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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사랑입니다 (9) 유전자 조작 (3)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1-06-10 수정일 2001-06-10 발행일 2001-06-10 제 2253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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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성 해치는 어떤 실험도 부당”
환경 및 생태학적 대재앙 수반
생명 살리는 것이 아니라 파괴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의해 새롭게 제기된 생명윤리의 여러 문제들은 이전의 다른 어떤 윤리적인 문제들보다 한층 더 폭넓고 광범위하게 인간의 생명 분야에 대한 깊은 숙고를 요구하고 있다. 교회는 이른바 생명과학 분야의 눈부신 발전이 가져올 이익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안고 있는 엄청난 해악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이에 대한 가르침을 여러 기회에 주어왔다.

생명과학, 특별히 유전자 공학 기술은 생물의 생명 현상을 해석하고 응용하기 위한 핵심 분야로 이 분야가 없이는 생명과학의 진보를 기대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유전자 공학은 생명의 전달 과정에 인위적인 개입이 이뤄짐으로써 신의 영역에 해당하는 창조와 생명의 과정에서 많은 윤리 문제들이 나타났다.

교회의 가르침

전세계적으로 동물 복제가 비일비재하게 시도되고 있으며 인간 게놈 지도가 파헤쳐지고 이러한 연구 성과들이 축적되고 소기의 성공을 거두면서 급기야는 유전자 공학, 유전자 조작과 재조합이 인간을 대상으로 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연구들의 이면에는 인간 생명을 단순한 물질로 인식하고 과학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며 실제로 그러한 위험성들은 인간 복제라는 초유의 실험이 공공연하게 공포됨으로써 현실화될 우려를 자아냈다.

교회는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살인, 사형제도, 안락사, 낙태 등 기존의 전통적인 생명 문제에 대한 가르침 외에 생명 과학의 발전으로 인한 현대적인 생명 윤리 문제에 대한 가르침을 여러 문헌들을 통해 제시해왔다.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생명 문제들은 다양하다. 즉 불임수술, 유전병 전수의 위험이 있을 경우의 산아조절, 인체실험, 조직과 장기 적출 및 이식, 태아감별, 체외수정, 대리모 출산, 인공피임, 유전자 조작 등이 그것들이다.

이러한 문제들과 관련해 교황 비오 12세로부터 제2차 바티칸공의회 사목헌장, 교황 바오로 6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교황권고 「평신도 그리스도인」, 회칙 「생명의 복음」등은 인위적인 생명 조작과 진화론적, 과학기술적인 사고에 젖어 과학적으로 실현 가능한 모든 진보를 윤리적으로 정당화하려는 시도를 배격해왔다.

그 중에서 우선 유전자 조작 및 재조합의 문제에 있어서 이러한 연구들이 식량과 질병 문제를 해결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인정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돌연변이 생물체의 발생 등 환경 및 생태학적 재앙 등의 윤리적 문제를 수반한다. 따라서 유전공학은 몰가치론적 사고를 지닌 과학자에게만 맡겨질 수 없다.

인조 염색체 합성에 있어서도 이는 생명 현상의 조작이라는 측면에서 윤리적인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유전자 요법이 유전병 치료에 응용될 수 있다 해도 이에 대한 윤리적 문제와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해악을 면밀하게 고려해야 한다.

생식과 관련된 신기술의 문제에 있어서도 특히 교회는 체외수정이나 비배우자간의 인공 수정을 금지하고 있다. 교회는 특히 인간 복제의 문제에 대해서 절대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한다.

생명과학의 분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존중돼야 할 원칙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이다. 인간은 누구든 예외없이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돼야 한다. 이는 인간배아 역시 그것이 비록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생명이라 할지라도 엄연히 하나의 인격체로서 간주되고 그 존엄성이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다. 말기암 환자라 해도 마찬가지이며 결국 인간은 수정부터 자연사까지 생명의 어떤 단계에서라도 그 생명권이 침해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교회의 분명한 가르침이다.

따라서 생명과학의 연구와 업적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인간 생명에 대한 어떠한 인위적 개입일지라도 그것이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생명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파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사목헌장」 35항에서 『과학과 기술은 본질적으로 도덕률의 근본 기준을 무조건 준수하도록 되어있다』고 선언했다. 또 『과학과 기술은 무엇보다 인간에게 봉사해야 하며 또한 하느님의 의지와 계획에 의한 인간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와 참되고 온전한 선에 봉사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교회가 생명과학 분야에 대해 가르치는 것은 근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과 계획에 근거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랑과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이 결여될 때 과학은 인간을 구원하기보다는 오히려 멸망으로 이끌게 된다는 것이다.

박영호 기자