae)이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 교회는 여러분을 위해 건설되었지만 여러분 자체가 교회입니다』라고 말한다.

결국 성당은 성찬례를 거행하기 위해 모이는 장소이다. 따라서 성당의 중심은 성찬례가 이뤄지는 장소인 제대가 된다. 그래서 성당 봉헌 예식때도 가장 중심을 이루는 것이 제대 축성부분이다.

미사경본 총지침은 『성사의 표지로 십자가상 제사가 재현되는 제대는 주님의 식탁이요, 이 식탁에 참석하기 위하여 하느님의 백성이 미사에 모여 온다. 또 제대는 성체성사로 완성되는 감사의 중심이기도 하다』 그래서 『쉽게 관심을 집중할 수 있도록 중심을 이루는 장소에 놓여야 한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감실은 원래 신앙 때문에 감옥에 갇힌 이들이나 병중에 있는 이들을 위해 미사때 축성된 성체를 보관하던 곳으로 성당 안이 아닌 제의방과 같은 적당한 곳에 있었다.

그러다가 중세기에 들면서 신자들이 보속에 대한 중압감으로 영성체를 기피하기 시작했다.

영성체 대신 성체를 바라보며 묵상하는 대중신심이 생겨났고 이는 미사중에 거양성체로 도입됐다. 그러면서 성체를 성당 중심자리에 모시고 싶어진 열망에 의해 차츰 제대 위에 감실을 만들기 시작했으며 16세기 이후 제대 중앙에 위치한 감실에 성체를 보존하는 관습이 우세해진 것이다.

그러나 교회 가르침은 성당의 중심이 제대임을 분명히 하면서 경당에 자리를 마련하던가 아니면 성당의 중앙 자리를 비켜서 소성당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밝히고 있다(미사경본 총지침 276).

성당의 중심이 어디냐 하는 문제는 하느님의 참 성전인 우리 각자의 생활이 무엇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느냐의 표지요 상징이다.

따라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물질적인 성당의 중심보다 내 삶의 중심을 외적으로 드러내는 경배가 될 때 비로소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김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